'안녕한' 일베 VS '안녕 못한' 대학생…대자보 전쟁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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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 회원들이 훼손한 대자보. (일간베스트 캡처)

 

일베 회원들이 전국 주요 대학들에 나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의도적으로 잇따라 훼손하면서 비난을 사고 있다.

대자보에 반발하는 '일베' 회원들이 대자보를 제거하면 '안녕 못한' 대학생들이 즉각 맞대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

대자보 바람이 분 지 6일 째인 16일 오전 현재,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홈페이지에는 각 대학의 대자보를 훼손했다는 인증글로 가득하다.

이날 명지대에 재학 중인 한 일베 회원은 대자보 훼손 인증글을 게시했다.

글을 보면 이 회원은 교내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뜯어내 찢어 구긴 후, 화장실 변기 옆 휴지통에 가져다 버렸다.

그는 대자보 훼손 과정을 사진으로 촬영해 올리며 "다른 학교 게이들(일베 회원들이 서로를 지칭하는 용어) 일어나라. 어디서 불법 대자보 걸어놓고 지식인 코스프레노"라고 비꼬았다.

이틀에 걸쳐 대자보를 훼손한 회원도 있었다.

이 회원은 지난 15일 서강대 게시판에 붙은 대자보를 구겨서 눈길에 버린 후, 훼손 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올렸다. 16일 구겨진 대자보는 다시 게시판에 붙여졌고 이에 이 회원은 '2차 진압을 하고 왔다'며 또 다른 인증샷을 올렸다.

대자보에는 '일베충' 캐릭터가 그려진 A4 용지 두 장이 나붙었다. 일베충 그림 아래에는 '민영화 안 해요. 내가 안 하는데 누가 날 강제로 시킨단 말이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그는 일베충 그림을 붙인 대자보 앞에서 손으로 'ㅇ'과 'ㅂ' 모양을 만들어 '일베 인증'을 하고, "어제 민주화했던 대자보가 회생한 게 아니노? 그래서 간단하고 귀엽게 진압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훼손 행동이 논란이 되자 일베 내에서도 이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이 회원들은 '반박 대자보'를 작성해 붙이거나 학교 측에 대자보 철거를 요구하는 방향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베의 한 회원은 지난 15일 "안녕하냐고 묻는 사람들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라는 내용의 반박 대자보를 작성해 올렸다.

이 회원은 대학가에 부는 대자보 바람을 "사실관계가 파악되지 않은 선동"이라고 지적하며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문제와 철도 민영화 논란에 대해 반박을 이어갔다.

그는 대자보를 붙이는 대학생들에게 "사람들을 반국가투쟁에 동원하고 허위사실을 유포·선동하는 당신들은 민주주의를 언급할 자유도, 민주주의를 누릴 자격도 없다"고 비판했다.

단과대 행정실에 대자보를 신고한 회원도 있었다.

그는 대자보가 붙은 게시판과 사라진 게시판의 비교사진을 올리고 "오늘 학교 가니 우리 단대에도 이런 게 붙어 있어서 바로 행정실에 전화했다"면서 "물어보니 행정실 승인 없는 대자보는 불법이라고 했고, 내려가보니까 5분 만에 사라졌다"고 밝혔다.

훼손된 안동대 대자보와 다시 붙여진 부산 동서대 대자보.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베 회원들의 훼손·반박·신고에 오히려 '안녕 못한' 대학생들 사이서 대자보 열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안녕 못한' 대학생들은 일베 회원들의 행위에 공분하면서도 "끝까지 대자보를 붙이겠다"는 신념을 보였다. 훼손된 대자보를 복구할뿐 아니라 대자보의 개수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안동대에 다니는 한 학생은 1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포스트잇에 응원문구 적어 뒀다길래 보러 갔다가 마음이 상했다"면서 찢긴 대자보와 다시 붙인 대자보의 사진을 게시했다.

사진을 보면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테이프로 단단히 붙여놓은 대자보는 게시판에서 떨어져 너덜거리고 있다. 떼지 않은 대자보는 부분적으로 찢겨 훼손된 모습도 보인다.

이 학생은 먼저 와 있던 학생과 함께 훼손된 대자보를 원래대로 게시판에 붙였다.

부산 동서대 학생도 이날 같은 커뮤니티에 "(대자보를) 붙인 지 12시간도 채 안됐는데 찢겼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 학생은 찢긴 채로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대자보를 주워서 다시 붙였다.

사진을 보면 인도에 구겨져 있던 대자보에는 민영화 등으로 박근혜 정부와 코레일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왼쪽 아래 부분의 내용이 사라진 채 벽에 부착됐다.

학생에 따르면 왼쪽 아래의 찢긴 부분은 끝내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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