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의원. 자료사진
새누리당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이 국회선진화법 위헌 검토를 추진 중인 원내 지도부에 돌직구를 날렸다.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최경환 원내대표는 "장기적 관점에서 선진화법의 악용을 막기 위해 수정과 보완이 필요하다"며 선진화법 개정안 추진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이재오 의원은 "최 원내대표가 옳은 말을 했다"면서도 "선진화법을 검토하려면 당시 강행했던 사람들이 책임있는 사과를 하거나 자기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 와서 우리 견해가 짧았다', '야당이 저렇게 나올지 몰랐다'는 자기고백,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선진화법 입법 전후 과정을 짚으며 "그때 의원들이 대다수 반대했다. 그런데 그때 선진화법을 반대하면 반개혁적인 것처럼 돼 대부분 마음 약한 의원들이 따라가고 우리같은 사람은 아예 참석도 안했다"고 말했다.
이어 "위헌적 요소라든지 다수결에 위배된다는 얘기도 다 나왔다. 많은 법조인들이 있었음에도 그냥 통과시켰다"고 상기했다.
그는 특히 최 원내대표가 개정안을 내겠다고 한 것을 두고 "개정안을 내는 것은 좋으나 위헌이 되는지 모르고 법조화했냐는 문제에 봉착한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이므로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권 출범 전에 나왔던 정치개혁 목소리가 흔적 없이 사라졌다는 비판도 쏟아냈다.
이 의원은 "정권 출범 1년이 지났는데 (현재는) 정치개혁을 등진 상태가 됐다"며 "국정원의 뒷바라지를 하다 (시간이) 다 갔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에 이어 검찰이 조금 이상하다"며 "김학의 법무부차관 혐의에 대해 8개월 동안 가지고 있다가 무혐의를 내렸다. 검찰의 입장에 대해 국민들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당이 야당에게 개헌 특위와 국정원 개혁특위를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을 한다고 했지만 야당이 수용하지도 않고 국정원이 더 사건을 증폭시켰기 때문에 국민들은 국정원이 스스로 개혁하리라 믿지 않는다"며 "국정원 개혁특위를 만들어 야당에게 위원장을 맡으라고 제안하자"고 말했다.
지도부 입에 쓸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야당과 협상하는 안을 내야지 그냥 야당 특검 주장이 엉터리다, 야합연대다 하는 것은 공격하긴 좋지만 국민들이 볼 때 우리 주장이 공허하게 보인다"면서 "야당이 받지 않을 수 없는 것을 제안하고 안받으면 왜 안받느냐는 새로운 대야 전략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한마디 하면 계속 반대하고 성토만 하면 국민들은 여야에 대해 똑같이 피로해 한다"며 "검찰이 내놓은 것을 옹호하고 청와대가 한마디 하면 감싸기 바쁜데 우선은 넘어가겠지만 국민들이 여당도 똑같이 피곤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 의원의 발언에 지도부를 비롯한 친박 중진·최고위원들의 표정은 순간 얼어붙었다.
친박의 맏형격인 서청원 의원은 황우여 대표, 최경환 원내대표, 이재오 의원이 나란히 앉은 쪽을 바라보며 "과거 예를 보면 이렇게 어렵고 엄중한 시기에 중진의원들은 지도부에 지혜와 용기를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서 의원은 "야당이 여러가지 많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공격한다 해도 인내를 가지고 정국을 풀어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