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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뭉친 日 "배상못해"…'아버지 유산' 정리 못하는 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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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80넘은 강제징용 피해자들 "정부 역사인식 문제"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한국인 강제징용 피해에 대해 일본정부와 재계가 "배상이 끝난 문제"라며 모르쇠로 일관하고 한국 정부는 공식입장을 최대한 자제하는 등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노력마저 소홀히하고 있다. 양국의 몰염치과 무관심 한가운데 남은 것은 고령의 한국인 피해자들이다.

게이단렌(經團連) 등 일본 경제 3단체와 일한경제협회는 6일 오후 "민간인 강제징용 배상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이미 끝난 문제"라면서 "한국정부가 이 문제를 계속 거론할 경우 양국 경제 관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앞서 지난 1일 광주 지방법원이 일제강점기 미쓰비시중공업이 운영하던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강제동원돼 고된 노동에 시달리고도 임금을 받지 못한 광주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데 따른 것이다.

한국법원이 관련 판결에서 잇따라 책임을 묻자, 일본은 한국의 약한 고리인 경제 문제를 걸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향후 확정판결 등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이기도 하고, 동시에 국무총리실에서 총괄하고 있는 피해자 지원대책에 힘을 빼는 작업이기도 하다.

일본이 한국인 강제징용 손배상 문제가 '끝난 일'이라며 대놓고 입을 씻고 있는 상황에서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는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애매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외교부 일각에서는 일본 기업의 책임을 인정한 법원 판결에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 역력히 나타나기도 했었다. 실제로 관련 국회 질의에 외교부는 "징용자 문제는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체결됐다"고 답하는 등 일본과 같은 입장을 견지해왔었다.

이는 1965년 박정희 정권 당시 한일기본조약을 맺을 때, 대일 청구권 협정 8개 항목 중에 강제징용자 문제를 넣고 '해결'을 봤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공개된 협정문을 봐도, 일본이 청구권 자금을 한국에 전달하면서 '개개인에 대한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이냐'라고 물었을 때, 우리 대표단이 '한국 정부가 일괄해서 처리하겠다'고 답한 기록이 나온다. 이 돈이 피해자들에게 돌아가지 않으면서 문제가 계속 더 커진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일본에는 도의적 책임을 촉구하고 법적 책임은 우리 정부가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대목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에서 '아버지 때'의 잘못을 시인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게 정부 안팎의 설명이다. 지난 2011년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을 위해 재단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개정됐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그 결과 정부는 "아직 관련 판결이 진행 중이므로 정부가 딱히 나설 단계는 아니다(강정식 외교부 국제법률국장)", "대법원 결론이 나온 뒤 행동에 나서는 게 시점 상 맞다(박준용 외교부 동북아국장)"는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을 취하고 있다. 국무총리실은 최근 국감에서 김기식 민주당 의원이 재단 설립 계획을 묻는 질문에 "올해 말까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답했지만, 관계 당국자들은 "구체적으로 관련 부처 간 협의가 있거나 논의되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상갑 변호사는 "정부가 기본적으로 역사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한다. 광주법원 1심 승소는 물론 앞선 관련 판결에서 이 변호사는 정부의 지원을 단 한차례도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65년 협정이 재산관계에 대한 것이지 불법 식민지배에 의한 청구권을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라며, 일본이 도의적 책임 뿐 아니라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정부가 박정희 정권의 어두운 유산을 깨끗하게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지로 관련 문제에 임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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