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에 기습적 대규모 경찰 투입
- 공사장 대치중…노인 많아 위험해
- 공동체 파괴, 인권과 재산권 문제
- 우회 건설, 증용량 등 타협안 논의해야■ 방송 :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고준길 현장 주민, 김제남 정의당 의원
8년여를 갈등해 온 경남 밀양의 송전탑 공사.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공사가 중단된 상태였는데요. 어제 한전 측에서 공사재개를 금주 안에 하겠다고 알려온 지 하루 만인 오늘 새벽 6시 30분경에 공권력이 이미 투입되기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옵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요? 직접 현장을 연결해 보죠. 밀양 송전탑 현장에 있는 주민, 고준길 씨가 연결 돼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정확히 어디 계시는 건가요?
◆ 고준길> 저는 단장면 바드리 마을 입구에 있습니다.
◇ 김현정> 공사장 입구에 계세요?
◆ 고준길> 공사장 입구까지는 못 가고요. 공사장 올라가는 길목에 경찰이 열 대 정도 병력을 투입했습니다. 지금 올라가는 길 중간에서 막고 있습니다. 지금 공사장 근처까지 접근이 안 되는 상황입니다.
◇ 김현정> 지금 경찰과 대치중이신 거군요?
◆ 고준길> 그렇죠. 우리 바드리마을이 단장면인데, 새벽에 경찰 버스 10대가 갑자기 들이닥쳤고. 우리는 그걸 보고 ‘오늘은 한전 사장이 기자회견을 해서 공사가 안 들어올 것이다.’ 그렇게 판단하고 있었는데 기습적으로 이렇게 속였죠. 한전이 그렇게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는 겁니다. 오늘은 기자회견 듣고 우리가 대처할까 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많은 병력이 투입됐고요. 지금 공사장 근처도 아니고 아주 아예 길을 막고 있어요. 공사장 올라가는 길을 중간에 차단하고 주민들하고 싸우고 대치하고 밀고 당기고. 이렇게 하고 많이 밀어붙이니까 한 50m씩 또 뒤로 물러가고. 그런 일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주민은 몇 분이나 나와 계세요?
◆ 고준길> 주민은 한 50~60명 정도 왔어요.
◇ 김현정> 경찰은 얼마나 나와 있습니까?
◆ 고준길> 경찰버스 10대가 왔어요. 길이 여러 군데 있기 때문에 우리가 지금 올라가는 길 쪽으로는 한 100여 명이 와서 지키고 있고, 또 지금 위로도...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은 단장면 바드리 쪽만이 아니고, 아마 밀양 4개면에 다 이렇게 똑같이 공권력 몇 백 명씩 투입 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공사장 입구를 막고 계시는 거군요. 공사장 안에는 지금 주민들이 천막치고 계속 돌아가면서 농성하셨잖아요.
(자료사진)
◆ 고준길> 그렇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여러 곳에서 벌써 일주일, 열흘 전부터 거기에 밤낮으로 가서 지키고 있고. 거기에 방공호 비슷한 굴을 파고, 진지를 구축해서 하고 있는데. 정말 이건... 우리는 정말 목숨을 내놓고 싸울 수밖에 없고, 이번에 지면 우리는 일어설 수가 없습니다. (울음) 그래서 우리는 목숨을 내 놓고 이번에는 다 죽을 겁니다.
공사를 계속... 이렇게 3천명이 뭡니까? 3천명이나 하는 병력을 우리 70~80대 노인을 상대로 싸우는 것은 이건 야만이고... 이건 야만 대통령이고, 야만의 나라입니다. (울음) 노인들이 무슨 힘이 있습니까? 거기에 3천명의 공권력을 투입한다는 이런 일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온 국민이 분개하고 우리를 지원하고 우리를 좀 살려주세요. 우리 국민이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안이 아닙니다. 우리 7, 80 노인이 무슨 힘이 있어서 이 3천명의 병력과 맞서서 싸우겠습니까?
◇ 김현정> 지금 경찰과 대치중에서 격한 심정으로 울먹이면서 말씀을 하시는데요. 지금 가장 걱정이 되는 건 대부분이 노인분들이시잖아요, 그 부락의 주민들. 그래서 경찰과 이렇게 대치하다가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까봐 저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 고준길> 우리도 지금 제일 걱정하는 것이 주민들이 8년째, 이렇게 오랫동안 싸웠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상당히 스트레스를 당하고 해서 돌발행동이 충분히 예측 가능합니다. 저번에 이치우 어른 한 분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더 많은 사람이 죽을런지 모르고. 지금 극한 상황에, 심리적으로 극한 상황에 왔기 때문에 이 싸움이 이렇게 수천명, 3천명의 공권력을 투입한다고 하면 여기에 생기는 사고는 반드시 필연적이고, 더 많은 사람이 죽지 않겠느냐 이런 걱정이 됩니다.
◇ 김현정> 그런 걱정까지 들 정도로 주민들이 다 격해 있는 상태인가요?
◆ 고준길> 그렇죠. 우리 주민들은 뭐라고 할까요. 이 지금 상황이 너무... 우리의 요구는 하나도 안 들어주고, 정부에서도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그냥 공권력으로 주민들을 제압하겠다고 하니까... 여기에는 반드시 큰 사고가 발생 안 할 수 없는 필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런 것을 갖다가 언론이나 많은 분들이 좀 나서서 일단 공사를 중지시키고, 한전과 주민이 새로운 대화를 나누는 그런 장을 마련해야 안 되겠나 싶고요. 하루빨리 공사가 들어오지 않도록 국민들이 나서서 도와주시면 좋겠다, 그런 생각입니다. 굉장히 위급해서 또다시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하는 상황이 이번에는 틀림없이 일어나겠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확실한 거죠.
◇ 김현정> 제2의 용산참사 이런 얘기까지 나오던데, 걱정이 큽니다.
◆ 고준길> 여기에 무슨 119 응급차도 오고 많은 병력이 자꾸 투입 되는 것 같아요. 이제 본격적으로 공사를 하겠다는 것을 한전은 이런 식으로 우리 주민을 우롱하고. 이렇게 오늘 119도 오고 많은 차가 자꾸 올라오고 있습니다.
◇ 김현정> 일단은 안전하고 아무도 다치지 않는 게 최우선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임해 주셨으면 좋겠고요. 저희가 상황이 바뀌게 되면 다시 연결하겠습니다.
이어서 정의당의 김제남 의원 연결해서 상황을 객관적으로 들어봐야겠습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 (자료사진)
◇ 김현정> 지금 벌써 공권력이 투입 됐네요?
◆ 김제남> 그렇습니다. 저희는 대국민 호소를 발표하고 주민들에게 미리 말씀을 드리고 할 줄 알았더니 이렇게 기습적으로 하니까... 또다시 주민들을 굉장히 공포와 협박의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네요.
◇ 김현정> 오늘 10시 반에 한전 측에서 대국민 호소를 하겠다고 했는데, 호소가 있기 전에 이미 공권력이 투입 됐다는 말씀이군요?
◆ 김제남> 네.
◇ 김현정> 그런데 한전 측에서는 ‘이미 마을 주민 절반이 한전이 내 놓은 보상안에 합의했다. 그래서 공사 시작한다.’ 이건데, 아닌가요?
◆ 김제남> 밀양 송전탑 경과지 지역주민의 63%. 70% 가까운 한 3천여 명 주민들은 이번 정부가 내놨던, 정홍원 총리가 내놓았던 특별 보상안에 반대 서명을 해서 서명용지를 이미 한전과 정부에 다 내놨습니다. 지금 현재 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특별 보상 필요 없다’, 지금까지 8년 동안 단 한 번도 변함없는 주민의 요구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1800여 가구에 각 4백만 원씩 주겠다’는 보상안. 보상안이 적다는 건가요, 아니면 아예 보상이고 뭐고 필요 없으니 송전탑 짓지 말라, 이건가요?
◆ 김제남> 앞서 우리 주민께서 말씀하셨는데요. 보상받으려고 8년 동안 송전탑을 온 몸으로 막으신 게 아니라는 거죠. 주민들은 고향 지키면서 자자손손 살아온 내 고향땅 지키고 농사짓고 살겠고. 또 우리 후손들에게도 송전탑 없는 평화로운 마을을 물려주겠다고 하는 이 노인들의 유언과 같은 것입니다. 정말 유언과 같은... 그걸 지금 8년 동안 지키고 계시는 거고. 그렇기 때문에 이런 특별보상과 같은 방식으로는 밀양 송전탑 문제, 저는 해결 안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예를 들어 여당에 반대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러니까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이렇게 반대하는 것 아니냐, 이런 생각하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네요. 어떻게 보세요?
◆ 김제남> 밀양 송전탑 문제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고요. 주민들의 인권의 문제이고, 주민들의 생명과 재산권의 문제입니다. 더 나아가서는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 에너지를 생산해서 나누는 데 있어서 어떤 특정 주민들은 불이익을 받고. 심지어는 고향의 땅과 공동체가 파괴되는 것까지 묵과하는 이런 부정의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거죠. 이건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의로운 문제를 바로 잡자고 하는 것이고, 국가가 어떤 경우에든 국민의 인권과 재산권 침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고요. 그건 밀양 주민들의 경우에도 예외일 수 없는 것입니다.
◇ 김현정> 지금 걱정되는 건 누군가 다칠까봐, 노인분들이 많이 계시니까요.
◆ 김제남> 가장 걱정입니다. 7~80대의 노인들이신데요.
◇ 김현정> 그러니까 제일 큰 걱정인데. 그런 불미스러운 상황까지 가지 않고 해결책을 찾을 방법은 지금 없겠습니까?
◆ 김제남> 그래서 여전히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타협을 하고 계시거든요. 그러니까 송전탑을 여러 가지로 우회한다든지, 765초과 송전탑이 아닌 방식으로 증용량하는 방식이라든지, 이렇게 주민들은 대안을 가지고 타협 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하나도 바뀌고 있지를 않아요. ‘765 초과 송전탑이 아니면 안 된다.’ 이 얘기만 하고 계시고.
◇ 김현정> 765㎸(킬로볼트) 대용량이죠?
◆ 김제남> 네. 때로는 철탑이 주민들의 어떤 생존, 주거 공간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일부 철탑을 우회하는 방법까지도 주민들은 타협을 하면서 얘기 하고 있는데, 정부는 지금 단 하나 어떤 대안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은 거고요. 지금까지 국회에서도 수없이 많은 대안을 한전과 정부 측에 제안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