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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야 해결 돼"…무덤 판 밀양, 제2의 용산참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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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 들어서면 어차피 못살 게 될 텐데, 죽어도 현장에서 철탑을 막다가 죽을 겁니다. 끌려나오면 그 자리에서 죽을 거예요."

"우리가 죽으면 사태가 깨끗하게 해결이 돼요. 한전이 이번만큼은 반드시 공사재개를 해서 여기서 깨끗하게 끝냅시다."

밀양 송전탑 건설현장인 밀양시 부북면 평밭마을 127번 송전탑 예정지 옆에 움막과 함께 무덤처럼 파놓은 구덩이 앞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말끝마다 죽겠다는 얘길 꺼냈다.

8년 동안 한전과 용역 직원, 경찰에 맞서 온갖 죽을 고생을 해온 할머니들의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윤제분(57) 씨는 "구덩이 안에 들어가 확 불을 질러버리겠다. 우리만 죽지 않겠다. 누구든 잡히는 대로 함께 구덩이 안에서 죽겠다"는 등의 살벌한 말도 서슴치 않았다. 실제로 허리에 찬 가방에는 기름이 들어있다고 했다.

◈ "우리 죽어야 해결된다" 밀양 할매들 결사저지

이쯤되면 저절로 용산참사가 떠올려질 정도였다.

실제로 밀양사태는 2012년 1월 산외면 보라마을에 살던 고 이치우(당시 74살)씨가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분신해 숨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할머니들은 주민들이 죽어야 사태가 해결된다고 강조했다.

한옥순(66) 할머니는 "우리야 10년 더 살겠나. 후손들에게 이런 싸움 물려주기 싫다. 지난 번 공사강행 때에도 죽으려고 실제로 목에 줄을 맸다가 다른 할머니들이 말려서 못 죽었지"라고 말했다.

한 씨는 "우리는 큰 욕심 없고, 지금까지 살던 대로 살겠다는 것 뿐"이라며 "단식하든 죽든 공사를 막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총리에 이어, 경찰청장까지 밀양을 직접 방문하면서 공사재개가 임박했지만, 반대 주민들은 목숨까지 내놓겠다며 결전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공권력 투입에 대해 "얼마 되지도 않는 늙은이들 잡으려고 3천명이나 되는 경찰들이 온다는게 말이나 되느냐. 경찰들 동원해서 힘없는 할머니들과 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냐"며 분개했다.

할머니들은 보상에 대해 강한 반발심을 보였다. "보상에 '보'자도 우리는 말 안 한다. 400만 원 직접보상한다는데 100만 원 보태서 500만 원 줄테니 그 돈으로 차라리 지중화를 해라"고 했다.

◈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생명 위협받는 불상사 어떻게든 막아야"

 


이처럼 끔찍할 결말로 이어지는 예상까지 나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29일 보도자료를 내고 대화를 통한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정의평화위원회는 "정부와 한전은 공사 강행 의사를 우선 중단하고 주민들과의 직접 대화에 진심으로 임하라"며 "비용과 시간의 문제보다 앞서는 것이 사람의 목숨임을 유념하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위원회는 주민들을 향해서도 "분노와 슬픔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혹여 생명을 잃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며 "부디 분노와 슬픔을 가라앉히고 정부와 한전과의 대화에 다시 한 번 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민들에게도 "밀양의 갈등을 단순히 지역 님비현상으로만 이해하지 말아달라"며 "오히려 도시민의 안락을 위해 희생되고 있는 송전선로 주변 마을의 상처를 헤아려 갈등의 발단인 정부의 에너지 공급정책의 문제점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위원회는 "생명이 위협받는 불상사는 어떻게든 막아야 함을 절박하게 호소한다"며 "부디 양측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방법을 모색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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