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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졸업 의사'라던 약혼자…알고보니 '중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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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전제로 수천만원 뜯어내…독학한 지식에 '진짜 의사'도 속아

서 씨는 하버드 의대 마크가 찍힌 의사가운을 입고 병원 로비에서 사진을 찍어 피해자를 속였다. 심지어 부교수 직함으로 명함도 만들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제공)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국내 유명 사립대 성형외과 부교수를 사칭,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낸 3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가짜 의사'는 중학교 졸업 학력인데도 독학 끝에 습득한 의학 전문지식을 유창하게 구사하며 의료봉사활동까지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17일 경찰에 따르면 모 항공사 승무원이었던 30대 A 씨는 지난 2011년 5월 지인으로부터 미국 하버드 의대를 졸업했다는 서모(31) 씨를 소개받았다.

미국 시민권자라는 서 씨는 하버드 의대를 나와 국내 유명 사립대에서 성형외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했다. 서 씨는 싸이월드 미니홈피와 유학생 친목모임 사이트를 통해 같은 의사나 미 유학생들과도 자주 교류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버드 의대 마크가 찍힌 의사 가운과 부교수 명함을 본 A 씨는 서 씨의 말을 굳게 믿었다. 서 씨는 영어로 쓰인 전문 의학서적을 술술 읽고 일부 의사들과 지방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오기도 했다.

A 씨는 서 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게 됐고, 지난해 5월부터는 동거를 시작했다. 서 씨는 동거 기간에 재벌가 3세와 친분이 있는 것처럼 속여 A 씨로부터 결혼 축의금 등 각종 활동비 명목으로 5000만원 가량을 받아갔다.

A 씨와 서 씨는 1년 여의 동거 끝에 올 9월 결혼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 시민권자라는 서 씨는 함께 미국으로 출국하기로 약속한 지난 5월 돌연 잠적했다.

A 씨는 갑자기 사라진 예비신랑이 걱정돼 경찰서를 찾았다. 경찰은 통신수사 등을 거쳐 지방을 전전하던 서 씨를 찾아냈다. 하지만 서 씨는 하버드 의대를 졸업한 의사가 아니라 중학교를 겨우 마친 무직자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처럼 의사를 사칭하며 A 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서 씨를 구속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서 씨는 약 6년 전부터 인터넷에서 미국 유학생과 의사를 사칭하며 실제 의사 등과 교류해 친분을 쌓은 뒤 이를 토대로 다시 피해자에게 접근해 사기 행각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학교 졸업 학력에다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 출국한 적도 없던 서 씨는 가짜 의사 가운을 만들고 대학병원 로비에서 만나는 등 치밀한 준비로 A 씨를 속였다.

전문 의학서적을 구입해 독학으로 의학지식과 전문용어를 익혀 실제 의사들까지도 속일 수 있었던 서 씨에게 A 씨를 속이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

경찰은 서 씨가 A 씨 외에도 다른 여성들도 여럿 만난 점 등을 토대로 의사를 사칭한 사기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 씨 핸드폰에 저장된 여성들 몇 명과 통화를 해 보니 대부분 서 씨를 촉망받는 의사로 알고 있었다”며 “A 씨처럼 사기를 당한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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