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새벽 전두환 비자금 수사와 관련해 검찰에 소환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가 검찰에 소환돼 18시간 넘게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뒤 4일 새벽 귀가했다.
재용 씨는 당초 검찰수사계획보다 일찍 자진출석 형식으로 소환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검찰의 밤샘 조사 뒤 "조만간 입장을 정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혀 전 전 대통령의 일가의 미납추징급 자진납부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전두환 일가 미납추징금 특별환수팀(팀장 김형준 부장검사)은 전날 오전 7시 30분쯤 재용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8시간 넘게 강도 높게 조사를 벌인 뒤 4일 오전 1시 45분쯤 돌려보냈다.
재용 씨는 전 전 대통령의 자녀로는 첫 검찰 소환자로 부인 박상아 씨가 소환된 지 사흘만,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 한 지 50일 만에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밤샘 검찰 조사로 다소 피곤한 표정이었던 재용 씨는 '오산땅 거래 과정에서 세금 탈루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먼저 여러가지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검찰 조사받는 동안에 질문 주시는 내용 최선을 다해 성실하게 답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부친인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해외 부동산을 구입한 것이 맞느냐'는 질문과 '자진납부 의사를 검찰에 밝혔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조만간 입장을 정리해 말씀드리겠다"며 말을 아낀 뒤 검찰 청사를 빠져나갔다.
검찰은 재용 씨를 상대로 외삼촌인 이창석 씨와 공모해 경기도 오산 땅을 불법증여 받고 그 과정에서 124억여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집중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인 박상아 씨 명의로 사들인 수십억원대의 미국 주택과 재용 씨 소유의 이태원 고급빌라의 구입자금으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사용됐다는 의혹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5일 재용 씨의 장모와 처제를 소환해 조사했고 지난달 31일에는 박상아 씨 역시 소환해 15시간 넘게 조사했다.
검찰은 재용 씨에 대한 조사내용을 검토한 뒤 재용 씨의 신병처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한편,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최근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등지에서 모임을 갖고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왔고, 미납 추징금의 절반인 800억원 이상을 납부하기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납부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분납해서 내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전 씨의 자녀인 삼형제(재국.재용.재만)와 딸 효선 씨가 각기 분담해서 나눠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