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큰 별' 김수환(金壽煥) 추기경이 향년 87세의 나이로 선종(善終)한 가운데 18일 오전 서울 명동성당에 마련된 빈소를 찾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조문을 마친 뒤 밖으로 나오고 있다. 박정호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내부적으로 미납 추징금(1672억원) 가운데, 절반가량인 800억원을 자진납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과 전 전대통령측 인사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씨 일가는 최근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등지에서 모임을 갖고 미납 추징금 자진납부 방안에 대해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이들은 연쇄 접촉을 통해 미납 추징금의 절반인 800억원 가량을 납부하기로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800억원은 검찰이 내부적으로 환수목표로 정했던 금액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이들은 납부 금액이 적지 않은 만큼 분납해서 내는 방안을 논의했으며 전씨의 자녀인 삼형제(재국.재용.재만)와 딸 효선씨가 각기 분담해서 나눠내기로 했다.
전씨 일가와 가까운 인사는 "이같은 방안을 최종적으로 전 전 대통령에게 알렸으며 현재는 재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자금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비자금 유입 의혹을 받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마련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경기도 오산 땅, 서울 이태원 빌라, 한남동 땅 등 그동안 주목을 받아 온 부동산을 매각해 추징금을 대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는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낼 경우, 막대한 비자금의 규모가 드러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측 관계자는 이에대해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 달리 장남 재국씨도 자진납부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외삼촌 이창석 씨(구속)에 이어 장모, 처제, 부인 등 주변인물이 잇따라 조사를 받은 차남 재용씨가 자진납부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씨 일가가 800억원 가량을 추징금으로 내기로 의견접근을 했지만, 아직 자녀들이 어떤 비율로 낼지를 놓고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물려받은 재산이 많은 장남 재국 씨는 동등하게 200억원씩 내자는 입장이지만, 재용 씨 등 다른 자녀들은 이에 반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자진납부 논의가 본격화했지만, 실제 실행으로 옮겨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수도 있다.
전씨 일가는 이달초 모임을 하고 분담비율 등을 놓고 다시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은 전 전대통령의 차남 재용 씨의 부인 박상아 씨와 장모 윤모 씨, 그리고 처제 등을 줄소환하는 등 전씨 측의 자진 납부를 위한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