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도, 감사원도…달은 말고 손가락만 보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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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하근찬의 아침뉴스] 본질은 외면하고 곁가지에만 매달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8월="" 27일="" 화요일="" 아침뉴스="" 하근찬입니다.="">

가만히 보면 우리 정치판은 늘 본질은 외면하고 곁가지에 매달릴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국정원 문제, 그것의 본질을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 마찬가지로 이번엔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 문제도 또 그렇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양 전 원장의 사퇴를 계기로 감사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 공고히 하려는 게 아니라 인사 개입 논란 등 드러난 문제만 놓고 단순한 '진실게임'에 매달려 있습니다.

국민은 달을 쳐다보고 있는데 정치권은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보고 있는 건 아닌지, 국민들은 그게 답답할 따름입니다.

<오늘의 주요="" 뉴습니다.="">

▶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결정적인 시점에서 왜곡된 정황이 다시 한 번 드러났습니다.

▶ 원세훈 전 국정원장 첫 공판에서 "정치적 중립을 강조했다"는 원 전 원장 진술이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수사 초점이 장남 재국 씨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 양건 전 감사원장이 청와대의 외압 의혹을 시사하고 사퇴하면서 공기업, 공공기관장 인사도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 현대자동차가 회사에 비판적인 집회를 막기 위해 사원들을 동원해 유령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경찰, 국정원="" 댓글="" 수사="" 날조·왜곡="">

▶ 지난주 끝난 국정원 국정조사에서 주목을 받지 못한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대선을 이틀 앞둔 지난해 12월 17일 "국정원 직원이 댓글을 단 흔적이 없었다"는 경찰의 발표가 사실상 왜곡·날조됐다는 내용입니다.

권민철 기자가 국정조사 결산 차원에서 당시 경찰 발표의 전후 사정과 의미 등을 정리해 봤습니다.

= 대선을 불과 이틀 남겨 둔 작년 12월 17일 아침.

경찰은 나흘간 진행한 댓글 사건에 대한 이른바 '중간 수사 결과'라는 걸 발표합니다.

때가 때인지라 이 내용은 발표된 그대로 국내 거의 모든 언론의 톱뉴스를 장식하는데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에 따르면 이는 고스란히 여론에 반영됩니다.

골든크로스 즉, 문재인·박근혜 후보 간 지지율 역전 지점에서 이 사건이 발표돼 여론에 영향을 줬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경찰의 발표는 교묘하고도 간교하게 기획된 걸로 드러났습니다.

당시 서울경찰청은 디지털증거분석을 통해 국정원이 특정 글에 대한 찬반 활동으로 인터넷 여론을 왜곡해 온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수사발표에는 이런 사실을 쏙 뺐습니다.

이것이 경찰 스스로 만든 분석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라는 이유에섭니다.

이 분석 범위는 국정원 직원이 자신의 컴퓨터를 임의제출하면서 "이러이러한 것만 수색해 달라"고 해서 정해진 겁니다.

이런 분석 범위에 따라 시점이 10월 이전인 글은 모두 뺐고, 4개 키워드 이외의 글을 사용한 댓글이나 게시글을 확인해 놓고도 결과 발표에서 뺐습니다.

특히 국정원 직원이 IP 주소를 바꿔가며 지속적으로 특정 글에 찬반 클릭을 눌러 사이버 여론을 조작한 사실도 발견됐지만, 역시 누락됐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 발표 과정도 구린내가 진동합니다.

발표 내용과 시기에 대해 수사의 주체인 수서경찰서는 처음부터 배제됐습니다.

이 같은 발표 이후 며칠 만에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의 선거 관련 글까지도 찾아냈지만, 그때는 이미 대선이 끝난 뒤였습니다.

이 같은 역사적(?) 수사 발표를 결정한 장본인은 김용판 당시 서울경찰청장.

그는 발표 전후 국정원 국장으로부터 전화도 받고 전날에는 청와대 부근에서 5시간 동안 의문의 오찬 회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증인 선서를 거부한 그는 그러나 "수사 결과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인데다 국정조사 청문 위원들조차도 잘못 이해하고 있을 정도로 복잡한 구석이 많은 이번 사건 재판 과정을 국민들이 눈을 부릅뜨고 지켜봐야겠습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윤성호 기자/자료사진)

 

<원세훈, '정치="" 중립'="" 발언="" 짜깁기="" 조작="">

▶ 어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첫 공판에서부터 원 전 원장 진술의 거짓이 드러났습니다.

원 전 원장 측은 "두서없이 한 발언이었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했습니다.

김중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 검찰은 어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 내내 "정부·여당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국을 만들기 위해 심리 전담팀을 운영했다"며 원 전 원장을 몰아붙였습니다.

특히 "원 전 원장의 '정치적 중립성'을 증명하는 발언"이라며 국정원 측이 검찰에 제출한 발언 요지마저 '짜깁기' 조작임을 조목조목 따져 원 전 원장 측을 당황케 했습니다.

국정원이 검찰에 제출한 발언 요지 중 2009년 11월 20일 자에는 "마지막 공직 생활이라는 각오로 업무를 추진하고 직원들을 인솔해야 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마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한 대목 같지만, 앞뒤 발언을 종합해 보면 내용이 180도 달라집니다.

전체 발언록을 보니 "많은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우리가 일하는 게 맞다", "국민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건 여당"이라는 노골적인 정치 편향 발언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또, 지난해 1월 27일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오해를 유발하지 않도록 직원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기 바란다"는 발언 요지도 앞뒤 말을 종합해 보면 정치적 중립성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같은 날 원 전 원장은 내곡동 사저 문제와 관련해 "잘 차단하게 해 주라"는 정치적 지시를 잊지 않았습니다.

변호인 측은 원 전 원장이 여당 측의 줄기찬 요구에도 NLL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아 사퇴 압박까지 받았던 사실을 들어 검찰 측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다만 '국정원이 제출한 발언 요지가 조작된 것'이라는 검찰 측 주장에는 "아직 정확한 내용을 알지 못해 검찰 측 주장을 검토해 보고 반박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습니다.

<전두환 추징금="" 수사="" 초점="" 장남="" 재국="" 씨로="">

▶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미납 추징금 관련 검찰 수사 타깃이 차남 재용 씨에서 장남 재국 씨 쪽으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자진 납부 압박용으로 읽히는데 정영철 기잡니다.

=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 씨에게 경기도 오산 땅 등 수백억 원의 재산을 이전시킨 전 전 대통령 처남 이창석 씨를 구속한 검찰의 다음 소환 대상은 재용 씨로 꼽혔습니다.

검찰은 일찍이 이창석 씨가 경기도 오산 땅을 헐값에 재용 씨에게 넘기는 과정에서 재용 씨와 짜고 증여세를 탈루한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하지만 재용 씨 소환은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이번 주 안에는 소환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검찰의 칼끝은 장남 재국 씨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최근 미술품 거래 장부를 분석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등 재국 씨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또, 재국 씨 관련 비자금을 관리한 이재홍 씨 계좌를 전격 압류하면서 압박 수위를 높였습니다.

검찰이 수사 방향을 바꾼 것은 재국 씨를 압박해 추징금 자진 납부를 이끌어 내기 위한 전략으로 것으로 분석됩니다.

얼마 전 미납 추징금 자진 납부를 논의한 전 전 대통령 일가 가족회의에서 재국 씨가 가장 강하게 자진 납부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양건 감사원장이 지난 26일 오전 서울 종로 감사원에서 열린 감사원장 이임식에 참석해 이임사를 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자료사진)

 

<'양건 파동'으로 공기업 인사 늦어지나?>

▶ 양건 전 감사원장이 청와대 외압 의혹을 시사하고 사퇴하면서 공기업, 공공기관 인사도 영향을 받게 됐습니다.

가뜩이나 늦어진 인사가 더 늦어질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안성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 양건 전 감사원장이 임기를 1년 7개월 남겨두고 어제 퇴임했습니다.

퇴임식에서 "감사원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려고 했지만, 돌이켜보니 역부족이었다"는 말로 외압 가능성을 시사, 정국에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양 전 원장이 과거에 정치권 인사를 감사위원으로 임명 제청했던 전력이 있고, 4대강 감사가 '정치 감사'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큰 호응을 얻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양 전 원장의 외압설 제기로 박근혜 정부의 공기업 인사는 더욱 더뎌질 것으로 보입니다.

'임기가 남은 인사들을 내보내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고 후속 인사에서 낙하산, 관치 잡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두드린 돌다리도 한 번 더 두드려 건너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자 청와대 비서진 개편으로 인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했던 공직사회는 또다시 술렁이고 있습니다.

상당수 공기업 사장이 공석으로 있거나 퇴임이 기정사실화한 수장이 후임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공기업 인사가 늦어지면서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로 국정감사를 받거나 퇴임을 코앞에 둔 사장 또는 미처 업무 파악을 못 한 신임 기관장이 국정감사를 받으면서 부실감사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직원="" 동원해="" '유령="" 집회'="" 여는="" 까닭="">

▶ 현대자동차가 회사에 비판적인 집회를 막기 위해 사원들을 동원해 '유령 집회'를 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민재 기잡니다.

=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에 근무하는 A 씨는 본사 서관 2층 대강당으로 오라는 지시만 받으면 힘이 빠집니다.

아침과 밤 9시 대강당에 모이라는 건 회사에 비판적인 집회를 막기 위한 가짜 집회에 동원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차장급 이하인 사원들이 적게는 50여 명, 많게는 200여 명이 조별로 3시간씩 집회에 동원됩니다.

본사 보안 관리팀에게 정신교육을 받고 거리에 나서지만, 하는 일이라고는 조별로 우두커니 서 있는 것뿐입니다.

A 씨는 "개인 시간도 뺏길 뿐 아니라 쌓인 업무를 처리해야 해서 마음이 무겁다"고 말합니다.

또 "'이런 일을 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나' 하는 생각에 자괴감마저 든다"고 털어놨습니다.

시민사회는 집회 결사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하는 꼴이라고 지적합니다.

<민주주의를 위한="" 변호사="" 모임=""> 박주민 변호사입니다.

"대부분 대기업은 실제로 돈을 써서 집회를 막는 거죠. 양심상 가책을 받을 수 있겠죠. 노노 간 갈등도 발생할 수 있는 거예요."

이에 대해 현대차 측은 회사 진입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반응입니다

"비정규직 노조 등 시위하는 사람들이 회사를 강압적으로 진입하려고 시도해서 회사 입장에서는 인력을 동원해 지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유령 집회 때마다 사원들이 두르는 어깨띠엔 '기업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이라고 적혀 있지만, 바쁜 직원들 일손을 놓게 하는 유령 집회가 오히려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습니다.

<신문으로 보는="" 세상,="" '아침="" 신문="" 읽기'="" 이희진="" 기잡니다.="">

▶ 국정원이 대한민국 국정원이 아니라 완전히 '여당 국정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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