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가 지난주 끝난 가운데 지난해 12월 16일 밤 11시에 발표된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가 결정적인 지점에서 왜곡된 정황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당시 사건을 지휘했던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19일 청문회에서 “국정원 김 직원이 ‘오늘의 유머’라는 사이트에서 여론 조작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이는 다수의 ‘추천 조작, 반대 조작 되었습니다’라는 문서들을 확인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권 과장은 민주당 전해철 의원의 질의에 대답하면서 “예컨대 ‘숲속의 참치’라는 닉네임으로 ‘저는 박근혜 찍습니다’라는 글에 반대를 한 그러한 문서들은 저희들이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 같은 증언에 대해 권 과장은 26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추천 조작, 반대 조작 되었습니다’라는 문서는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서울청 증거분석팀이 보내온 증거분석물을 통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 같은 문서를 서울청 증거분석팀이 이미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문제의 문서가 어떤 성격의 것인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청문회에서 밝힌 것 이상으로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국정원이 사이버 심리전에 참여한 직원들로부터 작업결과를 보고받아왔던 점이 알려진 사실을 감안하면 이 문서 역시 김 씨의 작업 내역을 상부에 보고한 문서로 추정된다.
이에따라 이런 내용을 제외시킨 당시 서울청 주도의 ‘중간수사결과’ 발표의 신뢰도는 다시 한번 의심받게 됐다.
문제의 ‘중간수사결과’의 핵심은 ‘국정원 직원 김 씨가 10월 이후 문재인 박근혜 대선후보에 대한 비방 지지 게시글이나 댓글을 게재한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국정조사를 통해 당시 경찰은 김 씨가 인터넷 여론 사이트들을 드나들며 박근혜 후보 지지글에 찬성 클릭을 하는 등 여론 왜곡 활동을 한 사실과 IP를 주소를 변경해가며 여러 정치적인 게시글을 올리고 댓글을 다는 비정상적인 커뮤니티 활동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이 같은 주요 혐의점 역시 ‘중간수사결과’에서 하나 같이 누락됐다.
서울경찰철 디지털증거분석실의 CCTV (이상규 의원실 제공)
이와 관련해 당시 서울경찰청 김병찬 수사2계장은 19일 청문회에서 “국정원 여직원이 컴퓨터를 임의제출 할 당시에 임의제출서에 (분석 범위를) 10월 이후 박근혜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 비방글을 올렸는지 여부로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김 씨의 10월 이전 선거개입 활동이나 박근혜 문재인 후보와 관련한 글을 작성한 행위, 그런 글을 열람한 행위, 그 같은 글에 대한 찬반 클릭 행위는 모두 ‘분석범위’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이렇게 임의제출물에 입각해 증거분석 범위를 지정한 경위에 대해 서울경찰청 김수미 분석관은 19일 청문회에서 “판례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권은희 과장은 “이는 판례를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서울경찰청의 이 같은 다소 황당한 증거분석 범위 설정에 대해 “경찰이 분석 결과를 왜곡 은폐하려는 논리 개발을 위해 국정원측이 김 모 씨의 컴퓨터를 임의제출하면서 낸 임의제출서에 주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16일 공개된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이후 대선 표심이 심하게 요동친 것으로 드러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당시 공표되지 않은 리얼미터와 방송 3사의 여론 조사결과를 보면, 문재인후보가 박근혜 후보를 앞서기 시작했다가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 이후 다시 꺾이는 이른바 골든크로스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경찰 발표가 여론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