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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달라'보다..'도와줄까요' 먼저 물어봐주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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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조금 불편한 것일 뿐" 대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임석식 팀장

한 때 잘나가던 사업가였던 20대 청년은 한 순간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얻고 걷지 못하게 됐다. 그런 청년이 20년이 지난 지금 자신과 비슷한 처지를 가진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일하고 있다. 대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장애인 인권을 담당하고 있는 임석식 팀장.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임석식 팀장이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를 못 쓰게 된 것은 지난 1992년.

비가 오는 날 고속도로를 달리다 서행하는 차를 발견하지 못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 사고로 임 팀장은 더 이상 두발로 서지 못하게 됐고 이후 20년 동안 임 팀장의 발은 휠체어가 대신했다.

그가 장애인 인권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휠체어를 타면서부터다.

“재활 치료를 받으러 갔는데 거기에 그렇게 장애인이 많더라고요. 그 모습을 본 뒤 휠체어를 타고 택시를 잡으려는 데 차를 안 세워줍디다. 겨우 한 대 세웠는데 선심 쓰는 것처럼 말을 하더라고요.”

장애 꼬리표를 달고 사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는 임 팀장.
노인관련 시설에서 근무하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게 됐고 장애인 인권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다.

장애인 인권과 관련돼 본격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그 곳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는 장애인이었지만, 친구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그를 같은 눈높이에서 바라봐주고 이해해줬다.

거기서 임 팀장은 자신의 친구들처럼 장애인을 이해해주는 사회가 된다면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도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고 장애인 인권을 위해 일하게 될 힘을 얻었다.

그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서 자신과 같은 처지의 장애인들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차별 받지 않도록 교육이나 상담을 해주는 일을 한다.

거창한 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에게 상담이나 교육을 받는 장애인들은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자꾸 차별을 받게 되면 장애인들이 밖에 나오기 더 힘들어져요. 장애가 없는 일반 사람들도 저처럼 어느 순간에 장애인이 될 수도 있어요.”

임 팀장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다.

“상담을 하는 데 가장 황당했던 게 식당에 장애인이 밥을 먹으러 갔는데 휠체어를 밖에다 놓고 들어오라고 했다는거에요. 말이 됩니까. 그 장애인의 발이 휠체어인데···”

모든 사람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은 아니다.

세상엔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좋은 사람도 많다.

임 팀장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상처를 호소하는 장애인들의 상담을 해줄 때면 가슴이 미어진다.

 



더 이상 ‘도와주세요’ 소리치지 않으면 도와주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 가장 가슴 아프다는 임 팀장.

그는 장애인 인권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이루고 싶은 작은 소망이 있다.

‘도와달라’고 먼저 말하지 않고 ‘도와줄까요’라고 먼저 물어봐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장애인이 결코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고 말한다.

장애인들도 우리와 같이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구성원이고 그들은 단지 몸이 조금 불편할 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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