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로 밀린 오너, 용상 다시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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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미래

 

STX그룹 창업주인 강덕수 회장이 '오너' 자리에서 물러난다. 올 9월 주주총회에서다. 이후 강 회장은 전문경영인 역할을 전념할 전망이다. 임무는 경영정상화다. 그럼 STX그룹이 회생하면 강 회장은 '오너'의 자리에 다시 오를까.

STX그룹 핵심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앞으로 STX가 어떻게 흘러갈지 말이 많다. 경영정상화의 핵심은 무엇일까. 관전포인트는 크게 네가지다. 채권단의 자금지원(금융ㆍ재무구조개선), 사업 구조조정과 수익성 회복, 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역할이다. 마지막은 STX조선해양이 회생할 경우, 누구에게 매각할 것이냐다.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뒤의 이야기로 다소 멀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누가 주인(오너)이 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중요한 사안이다. 먼저 경영정상화의 첫째 관전포인트인 '자금지원'부터 살펴보자.

◇자금지원 = STX에 가장 시급한 것은 재무구조 개선, 금융 부문이다. STX 유동성 위기의 원인인 STX조선해양은 지난해 698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룹의 또 다른 축(해운업)인 STX팬오션은 214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강덕수 STX그룹 회장이 주요 계열사를 대상으로 자율협약을 신청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올 7월 말 핵심 계열사인 STX조선해양이 자율협약을 체결해 재무구조 개선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채권단은 STX조선해양에 2017년까지 총 3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STX중공업과 STX엔진은 회계법인의 실사가 이뤄졌고, 이를 토대로 신규 자금이 투입된다. 8000억원 규모(STX엔진 3000억원ㆍSTX중공업 5000억원)로 예상된다.

◇사업 구조조정 = 채권단의 자금지원 이후엔 '몸집 줄이기'다. 강도 높은 사업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얘기다. 핵심은 단순하다. '경쟁력이 있는 것은 살리고, 아니면 버린다.' 채권단과 강 회장은 조선부문을 살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STX조선해양ㆍSTX중공업ㆍSTX엔진 등 그룹 조선부문 3대 계열사는 회생시키고, 비非조선(STX에너지ㆍSTX팬오션 등)과 STX다롄ㆍ유럽 해외 조선소는 매각하는 그림이다.

'효과적인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지주회사 체제가 필요하다'는 강 회장의 의견을 반영해 ㈜STX와 포스텍도 끌고 간다. STX에 정통한 조선업계 한 전문가는 "STX 조선 계열 핵심 3개사가 시너지를 갖기 위해선 하나로 연결되는 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게 바로 지주회사"라며 "현재의 돈 문제로 찢어지면 다시 네트워크를 쌓는다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STX라는 지주회사를 축으로 STX의 조선 계열사가 묶여 있다는 얘기다.

자금지원 다음은 구조조정

하지만 채권단 한편에선 '지주회사가 자율협약에 들어갈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주회사가 사업을 하는 것도 아니고, 경영정상화 이후 그룹을 다시 만드는 것도 아닌데 지주회사에 자금을 투입할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STX그룹의 조선 계열사도 뿔뿔이 흩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 회복 = 하지만 지주회사에 돈을 투입하느냐 마느냐의 문제는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도 있다. STX그룹이 살아나려면 지주회사인 ㈜STX가 아니라 STX조선해양이 부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STX조선해양에 납품하는 STX중공업ㆍSTX엔진도 덩달아 살아난다.

관건은 조선업황이 회복하느냐다. 현재 조선시장은 최악의 침체기다. 하지만 조금씩 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조선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전세계 선박 발주량은 910척을 기록,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그렇다고 과거 STX가 고속성장한 2000년대 중반 같은 호황기라는 건 아니다. 이 때문에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불황 극복 방향으로 고연비와 친환경 선박 등 기술 집중적으로 흘러가고 있고, 연구개발(R&D)이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며 "그런데 자율협약 기간에는 이 부분에 대한 투자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TX조선해양이 생존하기 위해선 채권단의 지원(금융)과 기술이라는 두 톱니바퀴가 잘 맞아 돌아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덕수 회장의 전문경영인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신홍순 강남지역본부장을 STX 계열 경영관리단 총괄단장에 임명했다. '금융, 관리ㆍ감독-채권단, 경영-강덕수' 체제가 예상된다. 홍기택 산은지주 회장 역시 "강덕수 회장은 STX그룹을 설립했고 많은 비즈니스에 직접 관여한 전문가"라며 "강 회장이 대주주의 지위를 상실하게 되더라도 그의 전문 지식을 활용하는 시스템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룹 지배력은 잃었지만 강 회장이 전문경영인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보통 기업이 자율협약에 들어간 경우 기존 경영인이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또다시 경영을 맡는다. 물론 강 회장이 현재 경영에 실패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그가 STX그룹을 재계 11위까지 끌어올린 경영 능력은 인정받는 상황이다.

STX에 정통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강 회장의 강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강덕수 회장은 사무실 안에 앉아서 감독하며 직원을 내보내 선박을 수주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해외 현장을 직접 뛰면서 해외 선주ㆍCEO, 국가 원수들을 만나며 사귀었다. 그렇게 그는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강 회장은 이라크베네수엘라 등 제3국에서 다양한 사업을 펼치며 정부측과 신뢰 관계를 쌓았다. 이라크에선 대규모 건설사업을 펼쳤다. 개발도상국에서 건설은 사업 시작의 개념이다. 그들이 원하는 것을 먼저 해주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얘기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은 후 다음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다. 보통 건설에서 시작해 해운ㆍ조선으로 사업 방향이 정해져 있다. 강 회장의 글로벌 비즈니스 마인드이기도 하다.

◇회생 후 강덕수의 역할 = 만약 채권단의 지원과 기술이 제대로 이뤄져 STX조선해양이 살아나면 STX의 조선부문이 부활할 가능성이 커진다. 강 회장으로선 매각한 비조선부문을 제외한 STX그룹의 심장을 손에 쥘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경영인 강덕수, 힘낼까

강 회장은 채권단과 회사가 회생했을 때 채권단 자금 회수 차원의 STX 계열 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받는 조건을 논의했다. 산업은행의 공식 답변이다. "회사의 비공개 경영ㆍ재무정보를 다수 포함하고 있어 STX조선해양과 계열기업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을 감안해 회사와 채권단에게만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STX측 역시 "기업과 채권단의 협약으로 밝힐 수 없는 내용이다"고 말했다. 만약 강 회장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면, 추후 경영정상화 후 주식을 사들여 다시 STX그룹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시장은 강 회장이 그만한 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오너' 자리에서 물러나 '전문경영인' 역할이 예상되는 강덕수 STX 회장. 그의 또 다른 STX 도전기가 시작될 수 있을까. 아니면 강 회장은 이대로 주저앉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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