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비밀문건'과 MB, 그리고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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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08-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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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남식 부산시장이 '한미 환경조사 합의'를 최초로 발표한 까닭은?

[오염으로 신음하는 미군기지] 주한미군기지의 상징인 용산기지의 2016년 반환을 앞두고 오염 정화 문제가 최대 이슈로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 한가운데는 한미SOFA(주둔군지위협정) 개정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주한미군기지 오염 문제와 SOFA 개정 문제를 집중 취재·보도한다.[편집자 주]

2008년 부산을 방문한 이명박 전 대통령이 허남식 부산시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자료사진/청와대)

 

이명박 정부가 미군기지 환경주권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 중인 하야리아 기지의 발암 위험성까지 은폐한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세계적인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의 '비밀문건'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주한미군이 오염투성이인 하야리아 기지를 반환하는 과정에서 부산시장 3선을 노리던 허남식 시장을 조직적으로 활용한 사실이 위키리크스 비밀문건에 생생하게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허남식 시장 또한 자신의 3연임을 위해 부산시민공원으로의 외형적 개발에만 몰두한 채 이에 적극 동조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 "허 시장에게 정치적 이득 … 미국에 손해 날 일 전혀 없어"

위키리크스 비밀문건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환경주권을 포기하고 미국과 JEAP(공동환경평가절차서. Joint Environmental Assessment Procedure)에 서둘러 합의하는 과정 등에 허남식 시장이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주한 미국대사관은 2009년 4월 9일 작성한 비밀문건에서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는 3월 18일 이미 JEAP에 합의를 해놓고도 허남식 시장에게 3월 19일 최초로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고 밝히고 있다.

3. (U) Mayor Hur's call on the Ambassador followed a March 19 press conference at Busan City Hall in which he acknowledged the March 18 JEAP agreement between the USFK and ROKG, thanked the Ambassador for her role in supporting the agreement, and publicly discussed Busan City's preparations to convert Camp Hialeah into a park. Although USFK and the ROKG reached agreement on the JEAP on March 18, it was not finalized until March 20, making Mayor Hur's announcement the first public announcement, prior to an announcement by either the ROKG or USFK.

(3. 허 시장은 3월 19일 부산시청에서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사이에 3월 18일 JEAP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한 뒤 대사를 방문해 합의를 지지해준 그녀의 역할에 감사하고, 하야리아 기지를 공원으로 전환하는 부산시의 준비에 대해 공식 논의했다.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가 3월 18일 JEAP에 합의했는데도 불구하고, 3월 20일까지 마무리되지 않은 걸로 남겨졌는데, 허 시장의 발표가 주한미군이나 한국 정부보다 앞선 최초의 공식 발표가 되도록 해주었다.)

비밀문건은 이어 "하야리아 기지 반환이 허남식 시장에게는 정치적 이득을 가져다 주고, 주한미군에게도 손해날 일이 전혀 없다"고 미국 국무부에 보고하고 있다.

5. (SBU) With the 2010 local elections approaching, Mayor Hur sees in Hialeah an opportunity to boost his political capital. Hur will seek political mileage on anything connected with the return of Hialeah, including meetings with the Ambassador and senior ROKG officials working this issue. For the Embassy and USFK, there is little or no downside to Mayor Hur's dedication, because our goal is the same: an early return of Camp Hialeah to the Korea.

(5. 2010년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허 시장은 하야리아 기지에서 정치적 이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보고 있다. 허는 하야리아 반환과 연관된 어떤 일에서든, 대사와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는 일을 포함해서, 정치적 이익을 구할 것이다. 대사와 주한미군에게는, 허 시장의 노력으로 손해 날 일이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목표, 즉 하야리아 기지의 한국으로의 조기 반환이라는 목표가 같기 때문이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캐서린 스티븐스(Kathleen Stephens)였다.

◈ 한미 합작의 '허남식 띄우기'

허남식 시장이 '한미 양국의 JEAP 합의' 사실을 최초로 발표한 3월 19일 전후의 한미 양국 움직임을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먼저, 위키리크스 비밀문건에서 밝혀진 대로 이명박 정부와 주한미군은 3월 18일 JEAP에 이미 합의해놓고도 다음해 지방선거에서 3선을 노리는 허남식 시장에게 최초의 발표 기회를 주기 위해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미 정부 간 협상이 3월 20일 타결된다"는 사실을 허남식 부산시장이 하루 앞선 3월 19일 오후 3시 '최초로' 공식 발표하게 된다.

 

그러자 외교통상부(현 외교부)와 환경부, 국방부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환기지 환경="" 치유="" 관련="" '공동환경평가절차서(jeap)'="" 합의=""> 라는 제목의 공동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를 각 부처 홈페이지에 일제히 게재했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보도자료가 게재된 시각이 '2009-03-19 15:21'로, 허 시장의 발표를 기다린 뒤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위키리크스 비밀문건과 허남식 시장의 발표대로, 한미 양국의 JEAP 합의는 3월 20일 최종적으로 이루어졌다.

허 시장과 외교통상부∙환경부∙국방부 모두 합의서에 대한 최종 서명이 이루어지기도 전에 국가 간의 중요한 합의 사실을 미리 공표하는 이상한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환경주권을 송두리째 잃게되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같은 당의 허남식 시장 3연임을 돕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였으며, 주한미군 또한 미군기지 오염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허남식 시장을 적극 활용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 오염덩어리 하야리아 기지와 허남식 시장의 3선 맞바꿔

4년을 끌어온 하야리아 기지 반환은 JEAP이 도입된지 10개월만인 2010년 1월, 지방선거를 5개월 앞두고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물론 새로 도입된 JEAP에 의한 위해성평가에도 불구하고 반환 과정이 썩 순탄치만은 않았다. 위해성평가에 의해 오염 면적을 전체 면적의 0.26%까지 축소하기는 했지만, 이에 대한 정화 책임문제를 놓고도 한동안 한미 간 줄다리기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에 대한 정화 책임마저 한국 측이 지기로 하고 하야리아 기지를 서둘러 반환받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서도 허남식 부산시장이 다시 등장한다.

이명박 정부는 2010년 1월 14일 외교통상부∙환경부∙국방부 공동보도자료를 통해 하루 전날인 13일 하야리아 기지를 비롯한 7개 미군기지를 위해성평가에 의해 반환받았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는 특히 이 보도자료에서 “부산시의 요청 등을 감안해 ‘여타 기지 반환에 선례를 구성하지 않는 방식’으로 현 상태에서 하야리아 기지를 반환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2010년 1월 14일 외교통상부, 환경부, 국방부가 합동으로 발표한 보도자료.

 


'지방선거 전 하야리아 기지 반환'을 재촉해 온 허남식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정화비용을 한국 측이 부담하기로 하고 하야리아 기지를 반환받았다는 설명이다.

허 시장은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정화 작업이 미처 시작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그 해 4월 24일 기지 내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는 등 선거에 적극 활용했고, 6월 2일 치러진 선거에서 마침내 3선에 성공했다.

결국 오염덩어리인 하야리아 기지와 허남식 시장의 3선을 맞바꾼 셈이 됐다.

◈ "허 시장이 목이 빠지게 기다려"

캐서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대사와 허남식 부산시장. (자료 사진)

 

위키리크스의 다른 비밀문건들에도 허남식 시장의 이름이 자주 오르내린다.

2008년 9월 17일 작성된 '세드니 부차관보 이상희 국방장관과 회동'이라는 제목의 비밀문건을 보면 "대사는 어제 부산에 있었는데, 허 부산시장이 부산시가 공원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하야리아 기지 반환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고 보고하고 있다.

이 비밀문건은 이어 "이 장관은 기지 반환이 특히 걱정이라고 하면서, 부산시는 하야리아의 조속한 반환을 원하지만, 중앙정부는 환수에 앞서 환경에 대한 우려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국민의 엄청난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였다"고 덧붙였다.

2008년 11월 26일 생성된 '대사 외교차관보 이용준과 회의 : 기지 반환, 전시작전권 이양, 새 대사관 공관'이라는 제목의 비밀문건에도 "이 차관은 부산시 당국이 하야리아 기지를 반환받기 위해 자신에게 엄청난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작성돼 있다.

이처럼 허남식 시장은 차기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한미 양국의 협상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하야리아 기지의 신속한 반환을 끊임없이 요구했고, 마침내 이명박 정부와 주한미군은 이를 구실로 JEAP에 전격 합의한 뒤 하야리아 기지까지 ‘정화 없이’ 반환하기에 이르렀다.

◈ '발암 위험 은폐'와 '졸속 정화'로 얼룩진 '대국민 사기극'

(부산환경운동연합 제공)

 

허남식 시장은 3선에 성공한 이후에도 하야리아 기지를 부산시민공원으로 조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내년 6월에 끝나는 자신의 임기 만료 전에 공원을 개장해 자신의 치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하야리아 기지에 대한 '졸속 정화'와 '발암 위험 은폐' 사실들이 하나 둘 씩 드러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특히 CBS노컷뉴스가 입수해 단독 보도한 ‘캠프 하얄리아 환경오염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 보고서’(환경부/환경관리공단)를 통해 하야리아 기지가 발암 위험에 심각하게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는데도 이명박 정부가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2013년 6월 24일 CBS노컷뉴스 [단독] 미군기지 발암 위험 은폐 … '대국민 사기극')

이명박 정부가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전에 하야리아 기지를 반환받기 위해 부산시민들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위해성평가 결과까지 조작∙왜곡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2013년 7월 29일 CBS노컷뉴스 [단독] 공원 들어서는 미군기지 全구역 발암 위험)

이와 관련해 부산시민공원조성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 12일 발암물질 은폐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에 대한 토양정밀조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는 부산진구청장을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고발장에서 "부산시민공원의 환경오염 사실을 인지하고도 토양정밀조사 명령을 하지 않는 등 토양오염 정화작업을 진행해야 할 법적 책임을 명백하게 방기하거나 회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산진구청은 "계속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만큼, 환경전문가∙환경단체 등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재확인 절차를 통해 환경오염문제를 명확히 규명할 것을 부산시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하야리아 기지(부산시민공원)에 대한 환경조사와 정화는 서울 용산기지 등 앞으로 반환될 모든 미군기지들에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세 번 연속 부산시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허남식 시장의 결단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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