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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재정위기 극복책

 

세계 주요 도시가 늘어나는 채무로 파산을 신청하고 있다. 국내 지방자치단체는 어떨까.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지방세수 증가율 둔화,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국고보조금의 지방비 부담 증가, 일부 자자체의 방만한 재정운영 등으로 위기가 예상된다. 한국의 지자체의 위기와 해결방안에 대해 알아봤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대, 예산 대비 20%대의 지방채 잔액을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30%대, 예산 대비 130%대의 국채 잔액을 갖는 중앙정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1997년 외환위기(IMF)를 거치면서도 지방재정은 이처럼 매우 낮은 수준의 지방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이는 그동안 우리나라 중앙정부가 지속적으로 견지해 온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채 발행에 대한 강력한 중앙통제에 기인한다. 또한 지방교부세와 같은 대규모의 재정보전장치가 재정수요와 재정수입 간의 격차에 따라 지방에 이전재원을 공급하기 때문에 지방재정은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지방세수 증가율의 둔화, 중앙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국고보조금의 지방비 부담 증가, 일부 자치단체들의 방만한 재정운영 등으로 인해 지방재정이 국민적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아시안게임 주경기장과 월미 은하레일, 용인시의 경전철,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등은 방만한 재정운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천의 경우, 재정위기단체의 지정요건인 예산 대비 부채비율 40%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ㆍ일본ㆍ중국ㆍ남미 등의 해외에서도 유사한 이유로 지방재정 위기를 겪고 있으며 지방재정에 어려움을 주는 요인들이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로 인해 앞으로의 지방재정은 자칫 지방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에까지 이어질 수 있다. 심한 경우 지방재정의 위기가 확산되면서 국가재정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방재정문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 모색에 나설 때가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위기와 해결방안에 관해서 살펴보자.

지방재정 위기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우선 국가적 경제 위기, 중앙정부의 정책 및 경제기반 침식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가 IMF로 인한 재정수입 감소와 사회안전망 가동을 위한 복지지출 증대로 지방재정이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미국 디트로이트시의 자동차 산업과 일본 유바리시의 석탄 산업이 쇠퇴함으로써 지역 고용ㆍ투자가 대폭 감소해 지역경제 및 지방재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도 마찬가지다.

지방재정 위기의 원인은…


지방정부의 정치가ㆍ행정가들이 효율적인 행정ㆍ재정적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했거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부적절한 재원조달, 투자가 이뤄짐으로써 지방재정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사례로는 리스크가 매우 높은 선물투자의 실패로 엄청난 손해를 입은 후 파산 신청한 미국 오렌지카운티, 버블의 붕괴를 예측하지 못하고 과도한 관광ㆍ개발사업을 벌인 일본 오사카부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용인시의 경전철로 인한 손실과 인천광역시의 월미 은하레일, 태백시의 오투리조트 조성 등으로 인한 재정위기가 여기에 해당한다.

중앙정부가 특정 정책목적 달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각종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할 때, 지방자치단체의 세입 감소가 발생해 재정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감세정책을 펴자 국세와 연동돼 있는 지방교부세 및 지방소득세의 감소가 초래된 경우, 2011년 국회에서 결정된 모든 3세 이하 영유아에 대한 보육료 지원으로 인해서 지방재정이 7000억원 내외를 더 부담하게 된 경우가 있다.

게다가 지방자치단체가 선심성 사업을 축소하거나 자체수입을 증대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국고보조금과 같은 이전재정을 증대하기 위해 힘쓰고, 총선ㆍ대선에서의 표를 의식하는 중앙 정치인이 이를 용인함으로써 지방재정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악화시키는 경향이 구조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나(특정 지역)의 재정문제를 남(전국)의 돈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으로 이것이 용인되면 무책임한 재정운영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치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나 덩치가 커서 국가 전체의 재정위기를 초래하기 쉬운 지역의 경우, 이런 유혹에 빠지기 쉽다. 대마불사(too big to fail)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시도는 국가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초자치단체의 규모가 매우 작은 일본의 경우, 기초지자체인 시정촌 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행정ㆍ재정적 역량을 강화해 재정위기를 극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합병의 양 당사자가 재정력이 약하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

이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주정부 혹은 연방정부에 의한 통제는 물론 시장에 의한 통제를 혼용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지방정부의 자주재정권이 보다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오렌지카운티의 경우처럼 지방정부의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재정위기를 사전에 방지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시장에 의한 통제가 오히려 지방자치단체의 파산을 촉진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중앙집권적인 행정체제를 오랫동안 유지했고 지방자치를 실시한 지 20여년이 지난 현재도 지방재정에 대한 강력한 통제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예컨대 지방재정분석제도는 매년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상태와 운영실태ㆍ성과를 분석ㆍ평가하고, 그 결과에 입각해 재정성과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재정진단을 실시한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의 지방채 발행도 중앙정부가 정한 총액한도 내에서만 가능하고, 총액한도제 내에서도 상당히 제한적으로만 자율적인 지방채를 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 지방재정은 전체적으로는 강력한 중앙통제에 의해서 심각한 재정위기에 빠지지 않았으나 향후 위기를 겪을 수 있고, 일부 자치단체들이 재정위기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그 해결책도 양자를 구분해서 제시돼야 한다.

우선 대부분의 자치단체들은 저성장과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해 재정수입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복지강화정책 및 감세정책에 따른 지방의 복지지출 증가와 지방세입 감소는 그 정책결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를 통해 제어되거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과시성 사업, 엄격한 심사 필요해


과도한 부동산 개발 또는 경전철 등 선심성ㆍ과시성 사업으로 인해 재정위기에 처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경고와 회생을 위한 재정지원ㆍ통제가 수반돼야 한다. 또한 지방채 발행에서 보다 엄격한 심사가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중앙정부의 개입보다는 해당 지역의 주민들이 지방자치단체장 및 지방의회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감시하고 필요하면 주민소송 혹은 주민소환 의지 표명 등으로 강력한 경고를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지역의 예산감시 시민단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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