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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돼지 : 직장은 은퇴해도 수도권은 은퇴 못한다

‘독립을 했으면 용돈을 드리진 못할망정 돈을 또 받겠다고’
둘째가 직장을 옮겨 이사할 때 부모님께 손 벌리는 것을 보고 화가 난 적도 있다. 우리 세대는 그러지 않았는데..
그런데 내 자식을 보니 둘째는 효자다.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직도 하고 가정도 꾸렸으니 말이다.
연년생인 내 자식들은 곧 서른인데 아직 직장이 없이 우리 부부와 함께 살고 있다. 학자금 대출도 남아 있다. 사회에 나가는 순간 녀석들은 정글에 내 던져지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독립하라고 말도 못 하겠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캥거루족 실태분석과 과제>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수도권 20~34세 캥거루족 비율은 61.2%나 된다고 한다.
자녀가 캥거루족이 되면 자연스레 장년층인 우리 발도 묶인다. 퇴직하고 지방에서 한적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그저 꿈일 뿐이다. 조금만 돌아보면 나랑 비슷한 처지인 부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경기 안산시 식당‘알촌’사장님(남·59세)의 이야기

Q. 수도권에서 계속 거주하는 이유가 뭔가?
A. "자녀 교육 문제가 크다.
좋은 곳에 교육받게 하고 싶어 상경했고
아들, 딸이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아예 정착했다."

자식 핑계를 하지만 의료와 복지 때문에 지방이 꺼려지기도 한다.

정춘숙 의원실이 조사한 <의원급 이상 전국 의료기관 현황> 내용을 보면 2016년 기준 서울‧경기‧인천 지역에 전국 의료기관의 52%가 밀집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히 의료기관 수만 많은 게 아니라 의료 질의 차이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전국 327곳 상급종합병원 및 종합병원 대상으로 조사한 <2017년 의료질평가 결과자료>에 따르면 1등급 의료기관으로 평가받은 7곳 모두 수도권(서울 6곳, 인천‧경기 1곳)에 있었다. 반면 비수도권 198개 병원 중 5등급 또는 등급제외 판정을 받은 병원은 58%(115개)에 달했다.

[출처 : 보건복지부]

늙으면 더 아플 텐데, 지방에서는 마음 놓고 아프지도 못할 것 같다.
맏이가 말을 마치자 모두 숙연해졌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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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의료시설 분포도 [출처:정춘숙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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