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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돼지 : 등골 휘는 가장의 수도권 살이

취업만 하면 삶이 편해질 줄 알았다.
직장도 생기고 돈도 버니까.
10년 가까이 공부만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직장을 잡고 가정도 생기니 이야기가 달라졌다.
대한민국 30~40대의 진짜 고난은 취업 후 시작됐다.

첫 직장은 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이었다. 처음 1년은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2년 차에 접어드니 이직 생각이 났다.
비수도권이라서 차별받는 느낌도 있었고 정보도 부족했다. 무엇보다 미래가 불투명했다. 결국 수차례 시도 끝에 서울에 있는 중견 회사로 이직했다.
나와 비슷한 사례는 흔치 않게 찾을 수 있다.

서울 압구정 미술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유정(여·30) 큐레이터

Q. 서울과 지방의 업무에 어려움이 있나?
A. "아무래도 직업적 특성이 강한데
서울에는 수많은 전시가 있으니까 업무 정보를 얻을 기회가 많지만
지방은 그런 문화 콘텐츠가 한정돼 있다.
그래서 정보를 얻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통계청의 2016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3040세대가 이사를 계획하는 이유 중 1위는 '직주근접을 위해 혹은 직장변동(취직‧전근)'이 27%로 가장 높았다. 나도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막상 이직하니 이번엔 집이 문제였다. 서울의 집값의 벽은 너무 높았다. 직장 2년 차에 서울에 전셋집을 구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5년내 이사를 결정하는 이유(단위:%)
[출처 : 통계청]

한국감정원의 2018년 4월 전국 시도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의 주택 매매가격은 0.31% 상승했다. 전국 평균이 0.06%와 비교하면 다섯 배가 넘는다.
결국 양가 부모님에게 손을 벌려 간신히 서울에 원룸을 구했다.

서울 생활에 적응해갈 때쯤 아이가 생겼다.
작은 원룸에서 세 식구가 산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 버리고 지방에서 다시 시작할까 생각도 해봤지만 당장 아이 교육이 눈에 밟혔다.

윤소하 의원실에서 <지역별 국공립어린이집 신규 확충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13~2017년 추가로 확충된 401개의 국공립어린이집 중 수도권에 69.6%에 해당하는 488곳이 설립된 것으로 확인됐다. 인구가 많이 사는 만큼 국공립어린이집도 이곳에 집중된 셈이다. 특히 서울은 국공립어린집에 등원하는 아동의 비율 31.5%로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높았다.

결국 차선책으로 다시 경기도로 이사했다. 출퇴근 시간은 늘어났지만 확실히 집은 더 커졌다.
막내에게 서울에 직장을 구한 내 이야기가 꿈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은 그렇다.
이 모든 것을 점잖게 지켜보던 첫째.
모든 것을 해탈한 듯한 첫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불쌍한 내 동생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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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전국 시도별 주택매매가격 변동률 [자료:감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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