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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초반의 산모가 출산 도중 사망했다. 설상가상으로 아이는 저산소증으로 뇌성마비를 앓게 됐고 산모의 아버지는 충격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병원 측에서는 ''양수색전증''으로 인한 사망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유족은 산모가 출산을 앞둔 위급한 상황에서 담당 의사가 자리를 비우는 등 병원쪽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체 그날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지난 2월 1일 오후 건강하게 분만실로 들어갔던 산모 박 모(32)씨가 5시간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박 씨는 7년 전 첫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출산했고 이번이 두 번째 임신이었다.
병원에서 밝힌 박 씨의 사인은 양수색전증. 이는 양수가 산모의 순환계로 들어가 급격한 호흡 곤란이나 경련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르는 것으로 병원 측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족은 "산모가 출산을 앞둔 상황에 의사가 외출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며 ''명백한 의료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은 걸까.
◈ pm 09:21 의사 외출, pm 09:30 산모 상태 위중 당시 담당의였던 A씨는 이날 저녁 9시 21분쯤 두터운 외투를 입고 병원 문을 나섰다. 진료차트에는 "당직실로 가기 전 건물 앞에서 머리를 식히고 야식하러 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의사가 밖으로 나가는 장면은 수술실인 병원 5층 대기실 CCTV에 찍혔다.
하지만, 유족은 담당의가 외출했다가 언제 돌아왔는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진료차트에 따르면 A씨는 9시 36분쯤 4층을 통해서 5층 수술실에 도착했다고 적혀있다. 병원 내부에 의사들만 다니도록 따로 설치된 통로를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병원 1층 CCTV에는 9시 41분쯤 외부에서 들어오는 A씨의 모습이 찍혔있다. 이에 따라, 유족은 산모가 위급했던 9시 30분쯤에는 담당 의사가 응급실에 없었다고 말하고 있다.
유족들은 또 병원측이 과실을 덮기 위해 아이가 태어난 시간과 산모 사망 시간을 조작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진료차트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낸 시각은 밤 10시 2분. 산모 사망 시각은 밤 10시 30분이었다.
하지만 병원측의 요청으로 당시 출동한 119 구조대원이 의사 진술에 따라 기록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가 태어난 시각은 밤 10시 53분이었다.
유족들은 이 때문에 산모가 사망한 뒤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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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기는 ''뇌성마비'' 판정유족들에 따르면 병원측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지난 2월 2일 오후 "아기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 소아병원으로 가자"며 권유했다.
병원측의 권유대로 ''협력병원''에 도착한 박 씨의 가족은 또 한 번 충격을 받게 된다. 신생아가 ''저산소증 허혈성 뇌질환의증''을 판명을 받은 것.
CBS 노컷뉴스가 신생아에 대한 소견서와 MRI 판독 결과에 대해 또 다른 병원 전문의에게 문의한 결과 "최소 5분에서 최대 2시간 정도 죽은 산모의 뱃속에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한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 의사는 물론, 해당 병원의 원장과 간호사 모두 "재판 중에 있는 사건"이라면서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아이를 출산하러 간 산모가 사망했고, 아이는 ''뇌성마비''라는 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이에 충격을 받은 산모의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편, 병원측은 의료사고를 주장하는 유족들을 상대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