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 신고센터로 거는 장난전화 한 통의 비용은 얼마나 들까?

실제로 경찰이 출동해 수색작업까지 벌이는 경우 1천만 원이 넘는 비용이 들어간다는 계산이 나왔다.

지난달 29일 새벽 4시쯤 경기경찰청 112 신고센터로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저 위험해요. 위치추적해서 저 좀 살려주세요." 문자의 내용은 다급했다. 오원춘 살인사건이 발생한 직후라 경찰은 그야말로 기민하게 움직였다.

담당 경찰서인 성남수정경찰서 소속 지구대 순찰차와 형사기동대는 물론이고, 퇴근했던 5분 대기조 경찰관 30여명까지 급히 불려 나왔다. 수색과 탐문, 통신수사 등이 이날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 분주하게 이뤄졌다.

하지만 알고보니 A(19)군이 장난으로 보낸 허위신고로 밝혀졌고, 잠을 설치며 뛰쳐나와 정신없이 수색을 하고 다닌 경찰관 34명은 힘이 쭉 빠진 채 빈 손으로 돌아왔다.

A군이 장난 전화를 한 이날 성남수정경찰서로 걸려온 신고전화는 252건이었다. A군의 장난 전화로 경찰력이 허비되는 사이, 오원춘 사건처럼 위급한 신고전화가 왔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게다가 A군의 장난 전화 한 통으로 낭비된 예산만도 1천만 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문제의 장난전화로 현장 경찰관에게 지급된 초과 근무수당은 43만1,070원이었고, 출동비용은 1,141만 8,785원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기타 유류비를 합치면 장난전화 한 통으로 낭비한 비용은 1,200만 원에 육박한다.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었던지, 성남수정경찰서는 A군을 구속하는 한편, 장난전화로 소요된 비용 1천2백만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안양만안경찰서도 앞서 지난달 19일 장난전화로 현장 경찰관 등 34명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자 장난전화를 한 B(22)씨에 대해 출동비용 1,362만 원을 배상하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경찰이 허위,장난전화에 대해 구류 등 형사적인 처벌 외에도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경찰청은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허위 또는 장난 112 신고에 대해서는 벌금보다는 가급적 구류를 살도록 하고, 비용 손실이 큰 경우는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청 기획조정관실 이용욱 경정은 "112 신고를 받으면 지구대 등 상시 근무자 뿐만 아니라 30~50명의 경찰관이 비상소집돼 긴급출동하게 된다"며 "허위신고를 하면 정작 구조를 받아야할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되고, 경찰의 근무의욕마저 저하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112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허위,장난전화는 2008년 1만1,530건. 2009년 1만107건, 2010년 1만823건, 2011년 1만861건으로 해마다 1만 건이 넘는 상황이다.

허위,장난전화를 처벌한 건수는 이중 10%가량에 불과하고, 대부분 경범죄로 즉결심판에 넘겨져 20만원 이하의 벌금처분을 받아 그동안 처벌이 너무 약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