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5·18 왜곡…상처는 다시 반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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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른바 '탱크데이' 논란은 단순한 마케팅 논란을 넘어, 왜 광주와 5·18 생존자·유가족들이 특정 표현과 상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28일은 네번째 순서로 왜 광주시민들은 계속해서 반복되는 5.18민주화운동의 왜곡·폄훼 등을 모욕이자 상처로 느끼는지 알아본다.

[왜 광주는 아직 5월을 말하는가④]
46년째 왜곡·폄훼 되는 5.18민주화운동
"집합적 피해자 광주시민들에게 모욕·폭력"
유족들 "왜곡은 가슴에 또 못 박는 일"

5·18 당시 금남로를 향한 계엄군의 탱크. 5·18 기념재단 제공5·18 당시 금남로를 향한 계엄군의 탱크. 5·18 기념재단 제공
▶ 글 싣는 순서
① 스타벅스 논란이 건드린 5·18의 상처
② "궤도 소리만 들려도 숨었다"…1980년 광주의 전차
③ 46년째 몸속에 박힌 오월의 파편…'탱크'가 깨운 고통스런 기억
④ 끝나지 않는 5·18 왜곡…상처는 다시 반복된다
(계속)
5.18민주화운동은 지난 1997년 법정기념일로 지정되면서 국가가 정식적으로 예우하고 있음에도 끝없는 왜곡에 시달리고 있다. 아픔을 간직한 이들에게는 2차 가해를, 그들의 이웃이자 동료인 광주 시민들에게는 지역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신군부 초기 발표부터…아직도 왜곡이라니

1980년 5월 22일 한 신문사의 왜곡 보도. 5·18기념재단 자료 캡처1980년 5월 22일 한 신문사의 왜곡 보도. 5·18기념재단 자료 캡처
28일 5·18기념재단의 5·18 왜곡 관련 자료 등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은 신군부의 초기 발표와 언론 통제에서 시작돼 이후 일부 극단적인 보수 정치세력의 이용과 온라인 재생산을 거치며 반복돼 왔다.

북한군 개입설과 김대중 내란설, 폭동 주장, 지역 비하 표현 등 왜곡의 형태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처럼 5·18의 역사적 상처를 상업적으로 소비했다는 비판까지 더해지고 있다.

현행 5·18 특별법은 북한군 개입설이나 폭동·내란 주장처럼 허위사실을 언론·출판물 등을 통해 왜곡·유포한 경우 대응할 수 있지만 조롱과 희화화, 상업적 소비 형태의 논란에는 적용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북한군 개입설처럼 법원 판결과 공적 자료, 조사위 보고서 등으로 확인된 사안에 대해서는 고소·고발을 진행할 수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왜곡과 희화화에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법률 개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게임·영상·AI 왜곡 등 "용납해선 안돼"

현재는 삭제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그날의 광주' 게임 캡처. 5·18기념재단 제공현재는 삭제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그날의 광주' 게임 캡처. 5·18기념재단 제공
최근 5·18 왜곡은 게시글과 댓글을 뿐만 아니라 게임, 영상, AI 합성 이미지 등으로 확장되고 있다.

5·18기념재단의 AI 기반 온라인 모니터링 결과, 지난 2025년 2월~11월까지 5·18 왜곡·폄훼 게시글과 영상은 518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0% 가까이 늘었다.

유튜브 왜곡 콘텐츠도 34건에서 217건으로 538% 증가했다. 주요 표현은 '5·18 폭동', '유공자 명단', '북한군 개입설' 등이었다. 이러한 콘텐츠를 이용, 수익을 내고 있다.

앞서 2024년에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5·18 시민군을 북한군으로 묘사한 게임이 올라와 제작자인 고교생 2명이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최근에는 1980년 당시 지역 일간지 지면을 흉내 낸 합성 이미지까지 등장했다. 경찰은 SNS에서 5·18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한 37개 계정에 대해 내사에 착수하고 문제성 게시글 240건에 대해 삭제·차단을 요청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김희송 5.18연구소 교수는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5·18 왜곡 등을 우리 사회가 수용해선 안된다"며 "이미 왜곡은 다양한 플랫폼과 온라인으로 인해 상업화 돼 있다. 이번 스타벅스 논란 사태는 이 사안이 갖고 있는 엄중함에 대해 의식이 없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공연하게 왜곡, 폄훼가 발생하고 그걸 일상적으로 접해버리면 그 자체가 범죄행위다"고 강조했다.

"왜곡, 집합적 피해 광주 시민들에게 모욕·또 다른 폭력"

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최후 결사항전지인 옛 전남도청 개관. 연합뉴스5·18 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의 최후 결사 항전지인 옛 전남도청이 원형 복원을 마치고 지난 18일 개관한 후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5·18 왜곡은 단순한 해석 차이가 아닌 광주 시민들에게는 공동체의 전체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지역 차원에서 집합적 피해를 본 광주 시민들에는 모욕이자 5·18 피해자의 아픔과 존재를 부정하는 폭력이라는 것이다.

김명희 경상국립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스타벅스 '탱크데이' 프로모션 사태는 국가폭력의 트라우마와 피해자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추모의 감정을 상품 마케팅에 이용한 무감각의 폭력이다"며 "아직도 많은 피해 생존자와 그 유족들이 트라우마를 겪는 점을 고려하면 국가폭력 피해의 기억을 조롱하거나 소비하는 행위는 피해를 재경험하게 하는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고, 5·18 왜곡과 역사 부정에 대한 동조로 받아들여 진다"고 덧붙였다.

5·18 희생자 유족들은 이번 사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게 이번 논란은 가슴 깊이 묻어둔 가족의 아픔을 다시 들춰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5월 광주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었던 윤상원 열사의 친동생 윤정원(71)씨는 스타벅스 프로모션 등 5·18 왜곡을 보며 아픈 기억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윤씨는 "이번 사태를 보면 계엄군에 돌아가신 형님을 확인하기 위해 관을 들췄던 1980년 5월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의 사랑을 먹고 사는 기업이 어떻게 국민들의 아픔으로 갈라치기 할 수가 있나. 이번 사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민들이 응징 해야 다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5·18 직전 전남대학교 총학생회장으로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던 박관현 열사의 친누나 박행순(76)씨는 "46주년이 됐음에도 또 한번 희생자와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이런 행위에 화가 치민다"며 "대기업에서 어떻게 5·18을 왜곡하는 이벤트를 진행 할 수 있는가. 정말 사과를 원한다면 유족들을 직접 찾아야 하지 않겠나. 면피성 사과쇼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분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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