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지구의 날을 하루 앞두고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정부가 중동전쟁에 따른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경제와 일상에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플라스틱 순환경제 생태계 구축을 앞당긴다.
우리나라의 플라스틱 사용량은 매년 약 7%씩 증가해 2030년이면 생활사업장에서 배출되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이 약 1천만 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 가운데 100만 톤은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원천감량으로, 200만 톤은 재생원료 사용을 통해 감축하고, 나프타 기반 신재(新材)로 생산되는 폐플라스틱 발생량은 700만 톤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28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목표 달성을 위한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배달용기 경량화…택배 포장재 과대포장 제한
우선 화장품 용기, 비닐봉지 등 플라스틱 제품을 대상으로 반복 사용 가능 여부와 재활용 용이성 등을 조사·평가해, 플라스틱이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은 종이 등 대체재로 전환하도록 유도한다.
배달용기는 구조적 경량화를 유도하고, 택배 포장재는 제품 공간비율을 50% 이하로 제한해 과대포장을 줄인다. 포장 횟수도 1회로 제한한다.
재활용이 어렵거나 다른 품목의 재활용을 저해하는 포장재는 업계 협약을 통해 시장 진입을 제한한다. 의류, 전기·전자제품 등 주요 품목도 설계·생산 단계부터 순환이용성을 확보하도록 산업계와 협력해 유럽연합(EU)과 같은 '한국형 에코디자인 제도'를 구체화한다.
폐기물 부담금제 실효성 제고…신재 투입 최소화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 윤창원 기자플라스틱 제품 경량화와 대체소재 사용 촉진을 위한 주요 경제적 수단인 폐기물 부담금제의 실효성도 높인다.
폐기물 부담금제는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의 생산자에게 폐기물 처리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본 요율은 2012년부터 일반품목의 경우 kg당 150원, 건설폐기물은 75원이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일회용품, 가구 등 제품별 수명이 다른 점을 감안해 부담금 요율을 차등화한다. 또 재생원료 사용 시 현재는 재생원료 투입량에 정비례해 부담금 감면 혜택을 주고 있지만, 앞으로는 일정 비율 이상 재생원료를 사용하면 감면율을 높여 혜택을 강화한다.
재생원료로 나프타 수입 대체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제품과 포장재에는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설정한다.
우선 올해부터 재생원료 10% 사용이 의무화된 페트병의 경우, 2030년까지 목표율을 30%로 높인다.
또한 폴리에틸렌(PE)·폴리프로필렌(PP) 등으로 만든 식품·화장품 용기와 비닐류 등 품목도 EU 등 국제 기준에 맞춰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을 설정할 예정이다. EU의 경우 2030년 재생원료 혼합률 목표는 포장재와 페트병 30%, 식품·화장품 용기 10~30%, 자동차 20% 등이다. 구체적인 목표 비율은 업계와 논의해 정할 방침이다.
이번 중동전쟁 대응 품목이었던 종량제봉투류부터 설비 교체 비용과 스마트 제조공정 전환 등을 지원해 재생원료 사용 확대를 유도한다. 종량제봉투 재생원료 사용 설비 교체 비용으로는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국고 138억 원이 편성된 상태다.
아울러 재생원료가 신재보다 비싼 경우 시장 안정화를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경찰복 재활용 등 순환이용 확대…전처리시설 확충
2024년 4월 22일 지구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남산공원백범광장에서 소비자기후행동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및 재활용품으로 만든 옷을 입고 플라스틱 사용 금지를 촉구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단순 소각되던 플라스틱의 순환이용을 확대하기 위해 경찰청과 협력해 폐기되는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향후 군복 등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폐기물 부담금 대상인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에 편입해 동일 재질 용기(페트 트레이)와 함께 재활용되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한다.
종량제봉투를 파봉·선별하는 전처리시설과 인공지능(AI), 광학선별기 보급을 확대해 소각·매립되던 폐플라스틱까지 촘촘히 회수하고, 폐비닐 등은 광역 단위 수거체계 구축과 원료 다각화를 통해 열분해 기반 재생 나프타 생산을 활성화한다.
재생원료 시장 조성…'순환경제 규제특례구역' 도입
재생원료 시장도 키운다. 산업단지 내에서 공정부산물을 자유롭게 순환이용할 수 있는 '순환경제 규제특례구역' 제도를 도입하고, 순환경제 신기술·서비스를 실증하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성화해 시장 확대를 가로막던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다.
고품질 재생원료 양산을 위한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추진하고, 순환경제 선도기업과 산업단지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해 시장 저변을 확대한다.
다회용기 전환 확대…일회용품 사용 감축
서울시내 한 카페에 일회용컵이 쌓여 있다. 황진환 기자일회용품 사용이 많은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다회용기 전환도 가속화한다.
장례식장은 공공기관 운영 시설(전국 78개소)부터 협약을 통해 다회용기로 전환하고, 이를 바탕으로 민간 시설(전국 997개소)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사용 문화를 확산시킨다.
특히 일부 커피전문점에서 시행 중인 개인 컵 할인제를 확대하고, 혼합재질 포장재 사용을 줄이는 등 식·음료업계와 플라스틱 감축 협약도 추진한다.
원천감량 및 순환이용 접근법, 미래 폐자원까지 확대
기후부는 이번 대책의 원천감량 및 순환이용 접근법을 플라스틱뿐 아니라 전기차 폐배터리, 태양광 폐패널 등 미래 폐자원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김성환 장관은 "이번 중동전쟁은 위기이지만, 수입자원에 의존하면서 대량생산·폐기를 반복하는 선형경제의 구조적 취약점을 개선할 기회이기도 하다"며 "원천감량과 순환이용이라는 핵심 과제를 신속히 추진해 외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탈플라스틱 경제를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