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왕따 장동혁과 원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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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귀 상실한 트럼프와 장동혁
장 대표 "지방선거 뒤 평가받겠다" 사퇴론 일축
윤석열-장동혁 만든 당원구조
보수정당 복원력 회복하려면 토양 갈아엎어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잘 듣는다'는 표현은 중심축과 관련이 있다. 귀 기울여서 듣는다는 뜻의 경청(傾聽)은 글자 그대로 상대방을 향해 중심축을 이동시키는 걸 전제로 한다. 만일 누군가가 등을 기대거나 고개를 쳐들고서 이야기를 듣는다면 건방지다는 소리를 듣기 십상이다.
 
듣는 것의 중요성은 '들어주다'라는 말에 담긴 의미 확장에서도 잘 나타난다. 청각적인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심리적으로도 수용한다는 의미로 확장돼 동의나 승낙의 뜻으로 쓰인다. 경청이야 말로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메시지이자 리더의 덕목인 셈이다. 이 때문에 민심과 동떨어진 정치인이 내뱉는 말은 국민도 신뢰하지 않게 마련이다.
 
잘 듣지 못하는 대표적인 정치인을 꼽으라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빼놓기 어렵다. 자국의 민심은 물론 심지어 자기가 속한 정파에서 터져나오는 비판에도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트럼프를 보자.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논의가 마무리될 때까지 휴전의 무기한 연장을 선언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는 이른바 '최후통첩'을 6차례나 뒤집어서 국제사회에 혼란을 가중시켰다. 양치기 소년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을 열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시킬 것", "해협을 열지 않으면 지옥문이 열릴 것", "하룻밤 사이에 이란 전체를 없앨 수 있다", "이란 문명이 사라질 것"이라는 등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험한 말을 쏟아냈다.
 
'최후'를 왜곡시킨 최후통첩의 언어파괴, 그 대가는 트럼프의 신뢰를 허무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이란이 종전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은 물론 미국 내에서조차 이른바 타코(TACO. 꽁무니 빼는 트럼프)에 대한 피로감이 높아졌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세력층인 마가(MAGA) 세력 내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고 한다.
 
장동혁은 또 어떤가? 국민의힘 당대표 장동혁은 12.3 비상계엄 1년이 되던 지난해 12월 초에도 "12.3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며 탄핵의 강을 건너라는 당 안팎의 목소리에 귀를 닫았던 인물이다.
 
윤석열의 굴레와 극우세력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장 대표는 윤리위 폭거와 8박10일간의 방미 행적 등 잇따른 기행을 거듭하다 고립무원에 빠졌다. 미국에서의 화보촬영 논란도 불에 기름을 끼얹었다. 방미 기간 만났다는 미국 국무부 인사가 차관 비서실장으로 드러나면서 거짓말 논란까지 불러들였다.
 
트럼프와 장동혁의 공통점은 듣는 귀를 상실했다는 것과 갈등을 회피하지 않는 스타일로 평가할 수 있겠다. 이런 유형의 리더십은 극렬 지지층 결집에 유리할지 모르나 민심에서 크게 벗어날 경우 궁극적으로 내부에서도 버림받을 공산이 크다.
 
장동혁 대표의 고립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후보들 사이에 이른바 '장동혁 패싱'이 현실화되고 있고, 당내에선 '후보자의 짐이다', '결자해지 하라'는 2선 후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연합뉴스
장 대표에 대한 국민과 당의 평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야 한다. 역대 최저치의 정당 지지율과 당내 사퇴요구가 말해주는데, 장 대표는 여전히 못 들은 체하니 안타까운 노릇이다. 지난 24일에는 "최선을 다해 지방선거를 마무리하고 당당하게 평가받겠다"며 지방선거 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따지고 보면 윤석열을 만든 것도, 장동혁을 만든 것도 모순덩어리의 국민의힘 당내 구조가 원죄임에 틀림없다. 당의 복원력이 상실된 것은 그동안 기득권 세력이 극우 '윤 어게인'의 침투를 방치하거나 이용한 죗값인 셈이다. 6·3 지방선거 결과가 상황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보수정당의 복원력을 온전히 회복하기 위해서는 토양을 갈아엎는 일 외에 다른 선택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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