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원 기자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한 달간 원청의 사용자성을 다투는 심판사건이 각 노동위원회에 294건 접수된 가운데, 실제 인정된 건수는 19건으로 집계됐다.
인정된 사례를 살펴보면, 각 노동위원회에서는 주로 산업안전 의제를 중심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노란봉투법 시행 후 지난 한 달에 대해 "지금까지는 제대로 되고 있다"며 "다음 달 되면 본격적으로 (판단이) 나올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중노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기 시작한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 동안 원청의 사용자성 관련 심판사건이 총 294건 접수됐다고 밝혔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같은 기간 교섭요구는 총 372개 원청과 1012개 하청 노조·지부·지회에서 발생했고, 대상 조합원은 14만 7천여 명에 달한다. 공공부문에서는 원청 156개와 노조 등 395개(조합원 7만 1360명), 민간부문은 원청 216개와 노조 등 617개(조합원 7만 5736명)에서 교섭요구가 제기됐다.
공공부문 접수 사건, 민간의 3분의 1 수준…박수근 "공공부문, 사업 많고 구조 복잡해 늦어져"
연합뉴스이런 가운데 각 노동위에 접수된 심판사건 294건을 부문별로 나눠보면 공공부문 78건, 민간부문 216건이었다.
공공부문이 모범사용자로서 선도적 역할을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박 위원장은 "사업 범위가 방대하고 구조가 민간보다 복잡하다"면서도 "올해가 지나야 할 것 같고, 지자체는 지자체장의 성향에 따라 (속도가) 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건유형별로는 교섭요구 공고 시정신청이 171건으로 가장 많았고 △교섭단위 분리신청 117건 △교섭요구노조 확정공고 시정신청 5건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1건이 뒤를 이었다.
박 위원장은 "소수 노조가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가 교섭권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취하하는 경우가 잦다"며 "노조가 교섭 요구하면 사업자가 공고하기만 하면 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시정신청도 많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노동위원회별로는 서울지노위가 150건으로 절반 가량을 차지했으며 충남지노위에도 41건이 몰렸다.
박 위원장은 "노동부는 교섭 신청이 소강 상태에 이르렀다는데, 앞으로는 공고 시정신청 건수 많아질 것이라며 "서울지노위에 사건이 많이 신청됐는데, 다음 주, 다다음 주면 절정에 이르지 않을까 싶고, 지노위의 결과가 많이 나오면 중노위로 (넘어오는 사건이)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급단체별로는 △한국노총 161건 △민주노총 83건 △상급단체 미가맹 노조 47건 △사용자 3건순이다. 특히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주식회사는 교섭단위 분리를 신청했다.
실제 인정은 19건…포스코·공항공사 등 '산업안전'이 핵심 고리
박종민 기자처리 현황을 보면 전체 224건 중 취하 종결이 197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인정은 19건(△교섭요구 사실 공고 6건 △교섭단위 분리신청 13건)이며 기각은 8건(△교섭요구 사실 공고 2건 △교섭단위 분리신청 6건)이다.
인정 사례에 대해 박 위원장은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된다는 것은 절차적 의미로서 교섭하고 대화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지, 임금을 올리거나 직접 고용하도록 실체적 권리·의무를 곧바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되면 다양한 의제를 갖고 노사가 교섭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다수 원청 기업이 대화에 응하지 않는 세태에 대해서는 "경영계는 (임금 인상·불법파견 등에) 엮일까봐 (실질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노란봉투법의 취지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거부할 것은 거부하는 명확한 관계를 설정하는 것으로, 노동위도 무리하게 엮이지는 않도록 판정할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특히 중노위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쟁점인 사건들에서 주로 산업안전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사용자성을 인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포스코 등 제조업 사내하청과 △건설플랜트·한전 배전공사 등 건설업종 하청 △국책연구기관·공항공사 등 공공기관 △대학교 등과 자회사·용역계약을 맺은 환경미화·경비·보안 하청업체 등에서 원청 사용자가 하청 근로자의 산업안전 관련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한다고 판단했다.
또 금융회사 콜센터의 경우, 감정근로자 보호 개선조치 등을 근로조건 지배결정의 근거로 봤다.
교섭단위 분리와 관련한 사건들의 경우에는 △하청노조의 상급단체가 다르거나 △노조 간 이해관계 공통성·유사성 정도 △교섭관행 △노조 간 갈등관계 △근로조건 격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와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동희오토 등은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된 반면, 쿠팡을 상대로 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와 에쓰오일을 대상으로 한 민주노총 건설플랜트노조 사례 등은 인정되지 못했다.
박 위원장은 "예를 들어 포스코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달라서 분리교섭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것이고, 쿠팡은 한국노총이 다수인 가운데 심야노동 관련 대립한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분리하기 전에 같이 대화하라는 취지"라며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여도, 노동위는 사안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하청업체 중 특정 직종(금융회사 콜센터, 배전공사 등)에서 근로조건 격차가 큰 경우에도 직종을 기준으로 교섭단위 분리가 인정됐다.
한편 조정사건은 총 4건이 접수돼 2건이 처리됐다. 우선 대전광역시(원청)와 대전도시공사(하청)를 상대로 대전도시공사노조가 신청한 인사제도 및 수당 관련 조정은 지난달 13일 취하됐다.
현대기아차 자동차부품 운송노조가 (주)엘에스티를 상대로 신청한 임금 소급 적용 등 관련 사건은 명백한 단협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달 20일 행정지도 결정이 내려졌다.
셰플러노조가 셰플러코리아를 상대로 신청한 대기발령 관련 조정과 사무금융노조 에이치엠엠지부가 에이치엠엠(주)을 상대로 신청한 본사 이전 계획 철회 관련 조정은 현재 진행 중이다.
중노위는 앞으로도 복수노조, 부당노동행위 등 원·하청 관계 사건을 신속하고 공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원청사용자가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지 면밀히 살펴 노사 간 대화의 장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자율적 교섭을 지원하기 위한 조정 서비스를 제공해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고, 상생의 노사관계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