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물고 늘어진 이진관 재판부…"말 정확히 하라"[법정B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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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수사보다는 재판을, 법률가들의 자극적인 한 마디보다 법정 안의 공기를 읽고 싶어 하는 분들에게 드립니다. '법정B컷'은 매일 쏟아지는 'A컷' 기사에 다 담지 못한 법정의 장면을 생생히 전달하는 공간입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중요한 재판, 모두가 주목하지만 누구도 포착하지 못한 재판의 하이라이트들을 충실히 보도하겠습니다.

선서 거부한 증인…재판부 "위증죄 담보 안돼, 신빙성 의문"
이상민 "계엄 선포에 한숨"…재판부 "한숨이 아니라 말렸어야"
"대통령 말은 못 끊는다"면서 "다 반대 분위기"…재판부 "정확히 말해라"
"외교·경제 언급, 국민 인권 기억 없어"…허울 뿐인 반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바보가 아닌 이상, 국무위원들이 다 계엄에 반대한다는 걸 대통령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전 대통령실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국무위원들이 모인 대통령실의 구체적인 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명확히 답하지 않았습니다. 국무위원 중 누가 무엇을 말했는지,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이 반복됐습니다.
 
재판부가 이 전 장관에게 따져 물은 건 바로 이 지점입니다. '계엄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있었다고 하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인 '말과 행동'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이 전 장관이 기억하는 그 '분위기'란 대체 무엇일까요. 이번 법정B컷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으로 가 봅니다.

입은 열지만 선서는 거부…이진관 "감안해서 듣겠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사진공동취재단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지난 2일 오후 박 전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을 열고, 이 전 장관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습니다.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 선서를 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증인 선서는 법정에서 진실만을 말하겠다는 약속입니다. 회색 정장 차림으로 법정에 등장한 이 전 장관에게 이진관 부장판사는 '선서를 안 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이 전 장관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 부장판사는 좌, 우에 배석한 판사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일단 고지부터 합니다. 이 사건 증인으로 출석하셨어요. 선서 거부하신다고요?
이 전 장관: 네
판사: 재판부는 선서 거부에 대해 합의하고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합니다.
이 전 장관이 선서를 거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한덕수 전 총리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1심 재판에서도 증인으로 채택된 이 전 장관은 자신의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선서를 거부했고, 당시에도 과태료 50만 원을 부과받았습니다.
 
이번 선서 거부에 대해 이 전 장관은 자신의 형사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또 다시 이유로 들었습니다. 증언은 하되, 위증에 대한 형사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선택을 반복한 겁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이 전 장관: 형사소송법상 제 증언이 제 재판에 불리한 자료로 쓰일 수 있다는 우려가 첫 번째로 있고요. 두 번째로는, 오늘도 대부분 답변을 드렸습니다만 질문 내용에 따라서는 진술을 거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선서를 하면 있는 그대로 다 말해야 한다는 의미라서… 마치 제가 거짓 선서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특검이 설계해 놓은 구도에서 벗어나는 진술을 할 경우, 제 진술의 진위와 상관없이 특검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위증으로 기소될 위험성이 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선서를 거부한 겁니다.
특검에 대한 불신과, 스스로의 법적 위험을 동시에 언급한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전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재판부는 선서 거부 자체를 정당한 것으로 보지 않습니다. 관련 법 위반으로 보고 있고, 제 말씀 취지는 과태료 절차에 대해 아시겠지만 약식이 있고 정식이 있습니다(…)법을 아시는 분이라 알겠지만, 선서 하지 않고 진술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실 겁니다. 위증죄 담보가 안 되기 때문에 재판부도 그 관점에서 진술을 듣고 있습니다. 신빙성에 대해 여러 의문이 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 반대신문 절차 진행하겠습니다.
선서를 하지 않은 증인은, 거짓말을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습니다. 재판장이 말한 "위증죄가 담보되지 않는다"는 건, 결국 이 전 장관의 진술이 법적 책임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말이라는 점을 전제로 듣겠다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 증언은 듣되 그대로 믿지는 않겠다는 겁니다. 실제로 이 부장판사는 "그 관점에서 진술을 듣고 있다", "신빙성에 여러 의문이 있다"고까지 했습니다. 선서를 거부한 순간, 이 전 장관의 말은 '증언'이 아니라 '참고 진술'에 가까워진 셈입니다.
 
말은 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증인, 그리고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선을 긋는 재판부 사이의 긴장 속에서 이 전 장관은 증언을 이어갔습니다.

이상민 "계엄 선포에 한숨 나와"…재판부 "한숨이 아니라 말렸어야"

연합뉴스연합뉴스
이날 재판에선 12·3 비상계엄 전후 상황이 담긴 대통령실 폐쇄회로(CC)TV 영상이 재생됐습니다. 특검 측은 이 전 장관에게 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이 모여 있던 상황을 짚으며, 당시 분위기와 대응을 집중적으로 캐물었습니다.

이 전 장관은 "다들 허탈하고 망연자실한 상태였다"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는 모습도 기억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이 전 장관의 입에서 한숨이란 표현은 네 차례 등장합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이 전 장관: 다들 허탈, 망연자실한 상태라 걱정만 하고 CCTV에도 나오지만 박성재 장관님의 경우는 천장 쳐다보면서 한숨만 내쉬고 그런 식이었습니다.
(…)
이 전 장관: 처음 (대통령실에) 갔을 때 박성재 전 장관도 약간 상기된 얼굴이었습니다. 분위기가 영 속된말로 썰렁했습니다. 근데 9시 넘어서 옆방에 갔을 때 제 바로 옆옆자리 박성재 장관님이 한숨쉬고 천장 쳐다보길래 제가 '가기 전에 대통령님하고 박성재 장관하고 의견충돌이나 뭐가 있어서 얼굴이 저렇게 상기됐나' 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검 측과 변호인 양측 모두 이 전 장관에 대한 신문을 끝내자, 재판부도 궁금한 것을 묻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재판부가 꺼내 든 단어 역시 '한숨'입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대통령실 대접견실로 (국무위원들) 다같이 나오셔서 한숨쉬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런데,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어떻게 (계엄을) 막아야 하는지 토론하고 말리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 전 장관: 그래서 아까 국무회의도 하고 국무위원도 더 모으고 그랬습니다. 정진석 전 비서실장 왔을 때 '제가 좀 들어가셔서 (윤 전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니까 들어가서 좀 말려 좀 주시라' 그런 얘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재판부 질문의 의도는 '정말 계엄에 반대했다면 한숨만 쉴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통령을 만류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숨은 어떤 현상에 대한 '소극적 반응'이지 '적극적 대응'은 아닙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이들이 대통령실에서 한숨을 쉬고 있는 사이, 시민들은 국회로 향했습니다. 직접 달려가 계엄군을 막아섰고, 이 조치가 정당한지 따져 물었습니다. 달리고, 막고, 항의하는 것. 그날 국회 앞에서는 그렇게 '행동'이 이어졌던 것을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尹말은 못 끊는다"면서 "다 반대 분위기"…재판부 "똑바로 말하라"

다만, 이 전 장관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억한 국무위원이 있습니다. 바로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입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과 윤 전 대통령은 무슨 대화를 했습니까?
이 전 장관: (조 전 장관이 비상 계엄 선포가) '외교 관계에 미칠 영향이 크다', '다 무너집니다' 이런 취지의 말을 했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런 것까지 다 고려했다'는 취지로 답했습니다.
하지만 그 외의 국무위원들에 대해서는 다시 답이 달라졌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집무실에 있을 때 조태열 장관 외에 발언한 사람 기억나십니까?
이 전 장관: 지금 기억에 남는 건 없습니다.
결국 조 전 장관을 제외하면, 누가 어떤 방식으로 계엄에 반대했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지 않은 겁니다. 그럼에도 이 전 장관은 전체적으로는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윤 전 대통령이 발언하는데 (다른 국무위원들이) 끼어들 수 없었다고 했는데, 끼어들면 어떻게 되나요?
이 전 장관: 이해하기 어려울진 몰라도 대통령과 장관 사이는 그렇게 편한 사이가 아닙니다. 말씀하시는데…중간에 말을 끊거나 끼어든단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합니다.
 
판사: 대통령 집무실에서 조 전 장관이 말 꺼내기 전까지는 (국무위원들 간) 별다른 대화 없었단 취지로 답을 하셨고, 윤 전 대통령이 발언하기 시작했을 때는 못 끼어드는 건데 국무위원들은 어떻게 반대했다는 건가요?
이 전 장관: 바보가 아닌 한 국무위원들이 다 반대한다는 걸 대통령도 알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판사: 분위기가 그랬다는 건가요?
이 전 장관: 네. 아무도 대통령 편드는 사람 없었습니다.
 
판사: 김용현 전 장관 빼고 말입니까?
이 전 장관: 네.
문제는 여기서 생깁니다. 이 전 장관의 설명대로라면, 국무위원들은 대통령 말을 끊을 수도 없었고, 조 전 장관 외에 누가 별도로 반대 의사를 밝혔는지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대통령도 알 수 있을 만큼 모두가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 말합니다.

즉, 구체적인 말이나 행동은 기억나지 않는데 분위기만으로 모두의 반대 의사가 충분히 전달됐다고 설명하는 셈입니다. 재판부는 이 지점을 파고들었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반대나 만류를 했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분위기가 그랬다는 건지 다르지 않습니까. 말씀을 정확히 해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에 이 전 장관은 다시 '분위기'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이 전 장관: 거기 있는 분 중에서 제가 알기로 조태열 장관이 제일 어른인데, 어른이 말씀하시면 다들 고개를 끄덕이고… 그런 걸 보면 분위기를 알 수 있지 않습니까. 다들 반대하는 분위기였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 역시 사실관계와는 다소 어긋납니다. 조 전 장관은 1955년생으로, 당시 함께 있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1949년생)가 더 연장자입니다. '가장 어른이 대표로 말했다'는 전제가 흔들리는 대목입니다. 재판부도 이를 확인했습니다.
▶ 2026.4.2.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내란 혐의 사건 12번째 공판
판사: 조태열 장관이 한덕수 총리보다 연장자입니까?
이 전 장관: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한덕수 총리가 더 많을 겁니다. 그런데 이제 결국 그날 나왔던 만류하는 명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경제적인 문제, 외교적인 문제가 나왔어요. (조 전 장관은) 외교부장관이니까 그걸 대표해서 외교적 문젤 얘기하는 거고요. 한 총리는 경제전문가니까 경제얘기를 주로…(했습니다.).

판사: 경제 말고 국민의 인권 얘기는 없었나요?
이 전 장관: 그런 얘기는 제 기억에 없습니다.
계엄이라는 중대한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민의 기본권이나 인권에 대한 언급이 단 한 차례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답변입니다.

계엄은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을 광범위하게 제한할 수 있는 조치입니다. 그럼에도 당시 논의가 외교와 경제 영향에 집중됐다는 점은, 설령 반대가 있었다 하더라도 그 문제의식이 어디를 향하고 있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재판부가 "경제 말고 인권 얘기는 없었냐"고 다시 묻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계엄에 대한 '실질적인 반대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를 묻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인권이 제한되는 조치라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낸 인물이 없었는지를 궁금해하고 있는 겁니다.

"모두가 반대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그 반대가 어떤 말과 행동으로 나타났는지에 대해서는 끝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가 집요하게 묻고 있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습니다. '분위기'로서의 반대인지, 실제로 확인되는 '행동'으로서의 반대인지. 그 차이를 가르는 질문은, 이날 법정에서 끝내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박 전 장관에 대한 다음 재판은 오는 6일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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