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혜 외교부 차관보가 1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마이클 디솜브리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면담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중동상황이 격화하며 한국의 대미 최우선 관심사였던 안보협상과 북미대화에 먹구름이 낀 가운데, 미국 국무부 차관보가 12일 외교부 고위 당국자들과 연쇄 회동을 가졌다. 마침 이날 국회에서 대미투자특별법이 통과되면서 정부는 조인트 팩트시트의 안보협상 논의에 동력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美차관보, 외교부 연쇄회동…대미투자 특별법으로 '숨통'
마이클 디솜브리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이날 외교부 정의혜 차관보 및 박종한 경제외교조정관, 정연두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만나 조인트 팩트시트 이행과 중동문제, 한미일 협력 등에 대해 논의했다.
같은 날 대미투자특별법 국회 통과로 정부는 조인트 팩트시트 상 대미투자와 함께 안보협력의 조속한 합의 이행을 위한 주장의 명분을 얻었다.
정 차관보와 디솜브리 차관보는 대미투자특별법 통과를 '긍정적인 진전'이라 평가하며 안보분야 협의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모든 요소(투자와 안보)가 같은 속도로 이행될 수는 없지만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데에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날 미국을 찾은 김민석 국무총리도 JD 밴스 부통령 등 미 고위급 관계자를 만나 한미 관세협상과 북미대화 등의 이슈를 논의할 예정이다. 외교부 임갑수 한미 원자력협력 정부대표도 미국 국무부·에너지부 등 관계자들과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논의를 위한 사전 협의를 진행한다.
"美, 중동이슈로 대북구상 내놓거나 협의할 분위기 아냐"
연합뉴스다만 한미 잇단 고위급 회동에도 불구하고 중동상황으로 인해 향후 안보협상과 북미대화의 전망이 밝진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내에서는 전쟁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협상 교착상태에서 군사행동을 감행했다는 사실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유인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북한이 내건 북미대화의 핵심 조건은 핵보유국 인정이지만, 이란의 핵무기 보유 시도를 공습 명분으로 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게만 예외적인 기준을 적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메네이 제거 후 "미친 사람들이 핵무기를 가지면 나쁜 일이 일어난다"고 말했는데, 북한을 향한 간접적인 경고 메시지라는 해석도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이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중동상황 등 다른 이슈가 있기 때문에 대북구상을 내놓거나 상세한 협의를 할 분위기는 아닌 것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조인트 팩트시트 상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위한 안보협상도 전쟁의 직접 영향권 아래 들었다. 안보분야 후속 협의를 위한 미국 협상단의 방한은 대미투자 등을 이유로 올해 초에서 기약 없이 미뤄졌다. 정부는 디솜브리 차관보에게 늦어도 이달 안에는 협상단 방한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당부했다고 한다.
아울러 미국과 이란의 핵협상이 결렬된 이유로 우라늄 농축 문제가 꼽히는 만큼 한국에 농축·재처리 권한을 확대하는 것에 대한 미국 비확산론자의 경계 목소리도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