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연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소영 씨. 연합뉴스경찰이 이른바 '약물 연쇄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소영(20)씨로부터 추가 피해를 입었다는 남성들 사건의 혐의 입증에 주력하고 있다.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숙취해소제나 김씨의 자백이 없는 가운데 최대한 관련 증거들을 수집하면서 협의 입증에 힘을 쏟는 것이다.
다량의 모발 제출…혐의 입증 '스모킹건 ' 될까
13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월 24일 노래주점에서 김씨에게 숙취해소제를 받아먹고 의식을 잃었던 30대 남성 A씨는 최근 경찰에 머리카락을 다량으로 뽑아 제출했다. 경찰은 김씨가 다른 사건들과 마찬가지로 A씨에게 약물을 먹였을 것으로 보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머리카락을 보냈다. 일반적으로 약물을 복용하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간 모발에서 해당 약물이 검출될 수 있다고 한다.
A씨는 지난달 19일 경찰에 출석해 참고인 조사를 받으면서 김씨와 있었던 일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A씨는 의식을 잃었던 당시 김씨와 단둘이 술을 마시는 중이었고, 김씨가 건넨 숙취해소제를 마신 직후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동안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난 그는 몸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등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결국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당국에게 현장 처치를 받은 뒤에야 귀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 이번 사건 역시 앞서 기소된 사건의 범행 수법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김씨와 노래주점에 가기 전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샀다고 한다. A씨는 김씨와 함께 숙취해소제를 구매했기 때문에 김씨가 숙취해소제를 건넸을 때 별다른 의심 없이 마셨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지난달 9일 만났던 두 번째 사망자와 강북구 수유동 모텔에 들어가기 전에도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 3병을 구매한 뒤 자신이 집에서부터 준비해 온 약물 숙취해소제를 건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또 A씨 피해 시점은 김씨의 첫 번째 범행과 두 번째 범행 사이다. 첫 번째 피해자는 지난해 12월 14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김씨가 건넨 음료를 마신 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고, 두 번째 피해자는 지난 1월 28일 수유동의 한 모텔에서 김씨가 준 숙취해소제를 먹고 숨졌다.
생각보다 쉽지 않은 혐의 입증
연합뉴스그간 김씨의 범행과 수법이 유사하다는 점에서 A씨 사건 역시 김씨의 혐의로 추가될 것이란 전망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난항을 예상하기도 한다.
일단 A씨 사건의 경우, 김씨가 약물을 건넸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 당시에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숙취해소제 빈 병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노래주점 사장 B씨는 당시 현장을 수습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손님들이 주문한 술 병 이외에 숙취해소제 빈 병 같은 것들은 치운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또 현재까지 김씨는 기소된 3개 사건에 대해서만 약물을 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출신인 법무법인 혜명 박성배 변호사는 "(김씨가) 약물을 실제로 줬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입건을 하거나 송치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김씨 자백이나 다른 구체적인 증거가 나와야 혐의 입증이 수월하다"고 말했다.
물론 빈 병 같은 직접적인 증거가 반드시 나와야만 기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9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추가 피해자 사건들에 대해 "꼭 물증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라면서 "정황증거나 관련자의 진술 등을 통해 혐의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송치할 수도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10일 살인과 특수상해,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김씨가 자신의 소비 욕구를 채우기 위해 남성을 이용한 뒤 남성을 제압하기 위해 약물을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25일 또 다른 남성도 서초구 방배동의 한 음식점에서 김씨와 함께 있다가 쓰러졌다. 경찰은 이 남성과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추가 수사를 벌이는 한편 다른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