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코스피가 반도체 실적 기대에 힘입어 5900선을 돌파하며 6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코스피가 역사적인 불장을 기록하고 있지만, 단기간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이 커지면서 곳곳에 경계 신호도 감지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자금은 상대적으로 가격 매력이 높은 코스닥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美 증시 불안에도 코스피 최고치 돌파…천장 어디까지
지난 24일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불안에 영향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K증시 독주 현상을 그대로 보여줬다.
코스피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가 약세를 보인 영향으로 장 초반에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인공지능(AI)발 산업 재편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전면적 관세 인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다우존스·S&P500·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이에 코스피 역시 장중 한때 5775.61까지 밀리며 약세 흐름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되며 지수는 빠르게 낙폭을 만회했다. SK하이닉스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원 돌파하며 장을 마감해 황제주로 등극했고, 삼성전자도 20만전자를 찍었다. 결국 코스피는 5900선을 돌파하며 5969.64에 마감해 역대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같은 추세라면 6000선 돌파도 멀지 않은 상황이다.
K반도체 호황에 8000 전망까지 나와
반도체 호황이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6년 영업이익이 180조~200조원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이익 규모가 과거와 비교해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대신증권 류형근 연구원은 "2026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71조원에서 201조원으로 상향한다"고 밝혔다.
메모리 가격 상승과 함께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구조적 수요 증가까지 더해지면서 반도체 업황은 중장기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SK증권 한동희 연구원은 "상반기 내 가시화될 장기 공급계약은 실적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것"이라며 "메모리 호황이 유동성 확장과 맞물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AI 관련 종목 가운데 한국 메모리는 여전히 저평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의 지수 전망도 잇따라 상향되고 있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금융투자는 8000선까지도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제시했다. 키움증권도 올해 코스피 상단을 기존 6000에서 7300으로 높여 잡았다.
키움증권 한지영 연구원은 "선행 PER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평균인 10배 부근에서 머물러 있어 밸류에이션 부담도 낮다"고 설명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은 현물 시장에서 순매도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 관련 ETF로는 약 180억달러(약 28조원)가 유입되며 패시브 자금 흐름은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FOMO 확산 속 '빚투'는 코스닥으로 이동
연합뉴스다만, 시장 과열에 대한 경계 신호도 감지된다. 코스피가 6000선 돌파를 앞두면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상승장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불안 심리,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레버리지 자금의 이동도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코스피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0조9771억원으로 이달 최고치(21조1853억원) 대비 소폭 감소했다. 반면 코스닥 신용융자 잔고는 7거래일 연속 증가하며 10조6613억원까지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는 투자자가 증거금을 담보로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대표적인 레버리지 투자 방식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빚투' 자금은 최근 코스닥 시장으로 유입되는 모습이다.
코스피 급등에 따른 고점 부담으로 개인 투자자 자금이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낮은 코스닥으로 이동하며 '빚투' 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실제로 코스피 시장 내 개인 거래 비중은 지난달 48.11%에서 이달 45.88%로 낮아졌고, 감소한 자리는 기관과 외국인이 채운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에서는 신용 자금이 2차전지 등 일부 주도주로 집중되는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부담과 정책 기대가 맞물리며 당분간 코스닥으로의 개인 매수세 유입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단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구원은 "연초 이후 약 40% 가까이 급등에 따른 단기 과열 부담과 트럼프 관세 불확실성, 엔비디아 등 미국 AI 업체 실적에 대한 경계 심리가 맞물리며 차익실현 압력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