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터널 한복판서 멈춘 포르쉐 타이칸…'인증 중고차'로 되팔았다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 0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본사 인증 중고' 타이칸 샀는데…수차례 '주행 중 멈춤'
포르쉐 측에 문제 제기하니 뒤늦게 '환불 됐던 차' 알려
왜 판매 시 안 알렸나…포르쉐코리아 "고지 대상 아냐"
무상수리 뒤 환불, 이후 재판매…인증했다지만 '문제 반복'
과거 수리 내역 고지 시점 놓고도 구매자·포르쉐 '분쟁 중'
인증 중고차 사각지대…"소비자 보호 제도 강화돼야"


시속 100km로 주행 중 갑자기 정지한 김씨의 타이칸 차량. 독자 제공시속 100km로 주행 중 갑자기 정지한 김씨의 타이칸 차량. 독자 제공
김모(35)씨는 지난해 3월 포르쉐코리아 중고차 인증 센터에서 2024년식 전기 세단 타이칸4S를 구매했다. '포르쉐 인증'을 믿고 산 김씨였지만, 그 후 8개월 동안 도로 주행 중 차가 여러 차례 멈춰서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김씨의 문제 제기 끝에 뒤늦게 이뤄진 센터의 설명은 황당했다. '한 차례 환불 됐던 차'라는 것이었다.
 

인증 중고차 믿고 샀는데 세 번 멈춰선 타이칸…알고 보니 '환불된 차'

김씨에 따르면 1억 원에 가까운 거액의 선납금을 치르고 인수 받은 포르쉐에 문제가 생긴 건 구매 두 달 만인 지난해 5월이다. 시속 100km로 터널을 주행하던 갑자기 멈춰선 것이다. 계기판에 오류 메시지가 뜨더니 속도가 시속 15km로 급감했고, 급기야 도로 한복판에 그대로 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해 7월과 11월에도 시속 100km 전후로 고속도로 주행 중 차량이 갑자기 감속하더니 멈추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반복됐다고 한다.

김씨는 TME(열 관리 컨트롤 유닛), PTC(고압 히터), 냉각수 탱크 등을 연이어 교체해야 했다. 모두 배터리와 모터의 온도를 제어하고 차량 출력을 관리하는 전력·열 관리 계통 관련 부품들이다.

심지어 지난해 11월에는 구동모터까지 교체했다. 내연기관 차량의 엔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기차의 동력원이다. 구동모터가 고장 나면 곧바로 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김씨는 누적 주행거리가 6천km에 지나지 않은 새 차 같은 '인증 중고차'가 1년도 안 돼 세 번이나 멈춰선 상황을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웠다.

이에 인증 센터에 해당 차량이 정말 문제 없이 인증된 것인지 거듭 문의했고, 센터는 그제서야 이 차가 '환불됐던 차'라는 사실을 알렸다.
 

인증 신뢰성 물음표…포르쉐와 차주는 무한 분쟁만

독자 제공독자 제공
인증 중고차는 제조사가 직접 차량의 품질을 정밀 진단하고 성능을 보증하는 프리미엄 중고차 유통 시스템이다. 본사 인증 중고차는 그 신뢰도 덕분에 일반 매물보다 평균 10% 안팎 비싼 가격에 거래된다.

김씨는 "본사에서 '인증'한 차량이기에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일반 중고차보다 비싸도 선택했다"며 "큰 혜택은 없더라도 주행 중 멈춤 같은 심각한 문제는 없을 줄 알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레몬법에 의한 강제 환불이 아닌,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환불해 준 이력은 중고차 구매자에 고지 대상 정보가 아니라는 점이다. 레몬법을 적용받기 전에 제조사가 자발적 환불 조치를 한다면 문제 차량을 '인증 중고차'로 되팔 수 있는 구조다.

현행 레몬법은 △안전과 직결된 중대 하자가 3회 이상 발생하고 △신차 인도 후 1년 이내이면서 주행거리 2만km 미만이라는 요건을 충족하면 적용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포르쉐코리아는 CBS노컷뉴스에 "저희가 고객 만족을 위해 환불해 드린 사례라는 것은 확인이 된다"며 "(자발적 환불 여부는) 고지 대상이 아니다. (중고차로 되팔 때에는 고지를) 안 했을 수 있다. 상식적으로 파는 입장에서 (센터가 과거 환불 이력을) 굳이 어필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답했다.

독자 제공독자 제공김씨는 과거 환불 이력 뿐 아니라 주요 수리 이력조차도 뒤늦게 함께 인지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배터리셀과 에어컨 교환 이력에 대해서만 구매 당시 고지를 받았는데, 알고 보니 심각한 수리 이력이 있었다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는 것이다.

김씨가 두 번째 멈춤 현상을 겪은 뒤 확보했다는 이전 소유주의 무상수리 내역을 보면, 해당 차량은 2024년 5월, 6월, 9월 시동이 꺼지거나 동력 상실 등의 사유로 입고된 것으로 보인다.
 
독자 제공독자 제공
그러나 포르쉐코리아는 환불 이력과 달리, 수리 이력은 판매 시 김씨에게 빠짐없이 고지했다는 입장으로 맞서며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주행 중 멈춤 현상이 한 차례 있었다는 사실과 관련 수리 이력을 포함한 이 차의 무상수리 내역을 딜러가 김씨에게 전부 알렸다는 게 포르쉐코리아의 주장이다.

포르쉐코리아의 인증 중고차는 기본적인 차량 정보와 차량 분석 로그, 내부 기능, 외부 상태, 주행 테스트 결과 등 111가지 항목검사를 거쳐 판매된다. 중고차 사고이력정보 보고서도 제공된다. 그러나 김씨가 이 차를 살 때 받은 해당 보고서를 통해서는 환불 이력은 물론, 무상수리 이력도 확인되지 않는다. 해당 보고서에는 "자동차보험 사고 기록이 없었다고 해서 반드시 무사고라고 할 수는 없다"고만 기재돼 있다.

리콜 대신 무상수리…이력 안 남아 소비자 피해 우려

이 같은 기록 부재는 리콜 대신 '무상수리'가 이뤄진 데 따른 결과로도 분석된다. 리콜은 주행 안전과 직결된 '중대 결함'이 발생했을 때 이뤄지며, 그 결함을 반드시 소비자에게 고지해야 한다. 반면 무상수리는 소모품이나 편의 장치 등 '경미한 하자'에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고지할 의무가 없다. 소비자의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보험 이력에도 무상수리는 포함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제조사가 문제가 반복되는 차량을 회수하는 대신 전기 계통 부품들을 고쳐보는 '땜빵질 수리'만 거듭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대학 자동차과 교수는 "무상수리는 소비자한테 (차량 결함을) 개별 통보할 수 없게끔 하는 제도라서 제작사들이 악용할 수 있다"며 "무상수리는 중고차를 거래할 때 기록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런 사각지대는 정부가 법 개정을 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법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의원은 "소비자들은 비싸도 대기업이라는 브랜드를 신뢰해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는데, 실상은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대기업도 믿을 수 없는 현실"이라며 "수천만원에서 (억대에) 달하는 재산 피해를 볼 여지가 있는 만큼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제도 강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