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 도중 이성윤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내란전담재판부 최종안을 국회 본회의에 상정했다. 당 팎에서 위헌 시비가 잇따르자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법안은 위헌 논란이 제기된 내용을 대폭 덜어냈다. 대법원장의 개입 여지도 상당 부분 차단했다. 다만 최근 사법부 스스로 내놓은 예규와 별다른 차이가 없어지면서 입법의 실효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이 22일 상정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은 사법권 독립과 대법원장 배제 등 두갈래에 주안을 뒀다. 사법권 독립에 초점을 맞추면서 위헌 논란을 비껴가고, 조희대 대법원장의 관여를 차단함으로써 지지층 우려를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아예 없애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기존 법안은 헌법재판소·법무부·판사회의에서 각 3명씩 추천한 9명이 후보추천위를 구성하도록 규정했다. 후보추천위가 전담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2배수를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최종 임명하는 방식이었다.
이같은 후보추천위를 없애기로 하면서 외부기관의 추천권은 사라졌다. 기존 법안을 두고 쏟아진 사법권 침해라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재판부 구성에 외부기관이 참여하는 건 위헌이라는 비판도 해소했다.
수정안은 후보추천위를 없애는 대신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의 판사회의에서 전담재판부 숫자와 판사 요건 등 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후 법원 내 사무분담위원회가 기준에 따라 업무를 분장해 보고하면 판사회의에서 다시 의결하는 구조다. 사실상 법원 내부에 의사결정 전반을 맡긴 셈이다.
전담재판부 판사는 최종적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장과 서울고등법원장이 보임을 결정하도록 규정했다. 기존 법안에 들어있던 대법원장의 임명권은 사라졌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수정안을 두고 "무엇보다 조 대법원장의 입김을 최대한 차단한 점이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밖에 위헌 시비가 따라붙었던 구속기간 갱신과 사면·감형의 제한 규정도 최종안에서는 삭제했다. 항소심 판결의 선고를 1심 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내리도록 한 조항도 '최대한 신속히 해야 한다'로 완화했다. 법안 명칭에서 '윤석열'과 '12·3 비상계엄' 등 용어를 뺌으로써 특정 인물과 특정 사건을 겨냥한 처분적 법률이라는 비판도 수용했다.
민주당이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면서 전담재판부 설치법의 최종안을 도출했지만, 일각에서는 '누더기 입법'으로 실효성을 잃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헌 논란을 과도하게 의식하면서 법안 상당 부분을 손질한 탓에 전담재판부만의 특수성마저 상실했다는 비판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굳이 전담재판부를 만들지 않아도 될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이 상정한 전담재판부 최종안은 최근 사법부가 마련한 대법원 예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전담재판부 설치와 심리 절차를 담은 대법원 예규 역시 각급 법원장이 판사회의 심의를 거치고 사무분담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전담재판부 숫자와 사건 배당이 진행되도록 규정했다. 무작위 배당이 이뤄진다는 점도 동일하다.
이같은 이유로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전담재판부 최종안을 두고 '대법원 예규와 무슨 차이가 있냐' 등 문제제기가 나왔다고 전해진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지지자들이 보고 있는 마당에 칼을 빼들었으니 무엇이든 해야 하는데 위헌 논란이 거세니까 결국 눈치를 보다가 어정쩡한 법안이 나온 꼴"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