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시리즈는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난 연애를 돌아보고 새로운 인연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티빙 대표 연애 예능이다. 시즌4에는 총 12명의 출연자가 참여했다. 티빙 유튜브 영상 캡처약 3주 동안 헤어진 연인(X)과 새로운 인연이 함께 생활하도록 설정된 환경은 출연자들의 감정을 흔들리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티빙 예능 '환승연애' 시즌4 제작진도 잘 알고 있다.
이 같은 특수한 환경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던 김인하 PD였지만, 그에게도 예상치 못했던 순간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지현 씨가 원규 씨가 방에 들어가서 대화할 때 저희도 굉장히 놀랐어요."
그는 최근 서울 마포구 CJ ENM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두 분이 진짜 티가 너무 안 났고 서로 접점도 없었다"며 "그 순간은 저희도 놀랐다"고 웃었다.
해당 장면은 7회로, 출연자 박지현이 갑작스럽게 정원규 방에 들어가면서 자신의 X를 공개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정원규에게 호감을 보이던 홍지연이 그의 방을 찾아오면서 박지현은 옆 공간으로 몸을 숨겨야 했다. 이를 지켜 본 패널들은 깜짝 놀라 소리쳤고, 사이먼 도미닉(쌈디)은 "미쳤나 봐. 스릴러냐"고 반응하기도 했다.
김 PD는 이어 설렜던 순간과 인상 깊은 출연자의 말도 꼽았다. 그는 "비밀 쪽지를 전달해야 하는 미션에서 유식 씨가 휴지로 센스있게 가리며 지현 씨에게 쪽지를 주는 장면이 되게 귀여웠다"며 "4회에서 민경 씨가 설거지하는 유식 씨에게 '왜 가정적인 척을 하는 거야'라고 말한 게 생각난다"고 떠올렸다.
'환승연애' 제작진은 출연자들의 관계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김인하 PD는 "저희가 개입하는 순간 리얼리티가 깨진다고 생각한다. 특히 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잘못 건드렸을 때 퍼질 파장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 유튜브 영상 캡처시즌4 초반에는 여성 출연자가 마음에 드는 남성 출연자를 선택하는 데이트가 처음으로 도입됐다. 시즌3에서는 랜덤 데이트로 시작한 바 있다.
김 PD는 "출연자들이 모두 다른 사람을 골랐을 때 희열이 있었다"며 "우리가 출연자들의 이상형에 맞게 섭외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연 씨 빼고는 대부분 예상대로 골랐더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선택하는 데이트가 솔직한 표현의 어떤 도화선이 된 것 같다"며 "데이트 신청이 다들 거침이 없어지면서 X를 찾아가는 것도 더 적극적이었다. 좀 더 다채로운 이야기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출연자들도 다른 시즌과 다르게 감정에 굉장히 솔직한 것 같다"며 "지난 시즌에서는 X끼리 만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번 출연자들은 그 순간에도 X를 만나 감정을 그때그때 표출하더라"고 덧붙였다.
"초반 전개 빨라져…헤어진 지 6년? 공개될 서사 지켜봐 주시길"
김인하 PD는 편집 방향과 관련해 "순간순간 드러나는 솔직한 감정을 담으려고 한다"며 "눈만 마주쳐도 갑자기 무너지는 게 환승연애의 묘미여서 이 순간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티빙 제공김 PD는 엑스(X)룸 회차 전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X룸은 헤어진 연인과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물건들이 배치돼 있으며 전 연인의 사전 인터뷰 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구성된 공간이다.
그는 "초반에 X끼리 붙는 장면도 많고 감정 표출이 많다 보니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걸 체감한다"며 "초반 전개가 빠르다 보니 X룸 전개가 느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다. 지난 시즌과 비교해 보면 정속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X룸은 환승연애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서로의 감정을 건드리는 룸"이라며 "그래서 제일 중요한 회차였다고 생각을 하고 이 뒤로는 다시 또 빠르게 전개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출연자 섭외 과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만나본 건 1천 명 이상이에요. SNS 통해 DM도 많이 드리고 회신과 전화까지 했는데 그 수는 세어보지 않았죠. 매력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섭외하려고 했어요."
이어 "나이 차이가 너무 나지 않도록 했고, 현실 연애, 학생 연애 이런 식으로 다양한 서사를 통해 감정 이입을 높이려 했다"며 "커플을 먼저 확정하고 또 다른 커플을 확정하는 게 아닌 이상형 등과 같은 조합을 고려해 촬영 직전까지 고민하며 출연자를 선택한다"고 덧붙였다.
헤어진 지 6년 된 커플이 출연한 것과 관련 "아직 풀리지 않은 서사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 달라"며 "그들의 서사 또한 예쁘게 봐주실 것"이라고 전했다.
출연자들의 출연 목적을 확인하는 과정도 일부 공개했다. 그는 "영업 비밀이긴 한데 진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질문이 있다"며 "방송에 관심이 있는지 솔직하게 물어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사랑'의 깊이? 만나거나 헤어진 시간으로만 볼 수 없죠"
김인하 PD는 패널 역할에 대해 "어쩌면 제작진보다 더 프로그램의 주인이시다. 정말로 본인의 생각을 얘기한다. 게스트 분들도 공개 전 영상을 다 보고 오신 뒤에 참석하는 것"이라며 "초반 사건이 많다 보니 패널 분량이 더 많아 보이는 것 같다"고 밝혔다. 티빙 제공김 PD는 이번 시즌4를 통해 시청층이 보다 다양해졌다는 점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는 "10·20세대는 유식·민경 커플에, 20·30세대는 원규·지현 커플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기존에는 한 커플 중심으로 반응했지만, 이번에는 다른 커플들을 응원하는 흐름이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또, 연애 프로그램을 연이어 연출하면서 '사랑'의 깊이가 시간으로 규정되지 않는다는 점도 느꼈다고 한다.
"논리적으로 오래 만난 사람이 더 많이 사랑했을 것 같고 최근에 헤어진 사람이 더 애틋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걸 알고 깜짝깜짝 놀랐죠."
이어 "짧게 만나도 불같이 사랑해 인생의 마지막 사랑처럼하는 느끼는 경우도 있고 헤어진 지 오래돼도 감정이 남아 있는 커플도 있더라"며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것과 실제 관계는 굉장히 다를 수 있다는 걸 느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최근 변화한 연애 트렌드에 대해서도 의견을 전했다. 그는 "예전에는 소개팅을 하면 애프터 신청을 한 뒤 몇 번을 만나 사귀거나 몇 개월을 서로 알아갔는데 요즘에는 (이런 과정이) 다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좋으면 쪽지를 주고 서로 연락하고 3개월 만에 결혼도 결심하는 경우도 있다"며 "빠르게 만나고 그만큼 빠르게 헤어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