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변호사들이 지금까지는 (넘지 말아야 할)선이 있었는데 오늘은 없는 것 같다'
 
12.3 내란 혐의 핵심 피고인인 김용현 전 국방장관 재판을 맡고 있는 지귀연 판사가 지난 21일 재판 도중 김 전 장관 변호인들에게 던진 지적이다.
 
김 전 장관 변호인들이 최근 보여주는 언행은 확실히 선을 넘고 도가 지나치다. 그 중심에는 윤석열과 서울법대 동창이자 검사 출신인 이 모 변호사가 있다.
 
이 변호사는 지난 19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내란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장관을 따라 왔다가 법정 소란 행위로 판사로부터 감치 처분을 받은 인물이다.
일반 방청객이 감치 명령을 받는 것도 흔하지 않은데 변호사가 판사로부터 감치 처분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보통 변호사들은 피고인의 무죄와 낮은 형량 선고를 얻기 위해 법리 뿐만 아니라 심판자인 판사의 심기까지 꼼꼼히 살핀다. 판사를 기분 나쁘게 해서 피고인(의뢰인)에게 득될 게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혐의 사건 재판에서 이진관 부장판사가 발언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그런데 이 변호사의 언행은 이런 일반율을 거스른다.
이 변호사 등은 이 모 판사의 동석 불허 결정과 퇴정 명령에 거칠게 반발하다 감치 처분을 받았지만 인적 사항 진술을 끝까지 거부해 4시간만에 풀려났다.
 
풀려난 뒤 이들은 유튜브 방송에 나와 '이00은 뭣도 아닌 xx다''감치 재판할 때 오히려 벌벌 떨더라'며 판사를 원색적으로 욕하고 조롱했다.

이틀 뒤 열린 김 전 장관 본인 재판에서는 그 언행이 더욱 거칠어졋다.

증인 심문을 하던 특검을 향해 "검사들이 왜 저렇게 폼을 잡고 질문하냐" "검사가 건방을 떨고 있다"고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 그러면서 이틀 전 감치 처분과 석방을 '성과'라며 "법원의 불법행위로 대한민국 자유민주의 영광됨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평소 '유연하게' 재판을 진행해온 지귀연 판사도 '오늘따라 변호사들이 날이 선 것 같다. 선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할 정도였다.
 
지귀연 부장판사. 사진공동취재단
이 변호사의 이같은 행보를 두고 김 전 장관의 법정 안 변호 보다는 정치적 선동을 앞세우는 것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 이 변호사 일행은 감치 처분이 내려질 것을 예상하고 미리 형사소송법과 관련 법까지 검토한 뒤 법정 소란 행위를 일으키는 등 다분히 의도적으로 행동했다. 석방 후에는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자유애국시민 운운하며 이 판사 '좌표 찍기'를 했다.
최근 열린 김 전 장관 재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과 김 장관 등 힘없는 사람들이 인질로 잡혀 있다. 힘있는 이재명은 유죄가 확정됐는데도 재판도 안받는다'며 정치적 언사를 쏟아냈다.
실제로 이 변호사는 과거 전광훈 목사의 국민혁명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적도 있다.
 
이 변호사 일행의 정치적 행보 자체를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다.
 
재판의 당사자라면 법정 소란 대신 재판의 원활한 진행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재판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법리적으로 다투면 될 일이다.

이 변호사처럼 특정 판사를 좌표 찍고 모욕하고 조롱하는 것은 서울 서부지법 폭동 사건과 본질적으로 다를 바 없다.

이 변호사의 언행은 정치적 신념에 종교적 확신이 토대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제재가 신이 내리는 '고난'이며 이 고난을 통해 영적 완성을 이루는 것으로 보는 듯하다.

정치적 편향과 종교적 확신, 여기에 법률 기술까지 두루 갖춘 이들의 법정 소동은 그래서 서부지법 폭동보다 더욱 심각할 수 있다. 사법부와 정부 관계 기관이 적극 대처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