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주고 GPU받고…엔비디아와 삼성·SK 이해관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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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품귀현상' GPU 한국에 26만장 풀기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도 각각 '5만장'
"5만장이면 글로벌 영향력 갖춘 거대 AI 두뇌 역할"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제조 역량 강화 기회
엔비디아와 밀착 관계 형성…메모리 대량 납품 전망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지포스 게이머 페스티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포옹을 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AI(인공지능) 칩 분야의 대부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추진하는 동맹 수준의 사업 협력은 글로벌 메모리반도체 대표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도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공급하기로 한 대량의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자양분 삼아 AI 기반 다양한 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이 회사와의 밀착 관계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도 선점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두뇌' 엔비디아 GPU, 한국에 26만장…삼성전자·SK,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

 
15년 만에 방한한 황 CEO는 예고한대로 지난달 31일 한국에 '깜짝 발표'를 내놨다. 26만장의 GPU 투입을 포함해 한국의 주요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 AI 관련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GPU는 엔비디아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현재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이를 확보하는 게 AI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만큼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도 당초 2030년까지 GPU 20만 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는데, 엔비디아가 이번에 언급한 공급량은 이를 웃도는 수준이다.
 
대량의 GPU는 장기적으로 주요 기업들과 정부에 분산돼 공급될 예정인데, 삼성전자와 SK그룹도 각각 5만장씩을 공급 받기로 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5만 장이면 1개의 대형 데이터센터를 지을 수 있다"며 "그런 규모의 데이터센터는 AI의 거대한 두뇌 역할을 하는데, 글로벌 영향력을 갖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두 기업은 이 GPU로 반도체 제조 기술 경쟁력 등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업계 최대 수준의 '반도체 AI 팩토리(공장)'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장은 쉽게 말해 거대한 AI의 두뇌를 반도체 생산에 최적화 한 시설이다. 설계와 공정, 운영, 장비, 품질관리 등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아우르는 모든 과정에 AI를 적용함으로써 스스로 분석, 예측, 제어하는 '생각하는 반도체 제조 공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AI 팩토리 구축을 통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양산 주기를 단축하고 제조 효율성과 품질 경쟁력을 혁신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그룹도 엔비디아 GPU를 활용해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 공장은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로보틱스, 디지털 트윈, 지능형 AI 에이전트를 구동할 인프라로 쓰일 것이라는 게 그룹의 구상이다.

SK그룹의 'AI 팩토리' 구상에는 데이터센터도 포함돼 있다. 이미 2027년을 목표로 울산에 100메가와트(MW) 규모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진행 중인데, 여기에도 엔비디아의 GPU가 쓰일 전망이다.
 

삼성전자, 엔비디아에 HBM4 납품 협의…SK하이닉스와 양강 체제

 
이번 협업을 통해 깊어진 엔비디아와의 관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에도 큰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그간 공을 들여왔던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의 엔비디아 공급이 성사됐음을 전날 공식화했으며, 이날은 "이미 공급 중인 메모리 제품뿐만 아니라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대폭 향상시킨 HBM4 공급을 엔비디아와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과 황 CEO(최고경영자)의 끈끈한 '치맥 회동'으로 기대를 모았던 양사 간 'HBM 동맹'이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 위주로 이뤄졌던 엔비디아에 대한 HBM 공급은 경쟁 체제로 본격 전환될 가능성이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에 대한 HBM3, HBM3E의 핵심 공급사 지위를 이어 가고 있다. 최근에는 HBM4에 대한 공급 협의를 마무리하고, 4분기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본격적인 판매 확대에 나설 것이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엔비디아가 약속한 GPU 대량 공급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대량 납품을 기반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 산업에는 호재로 여겨진다. HBM은 GPU가 필요로 하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신속하게 옮겨주는 역할을 하는 만큼 GPU 칩셋의 핵심 부품이다.

엔비디아가 공급하기로 한 GPU는 블랙웰(GB200) 모델로, 여기에는 HBM3E가 8개 탑재된다. 26만장의 공급량을 토대로 단순 계산하면 필요한 HBM3E는 208만개로, 약 9천억 원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도체 관련 학계 전문가는 "엔비디아 입장에서 한국은 주요 GPU 고객이자, 공급선"이라며 "그렇기에 좋은 관계를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협업 계획을 밝힌 뒤 경주 예술의전당 원화홀에서 열린 미디어 질의응답 행사에서 "삼성전자가 필요하고, SK하이닉스도 필요하다"며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업"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황 CEO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의 열정, 지원 덕분에 이번 모임을 계기로 삼성을 비롯한 한국 모든 기업들이 새로운 관계와 전기를 맞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엔비디아와 오랫동안 관계를 갖고 있었고, 지금은 아주 최고의 파트너로서 계속 AI의 발전에 같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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