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원·달러 환율, 코스닥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1430원대에 도달한 원달러 환율이 144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모양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환율 상승의 핵심 원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시장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미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당분간 환율이 1400원 안팎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5.4원 내린 1431.7원에 주간거래를 마쳤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지난 6월 말 1350원대까지 내렸던 환율은 줄곧 1300원대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0일 단숨에 1420원대로 올라선 뒤 한때 1441원을 기록했다.
이는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한 12·3 내란사태 직후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부과하며 불확실성이 절정에 달한 지난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오는 30일(현지시간) 열리는 10월 연방준비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p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도 환율은 좀처럼 내려갈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핵심 원인은 한미 관세 후속 협상인 '3500억달러 대미투자'가 꼽힌다. (
참고기사 : 환율 1400원 뚫었다…美 '현금투자' 받으면 1600원 될수도)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에서 "양국이 모든 주요 세부 사항에서 여전히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면서 "미국은 물론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나, 한국에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정도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의견 차이가 있지만 (협상) 지연이 반드시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자 친구이므로, 모든 받아들일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도 27일 외신 간담회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한미 정상회담에서 관세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볼 때 이번에 바로 타결되기는 좀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아시아 순방길에 오르며 "타결(being finalized)에 매우 가깝다"고 말한 것과 온도 차이를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한미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2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시장은 올해 안에 한미 관세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동시에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이후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먼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의 정책 기조 때문이다.
'아베노믹스'를 계승한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은 '사나에노믹스'로 불린다. 핵심은 재정확장이다. 그는 유류세 인하와 소득세 기본 공제 등 감세와 방위비 증액 등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재정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 이미 정부부채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210%를 넘었고, 상대적으로 저금리였던 지난해 이자비용은 일본 정부지출의 약 20%를 차지했다. 따라서 기준금리 인상에 반대한다.
지난 24일 발표한 9월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CPI)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전월 2.7%를 웃돌았고, 일본은행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돌았다. 금리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시장은 오는 30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오는 12월에도 금리를 인상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KB증권 류진이 연구원은 "일본의 재정정책 우위 현장이 이번 정권에서 강화되며 최근에 나타난 엔화 약세 흐름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엔화 약세는 상대적 강달러를 압박하고, 이는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의 원인이 된다.
환율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소는 트럼프 행정부 정책의 예측 불확실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책의 중심을 '관세'에서 '감세'로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세수 부족과 재정적자 우려가 새로운 변수를 낳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환율의 변동성이 쉽게 줄어들지 않을 전망"이라며 "미국과의 관세와 관련한 큰 고비를 올해 넘을 가능성이 높지만 거칠고 예측하기 어려운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가 내년에 얌전해진다고 예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의 마찰이 지속되고, 글로벌 경제는 내년에도 여전히 분절화 과정에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