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본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향하던 항공기를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에 착륙시키며 발생한 이른바 '요도호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대본을 처음 봤을 때 답답했다. 아무리 읽어도 맡은 배역이 다른 인물들과 섞이지 않았다. 변성현 감독과 네 번째 호흡을 맞췄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지 않으냐'고 거듭 물어봤단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서 아무개 역을 맡은 배우 설경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인물 해석에 많은 고민을 쏟았다고 털어놨다.
"배우에게 연기 호흡이 맞지 않았다는 말이 제일 아파요. 그래서 변 감독에게 '아무개가 이 사건에 섞이느냐, 안 섞이느냐'고 물었더니 '섞이지 않는 걸로 하자'고 하더라고요."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지만, 아무개는 가상의 인물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에게 끌려다니는 존재로 그려진다.
설경구는 "아무개를 과장하다 못해 서투르면서 열심히 하려고 연기하는 인물로 출발했다"며 "비대칭으로 찌그러져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영화 '굿뉴스'. 넷플릭스 제공이처럼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변 감독을 믿었다. 그는 "그래도 감독 머릿속에 다 있는 것 같았다"며 "영화 '불한당(2017)'을 찍었을 때도 죄수들이 교도소에서 옆집 마실 가듯 담배를 팔고 줄을 서는데 '이런 교도소가 어디있냐'고 했다. 막상 찍고 나니 말이 되더라"고 웃었다.
그는 "상상력을 확장 시켜주는 거 같다. 이번 작품에서도 변성현만의 스타일이 생긴 것 같다"며 "현장에서도 저희가 볼 때 다 똑같은데도, 스태프와 함께 조금씩 변화를 주면서 (방향을) 찾아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변 감독도 이번 작품을 하면서 잘 만들어야 한다는 압박과 책임감이 있었던 것 같다"며 "콘티 때부터 세 번 정도 수정했고, 현장에서도 보완할 거 있으면 수정하더라"고 덧붙였다.
"의상보고 개량 한복이라고 놀려…전도연 나올 때 전 투명인간"
배우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으로 호흡을 맞춘 이후로 영화 '킹메이커(2022)',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2025)'까지 네 작품 연속으로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번 작품 참여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아무개의 외형도 현장에서 수정됐다. 애초 설정은 왼쪽 눈 밑과 인중, 오른쪽 볼에 점 세 개였지만, 오른쪽 볼 하나로 줄였다.
설경구는 "이질적으로 보이려고 했으나 점이 커서 점밖에 보이지 않았다"며 "점 두 개를 뺀 뒤 어떻게 이 사람이 좀 더 만만하고 이상하게 보일지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허름한 의상 또한 공을 들였다. 그는 "아무개의 옷이 후지게 보이되 구색은 맞아야 했다"며 "와이셔츠도 입어보고 넥타이도 매봤다. 밸런스에 맞춰서 목티를 입게 됐는데, 스태프들이 개량(생활) 한복이라고 놀렸다"고 웃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설경구는 "홍경은 대사 하나하나에 메모를 시커멓게 할 정도로 준비하더라. 술도 담배도 하지 않고 연기 욕심이 컸다"며 "류승범은 날 것 같은 연기를 했고, 야마다 타카유키는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에너지가 진짜 좋았다"고 감탄했다.
특별출연한 윤경호·전도연과의 현장 분위기도 전했다.
"윤경호와는 함께 '예?', '예?' 하며 티격태격했는데 재미있었죠. 경호가 살이 쪄 보이게 하려고 패드를 붙였는데 단추가 터지는 장면이 과하게 보일까 봐 변 감독이 고민했죠. 막상 장면을 넣으니 현장에서 터지더라고요.(웃음)"이어 "전도연 배우가 나온 관제탑 장면에선 서로 대사가 없어서 저는 투명인간이었다"며 "위층에서 지켜보는 관찰자 입장이었는데 있으나 마나 한 인간 같았다"고 덧붙였다.
"변성현 감독 아니었으면 거절…아무개의 허탈함, 묘한 감정 들었죠"
설경구는 이번 작품에 특별출연한 박지환을 비롯해 전배수, 박해수, 최덕문, 현봉식 등 비중이 크지 않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넷플릭스 제공설경구는 변 감독이 아니었으면 아무개 역을 맡지 않았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사실 이번 작품에서 해답을 못 찾았어요. 아무개라는 인물이 정말 뭐가 잡히질 않더라고요. 다른 감독이 이 역을 제안했으면 '죄송합니다'라고 거절했을 것 같아요. 변 감독에 대한 신뢰 때문에 선택했죠.(웃음)"
그는 또,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언'의 의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극 중 아무개는 서고명에게 "진실은 간혹 달의 뒷면에 존재한다. 그렇다고 앞면이 거짓은 아니다"의 트루먼 셰이디의 말을 전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 아무개가 꾸며낸 말이다.
설경구는 "아무개가 소란스러운 장면에서 벗어나 활주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알게 뭐냐'라고 하는데 무책임한 말처럼 들리지만, 그 안에 허탈함이 다가왔다"며 "되게 씁쓸하고 마무리가 걱정되는 아무개를 보며 묘한 감정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무개의 가방 속을 떠올렸다.
"아무개 가방에 뭐가 들어 있었을까요? 대통령 시계 하나뿐이었어요. 이 사람은 뭔가를 기록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한편, 영화 '굿뉴스'는 25일 기준 넷플릭스 국내 톱10 영화 1위,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9위를 차지하는 등 호평과 함께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