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시계, 수많은 아무개 족쇄일수도" 변성현의 '굿뉴스' 해석[왓더OTT]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0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편집자 주

모든 작품은 저마다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습니다.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 공개된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립니다. 이번 편에선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전해드립니다.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 변성현 감독
"류승범, 볼펜 딱 세우더라…박지환의 앞통수, 전도연의 우아함"
"영화 '퀵 엔 데드' 오마주도…멜로 장르도 하고 싶어요"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본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향하던 항공기를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에 착륙시키며 발생한 이른바 '요도호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는 1970년 3월 일본에서 납치돼 북한으로 향하던 항공기를 평양공항으로 위장한 김포공항에 착륙시키며 발생한 이른바 '요도호 납치 사건'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넷플릭스 제공
시작은 뉴스였다. 매일 라디오 뉴스를 들으며 냉소가 따라왔다. 맹목적으로 믿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명언'이라는 소재가 떠올랐고, 결국 이를 부정하는 구조를 블랙코미디 장르로 풀어내려 했다. 

이 과정에서 인명피해가 나오지 않았던, 이른바 '요도호 납치 사건'을 재구성했다.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설명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작품 곳곳에는 변 감독만의 상징적인 장치가 숨어 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극 중 활주로에 등장하는 목줄 풀린 강아지의 의미를 설명했다.

"목줄이 풀린 강아지가 비를 맞는 장면은 현실, 현상처럼 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아무개(설경구)만 뜻하는 게 아니라 비행기 안에 있는 서고명(홍경)의 모습을 상징화했죠. 마지막 활주로에 홀로 남겨진 서고명의 모습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어요."

변성현 감독은 극 중 아무개와 서고명의 설정에 대해 "서고명이 무명이 되는 과정에서 애초에 무명인 아무개의 존재가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무개는 결국 신분을 얻지만 주민등록증 한 장을 얻은 것 뿐"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변성현 감독은 극 중 아무개와 서고명의 설정에 대해 "서고명이 무명이 되는 과정에서 애초에 무명인 아무개의 존재가 있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며 "아무개는 결국 신분을 얻지만 주민등록증 한 장을 얻은 것 뿐"이라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강아지에 깃든 상징은 더 있다.  아무개의 이름 끝 글자 '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류승범)의 책상 위에 놓인 개 조각상, 그리고 박상현이 아무개의 목덜미를 개처럼 잡는 동작까지. 실력은 있어도 자유롭지 못한 목줄에 묶인 아무개의 현실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대통령의 시계 또한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변 감독은 "수많은 아무개의 족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홍경 배우는 시계를 차지 않고 싶어 했는데 그 기분으로 차달라고 했다"며 "억울하지만 그 시계를 차는 게 참고 살아가며 이용당하는, 힘 없는 사람들의 사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극 중 등장하는 명언에 대해서는 권위가 퇴색되기를 바랐다고 했다. 변 감독은 "명언집을 구매해 필요한 명언들을 분류했다"며 "작품이 관료주의를 희화화하는 이야기인 만큼, 사람들이 명언 자체의 권위를 믿는 모습을 뛰어넘고자 했다. 가짜 명언으로 합리화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류승범, 볼펜 딱 세우더라…박지환의 앞통수, 전도연의 우아함"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는 박상현(류승범)과 아무개(설경구)가 계단에서 위치가 뒤바뀌는 장면 등 상징적인 연출도 담겨 있다. 이는 향후 두 인물의 관계 변화를 암시하는 설정이다.넷플릭스 영화 '굿뉴스'에는 박상현(류승범)과 아무개(설경구)가 계단에서 위치가 뒤바뀌는 장면 등 상징적인 연출도 담겨 있다. 이는 향후 두 인물의 관계 변화를 암시하는 설정이다.
작품은 블랙코미디 장르답게 작품 곳곳에 소소한 웃음을 배치했다.

변 감독은 "진중함 보다는 가벼움으로 다가가려 했다"며 "사람들이 피식거리면서 보다가 지금 피식거려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었다"며 "마지막에는 뒤통수가 좀 싸하게 다가갔으면 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극 중 박상현이 김포공항을 평양공항으로 위장하자는 서고명의 제안을 들은 동시에 책상 위에 볼펜을 세우는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 상황을 희화화하고 싶었어요. 사실 촬영장에 고정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만들어놨는데 류승범 배우가 장치 없이 세우더라고요.(웃음)"

첫 호흡을 맞춘 류승범에 대해선 "어릴 적부터 팬이고 우상이었다"며 "본능적인 배우인 줄 알았는데 정말 대본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공부해 오시더라. 피라미드에서 꺼낸 고대 문서 같았다"고 웃었다.

홍경에 대해서도 "'약한 영웅(2022)' 때부터 주목했다. 개인적으로 그 나이 또래에서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영화 '굿뉴스'. 넷플릭스 제공영화 '굿뉴스'. 넷플릭스 제공
그는 작품 속 특별출연 섭외 비화도 전했다. 이 과정에서 박지환의 출연은 정말 우연히 결정됐단다.

"택시를 불렀는데 박지환 배우가 막 뛰어오셨어요. 인사를 나눴는데 부른 택시가 와서 가야만 했죠. 너무 실례인 거 같아서 나중에 물어물어 연락드리니 '뒤통수만 나오게 해달라'고 해서 '앞통수 한 번 나오실래요'라고 말했죠. 저야 너무 감사했죠."

변 감독은 "박해수 배우도 저랑 친분이 없었는데 조형래 촬영감독과 동네 주민이어서 섭외했고, 전도연 선배님과 윤경호 배우는 워낙 사적으로 친해서 전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전도연 선배님에게는 우아한 역할이라고만 얘기했는데 시나리오 읽더니 '지금 장난하냐'고 얘기하셨다"며 "우아하게만 해주시면 된다고 했는데 워낙 선수셔서 공연 하듯이 한 번에 휩쓸더라. '됐지'하면서 쿨하게 사라지셨다"고 웃었다.

일본 배우와의 협업 경험도 전했다. 변 감독은 "배우분들이 저를 알고 있었다. 야마다 타카유키는 현지에서도 슈퍼스타인데 극 중 이시다 신이치 역할이 큰 역할이 아닌데도 흔쾌히 해주셔서 너무 놀랐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영화가 일본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일본의 정서가 담겼으면 했다"며 "제 시나리오대로 표현하지 말고 일본에선 이럴 때 어떻게 표현하고 반응하는지에 대해서 일일이 물어봤고 현장에서 시나리오도 바꾸며 작업했다.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 '퀵 엔 데드' 오마주도…차기작 멜로 장르도 하고 싶어요"

변성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부터 영화 '킹메이커(2022)',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까지 설경구와 연이어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서로 친한 사이지만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며 "4~5개월 정도 한 번씩 보는 거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변성현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부터 영화 '킹메이커(2022)',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2023)'까지 설경구와 연이어 작품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서로 친한 사이지만 연락을 잘 하지 않는다"며 "4~5개월 정도 한 번씩 보는 거 같다"고 밝혔다. 넷플릭스 제공
변 감독은 이번 작품에 담긴 서부극 장면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조형래 촬영감독과 한아름 미술감독하고 얘기를 많이 하며 작업했는데, 처음엔 모두 반대했었다"며 "손 빠른 게 뭐지 했을 때 서부극이 생각났다. 다들 유치하다고 했는데 막상 촬영해 보니 모두 흡족해했다"고 말했다.

이어 극 중 려돌찬(박해수)의 몸에 구멍이 뚫린 그림자 연출에 대해선 "샘 레이미 감독의 영화 '퀵 엔 데드(1995)'를 보면 그림자에 구멍이 하나 나 있는 장면을 오마주한 것"이라며 "그림자만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손을 대서 확인하는 장면까지 더해 한발 더 나아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음악에 대해서도 "늘 작업하는 김홍집·이진희 음악감독과 작업을 했는데 다른 영화보다 음악을 더 많이 넣었다"며 "현악을 써서 분위기를 만들고, 비발디 '사계'는 편곡해 사용했다. 루이 암스트롱의 곡은 시나리오 단계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변성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변성현 감독. 넷플릭스 제공
변 감독은 차기작으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호러 장르를 못 봐서 제외하면 스릴러와 멜로를 안해 본 거 같다"며 "영화 '나의 PS 파트너(2012)'와 같은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하면 제 스타일의 멜로가 나올 거 같다"고 말했다. 이어 "도장 깨기는 아니"라며 "감독으로서 안 해본 장르를 한 번씩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영화 '굿뉴스'에 대해 "모든 걸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거듭 말했다. 이 때문에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평소와 달리 소리까지 질렀단다.

"진짜 치열하게 찍었던 거 같아요. 제 영화 중에 제일 좋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열심히 했어요. 이전에는 의견차가 있으면 제 뜻을 관철하려고 했는데 이번엔 새로운 걸 찾기 위해 더 성의 있게 작업한 거 같아요."

한편, 영화 '굿뉴스'는 23일 기준 넷플릭스 국내 톱10 영화 1위, 글로벌 톱10 비영어 영화 부문 9위를 차지하는 등 외신 호평과 함께 주목을 받고 있다.



0

0

실시간 랭킹 뉴스

오늘의 기자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