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 산골서 스마트워크로 변모…핵심은 '숫자' 아닌 '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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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인구 절벽이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 속에 수도권 과밀화가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밖 대부분의 지역이 지방균형발전을 외치지만 고령인구 비중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전남은 지역소멸 위기에 놓였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산업 중심지로 지역경제를 이끌던 전남 동부권도 청년층 유출과 경기 침체로 활력을 잃은 지 오래다. 전남CBS는 지역소멸 위기 속에서도 역사와 문화, 산업의 특색을 살려 다시 살아나는 지역으로 거듭난 일본과 유럽의 사례를 통해 전남 동부권의 지속 가능한 해법과 전략을 모색한다.

[지역은 소멸하지 않는다⑤]
日가미야마, 레지던스 노하우 통해 위성사무소 입지 구축…IT기업 16곳 몰려
전문학교 설립해 관계인구 확산…젊은층 순환하며 적지만 안정적인 인구 지속
'단기 성과 몰두→벤치마킹 실패' 전문가 "국내서도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그린밸리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 유대용 기자그린밸리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 유대용 기자
▶ 글 싣는 순서
① 인구감소 벼랑 끝 '선택과 집중'이 불러온 日 도야마의 변화
② 철강에서 문화도시로…9월이면 '린츠'가 들썩인다
③ '창조적 과소' 가마야마의 역설이 말하는 소도시의 생존법
④ 청년이 돌아온다… 라이프치히 30년의 '반전'
⑤ 변방 산골서 스마트워크로 변모…핵심은 '숫자' 아닌 '순환'
(계속)

"숫자를 내세우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이 일어나는 창조적 순간을 중요하게 봐야합니다. 숫자에 집착하지 않고 본질적으로 찾는 것을 향해 달리다보면 의외의 것이 생겨 새로운 물꼬가 트일 수도 있습니다."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야마정의 NPO 그린밸리 설립자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수많은 벤치마킹 사례와 관련해 "대부분 양적인 성과에 치우쳐 실패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도쿄로부터 600㎞ 떨어진 인구 5천여 명의 농산촌이지만 '창조적 과소'를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가미야마는 단기 유인책에 머물고 있는 국내 사례와 대조된다.
 
가미야마는 지난 1955년 2만 명을 웃돌았던 인구가 2015년 4분의 1(5300여 명) 수준으로 급감하며 소멸위기에 몰렸었지만 지금은 웹 디자이너와 벤처기업 창업자 등 정보통신 종사자들이 몰려드는 스마트워크 마을로 변모했다.
 
가미야마에 있는 위성사무소 중 한 곳인 엔가와 오피스 전경. 방송시스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본사는 도쿄에 있으며 이곳에는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가미야마에 있는 위성사무소 중 한 곳인 엔가와 오피스 전경. 방송시스템 관련 솔루션을 제공하는 회사로 본사는 도쿄에 있으며 이곳에는 3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유대용 기자인구감소의 흐름을 인정하면서도 인구구성을 창조적으로 디자인해 마을의 지속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특히 위성사무소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다.
 
앞서 1999년 예술가를 시작으로, 2008년 정착 가능 청년이나 가족 등을 대상으로 한 레지던스 사업이 다양한 직군이 집약하는 커뮤티니로 발전하면서 가미야마는 변방의 농산촌에서 새로운 업무방식을 실현하는 재미있는 마을로서 입지를 쌓았다.

일본 최대 규모의 영업 디지털화 솔루션 기업 '산산(Sansan)'의 설립자 데라라 치카히로는 이같은 가미야마의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2010년 위성사무소 '가미야마 랩'을 설치했다.

산골마을이지만 광통신망을 일찍 갖춘 데다 그린밸리를 중심으로 한 레지던스 사업의 노하우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산산이 자리를 잡자 다른 기업들도 이곳을 찾아 위성사무소를 만들며 16개 기업의 위성사무소가 있는 오늘의 가미야마로 자리를 잡았다.
 
자연스럽게 이주자도 늘면서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등이 생겨나는 등 2011년부터는 순유입 인구가 증가하는, 작지만 활력이 넘치는 마을이 됐다.
 
기업 유치에 목적을 두기보다 새로운 일을 만들어내는 데 방점을 둔 결과다.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중요한 것은 위성사무소와 같은 양적인 부분이 아니라 마을을 새로운 장소로 바라보고 새로운 발상을 떠올리는 것이다"며 "일본에서도 가미야마를 벤치마킹하는데 95% 이상이 실패한다. 양적인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 역시 인구감소 대응과 도시재생과 관련해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조희정 박사는 "국내 지자체 대부분이 인구유입이나 도시재생에 있어 공간을 적극적으로 쓰지 않고 단절되는 사업에 치중하고 있다"며 "긴 호흡으로 사업을 운영해야 하는데 마치 숙제를 하듯 목표 달성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유대용 기자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 유대용 기자작은 농산촌 마을에는 드물게 전문교육기관까지 들어서면서 관계인구 확산을 통한 지역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그린밸리를 창구로 설립 토대를 닦은 마루고토 고등전문학교는 민간이 주도한 전문기술 인재 양성교육기관(고교)으로 디자인과 테크놀로지, 기획력, 창의성을 겸비한 인재를 양성을 목표로 한 5년제 교육기관이다.
 
기존과 다르게, 시대가 요구하는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2023년 설립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청소년과 가족들이 가미야마를 눈여겨보고 있다.
 
입학생 대부분이 외지인 출신으로, 교육뿐만 아니라 기숙사 제공,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학생들이 지역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커리큘럼 내에 지역 기업, 크리에이터를과 협업을 포함, 졸업 후에도 가미야마에서 창업, 취업, 정주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미야마 내 이주자를 위한 거주, 생활시설. 유대용 기자가미야마 내 이주자를 위한 거주, 생활시설. 유대용 기자실제 이곳에서 교육받은 학생만 500여 명이며 이를 3인 가구로 환산할 때 가미야마 내 최소 1500명의 관계인구가 유지된다.
 
청년 유입과 가족 이주, 지역사회 참여, 창업, 산업연결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마루고토 교고는 오는 2028년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오미나미 신야 전 대표는 창조적 과소를 거듭 언급하며 인구의 양적 증가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순환을 위한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가구가 매년 얼마나 이주해야 2040년에도 초등학교 한 학년에 20명의 학생을 유지할 수 있을 지 대학과 함께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며 "마을에 젊은이들이 순환되는 최소 지표를 한 학년당 20명으로 본 것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해마다 5가구 이상이 유입되면 유지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가미야마의 사례는 양적 증가가 아닌 질적 전환을 통한 인구정책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출산 장려금과 전입 인센티브, 주택 지원 등의 정책으로 숫자 중심의 유입 경쟁에 몰두하는 국내 지자체들과 선명하게 대비된다.
 
조희정 박사는 "일본에서 창조적 과소라는 표현이 나오는 것에는 앞으로 인구가 극적으로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고 한계 안에서 최선을 다해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인구감소의 흐름 속에서 질적인 관점을 나타내는 것인데 국내 상황을 보면 관련 사업의 형태나 행정조직의 구성이 한계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 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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