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의 연락 한 통에 가슴이 내려앉고 출근길이 공포로 다가온다면, 이는 단순한 '사회생활의 어려움'을 넘어선 위험 신호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대표원장은 CBS 경제연구실 <의사결정> 에 출연해 병원을 찾는 직장인 중 상당수가 이러한 대인관계 스트레스를 겪으며, 회사 외의 일상도 무너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특히 괴로운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일수록, 선택의 결과보다 '내가 어떤 심리 상태에서 그 결정을 내리는가'가 이후의 삶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조언했다.
상사와의 관계 개선은 환상…'물리적 분리'가 정답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이경준 원장은 직장 내 갈등으로 고통받는 이들에게 다소 냉정하지만 현실적인 조언을 건넸다. 갈등 관계에 있는 상사와의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상사의 성격이나 환경적 요인은 부하 직원의 노력만으로 바꿀 수 없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최선의 해결책은 상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물리적 분리'가 되어야 한다. 부서 이동이나 이직, 심지어 퇴사까지도 나를 지키기 위한 명확한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작은 조직이라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퇴사'라는 선택지가 가혹하게 들릴 수 있지만, 이 원장은 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퇴사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은 현재의 높은 불안 수치가 만들어낸 환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환경을 바꾸는 시도 자체가 불안을 낮추는 계기가 되며, 자신의 콘텐츠를 가진 사람을 원하는 곳은 반드시 존재한다. 이러한 역경을 딛고 환경을 바꿔본 경험은 개인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이 된다는 설명이다.
내 몸이 보내는 비명, '신체적 불안'과 '압도된 상태'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단순한 긴장을 넘어 몸이 먼저 반응하기 시작한다면 즉각적인 휴식과 치료가 필요하다. 이경준 원장은 이를 '스위치가 켜진 상태'라고 표현했다. 교감신경계가 과활성화되면서 가슴 조임, 호흡 곤란, 복통, 이명 등 다양한 신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뇌가 더 이상 외부 자극을 감당할 수 없다고 보내는 긴급 신호다. 이 시기에는 의지력을 탓할 것이 아니라 환경을 바꾸기 위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일상의 평화가 직장이라는 요소에 완전히 잠식되는 '압도된 상태'에서 벗어나는 것도 급선무다. 이 원장은 우리 삶이 직장 외에도 가정, 취미, 개인적 신념 등 다양한 요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상기시켰다. 스트레스에 매몰되어 나를 구성하는 다른 소중한 가치들을 잊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직장 밖의 나는 어떤 즐거움을 느끼던 사람이었나"를 자문하는 과정은 압도된 감정에서 한 발짝 물러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동료의 고통에 대처하는 법…조언보다 '질문'이 힘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주변 동료나 친구가 직장 스트레스로 괴로워할 때, 많은 이들이 해결책을 주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지만 이경준 원장은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힘내"라는 말보다 "요즘 너는 주로 어떤 생각을 해?" 혹은 "요즘 너를 기쁘게 하는 건 뭐야?" 같은 질문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질문은 상대방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며, 부정적인 상황에 완전히 몰입되어 있던 시야를 본인 자신에게로 돌리게 하는 힘이 있다.
상대방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과해지면 자칫 잘못된 조언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문장으로 질문을 건네는 것은 가장 안전하고도 강력한 지지가 된다. 질문을 받은 이가 자신의 기분과 상태를 고민해 보는 것 자체가 상태를 이해하는 과정이 되며, 이는 압도된 느낌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 된다. 전문가조차 내리기 힘든 결론을 대신 내려주려 하기보다, 그가 스스로를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 되어주는 것이 동료의 역할이다.
내 몸을 지키는 한 줄 처방전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의원 이경준 원장 편 '의사결정' 유튜브 캡처감당하기 힘든 스트레스는 때로 우리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던 무의식적인 갈등을 자극하기도 한다.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스러운 시기는 단순히 견뎌야 할 재앙이 아니라, 그동안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나 자신'을 깊이 있게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역경은 고통스럽지만, 이를 통해 내가 무엇에 취약하고 무엇을 지키고 싶어 하는지 깨닫는다면 그 경험은 성장을 위한 자양분으로 남는다. 스스로를 자책하기보다 현재의 시련을 나를 재정의하는 시작점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상처 입은 마음은 치유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