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지구 평화를 위한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납치해 가자지구에 억류했던 이스라엘 생존 인질 중 마지막 남은 20명이 13일(현지시간) 모두 귀환했다.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납치된 지 737일 만이다.
하마스와 그 동맹 세력이 2년 만에 가자 내에서 생존 인질을 단 한 명도 억류하지 않게 되면서, 분쟁의 상징이던 인질 사태가 사실상 종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 AP통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날 새벽 가자지구 북부에서 7명을 먼저 석방하고, 몇 시간 뒤 남부 칸유니스 인근에서 나머지 13명을 풀어줬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거쳐 이스라엘군(IDF)에 인계된 인질들은 모두 남성이며, 이스라엘 남부 레임 군부대에서 가족과 재회한 뒤 건강검진을 받았다.
남은 사망 인질 28명(가자전 이전 납치된 1명 포함)의 시신도 이스라엘 측에 인도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시점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마스는 협상 과정에서 "72시간 내 모든 시신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혀왔으며, 실제로 협정상 함께 송환하기로 한 28구 중 4구만 인도했다.
이스라엘은 합의에 따라 종신형을 받은 250명을 포함해 팔레스타인 수감자 1968명을 석방했다.
이날 인질과 수감자 석방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평화구상에 따라, 10일 발효한 이스라엘·하마스 간 휴전합의 1단계의 일환으로 이뤄졌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인질 송환 장면이 생중계됐으며, 텔아비브 '인질 광장'에 모인 시민들은 방송에서 석방된 인질들의 이름이 호명되자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를 방문해 2년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의 종료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새로운 중동에 역사적 새벽이 찾아왔고, 긴 악몽이 마침내 끝났다"고 말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앞선 환영사에서 "하마스에 대해 놀라운 승리를 거뒀다"며 "이 평화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하룻밤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생존 인질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해준 위대한 친구"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스라엘을 위해 그보다 더 많은 일을 한 미국 대통령은 없다"며 "당신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스라엘 전체가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자국 최고 훈장을 수여하겠다고도 밝혔다.
연합뉴스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린 '가자 평화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집트, 카타르, 터키 등 주요 중동 지도자들과 함께 '가자 평화선언문'에 서명했다.
그는 연설에서 "오늘은 중동 모든 국가에 위대한 날"이라며, 이번 휴전이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는 평생 단 한 번 있을지도 모를 기회를 맞이했다"며 "오래된 분쟁과 증오를 뒤로 하고 함께 위대한 평화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의에는 유럽과 중동 주요 정상 30여 명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회의를 공동 주재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을 비롯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타밈 빈 하마드 알타니 카타르 국왕, 마흐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이 자리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참석국이 서명한 '가자 선언문'에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을 공식화하고, 가자지구 전후 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원 약속이 담겼다. 또 서명국들은 "지역의 평화·안보·공동번영의 포괄적 비전을 추구한다"고 명시했으며, "가자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이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도 포함됐다.
앞으로 진행될 휴전 합의 2단계에서는 하마스의 무장 해제와 이스라엘군의 단계적 철수, 그리고 팔레스타인 과도정부 구성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예정이다. 그러나 하마스가 무장 해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