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통일교 교주 한학자 총재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건희씨에게 샤넬 가방을 건넨 건 두 차례. 2022년 4월 802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과 7월 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을 각각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특검은 한 총재에 대해 7월 건에 대해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 4월 건에 대해선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같은 행위를 두고 상반된 처분이 내려진 것은 왜일까.
이는 김씨의 배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신분'에 따른 차이다. 2022년 4월 당시 윤 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공무원이 아니어서 청탁금지법 적용이 불가했으나, 2022년 7월에는 공무원에 해당하는 '대통령' 신분이었기에 청탁금지법 적용이 가능했던 것이다.
김건희 특검팀(민중기 특별검사) 관계자는 10일 오후 브리핑에서 "2022년 4월 김건희씨가 샤넬백을 (한 총재와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 등으로부터) 받은 것은 죄가 되는데, 준 쪽에서는 청탁금지법 적용이 안 되니까 죄가 안 된다"며 "2022년 4월에는 김씨가 공무원의 배우자가 아니기 때문에, 준 사람 입장에서는 죄가 안 된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은 공무원과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2022년 4월 '당선인의 배우자'였던 김씨가 한 총재를 비롯한 통일교 측으로부터 샤넬 가방과 천수삼 농축차를 받은 것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특검은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인 2022년 7월에 한 총재가 김씨에게 고가의 금품을 건넨 것에 대해서만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가평 통일교 박물관(천정궁)·김건희 씨. 연합뉴스다만, 김씨에게는 한 총재와 달리 2022년 4월과 7월 두 차례 모두 '알선수재' 혐의가 적용됐다. 알선수재죄는 금품을 받고 다른 사람의 직무에 관해 잘 처리해주도록 알선한 죄를 뜻하는데, 금품을 받는 사람의 신분과 관계없이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법적 지위가 사각지대에 있다고 지적한다.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될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이 무차별적인 청탁의 문을 열어 놓은 셈이라는 비판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일 때 '미리 보험을 들어놓는다'는 생각으로 가장 로비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청탁을 한 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을 할 수 없는 건 모순적"이라며 "이는 당선인이나 당선인 배우자가 얼마든지 청탁을 받아도 된다는 뜻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청탁금지법에 대한 입법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며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고위 공직자가 될 자'를 추가하는 등 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