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 변호사가 제보자 지인에게 보낸 SNS 메시지. 제보자 제공취재진이 공익제보자로부터 확보한 대화 녹음파일은 총 6개다. 제보자는 형사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됐다가 지난해 11월 14일 제주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A 부장판사가 법정구속 시킨 사람이다. 이후 지난해 12월 12일 오후 B 변호사가 대뜸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제보자를 찾아간다.
B 변호사는 당시 접견 신청을 통해 제보자를 만나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보석으로 풀려날 수 있다고 사법거래를 시도했다. 이 말을 믿지 못한 제보자는 수감 중이어서 자신의 지인과 연락해 보라고 했다. 녹음파일은 12월 13일과 17일 제보자 지인과 B 변호사의 대화 내용이다.
◇2024-12-13 오전 10시 12분쯤 통화 B 변호사는 제보자 지인과의 통화에서 "A 부장판사가 (제보자를) 구속시켰는데, A 판사를 통해서 보석으로 나오는 겁니다" "불가능하면 제가 거기(교도소)까지 가겠습니까? 100% 가능하고요. 오늘 입금해 주시면 다음 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교도소에서) 나오도록 해드릴게요"라고 한다.
특히 B 변호사는 "A 판사가 (내년) 2월이면 그만두고 다른 판사가 올 거예요. 그러니깐 가기 전에 보석으로 나와야죠"라며 당시 발표되지 않았던 A 부장판사의 인사발령 내용을 언급했다. 실제로 B 변호사가 예상했던 대로 A 부장판사는 올해 2월 수도권지역 모 법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4-12-13 오후 4시 30분쯤 SNS B 변호사는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믿지 못하는 제보자 지인에게 SNS 메시지로 '변호사 등록 증명서' '유흥주점 접대 정황이 담긴 대화 캡처사진' '유흥주점 여종업원으로 추정되는 사람과의 대화 캡처사진' '지난해 11월 5일부터 12월 12일까지 A 부장판사와의 통화기록' 등을 보낸다.
그러면서 B 변호사는 제보자 지인에게 '단지 고등학교 대학교 선배라서 제가 보석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고등학교, 대학교 같은 사람은 많다' 'A와는 원래 친했고 4년 전에 A가 제주도 와서 심심해해서 제가 제주도 올 때마다 술 사주고 공치고 한 후배이자 동생'이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의 유흥주점 함께 가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대화 내용(사진 왼쪽)과 유흥주점 여종업원과 B 변호사가 나눈 대화 내용. 제보자 제공◇2024-12-13 오후 5시 40분쯤 통화 A 부장판사와의 친분을 믿게 된 제보자 지인은 B 변호사와 구체적으로 계약에 대해 논의한다. 하지만 B 변호사는 소속 법무법인이 아닌 개인적으로 계약하자고 제안한다. 그 이유로 B 변호사는 "법인으로 수임 계약서를 쓰면 법인이 움직여야 해서 비용이 좀 늘어나는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계약 관련 통화 중에 A 부장판사가 수차례 등장한다. B 변호사는 "A 판사도 얘기가 자꾸 이렇게 다른 데서 나와 버리면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지 않겠습니까?" "A 판사한테 지금 전화 오니깐 A 판사 입장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조금 그런 게 있다. 좀 더 알아보시면 곤란해요"라고 얘기한다.
◇2024-12-13 오후 6시 9분쯤 통화 B 변호사의 사법거래 시도를 알게 된 제보자 측 변호사가 항의한 이후 이뤄진 통화다. 이 통화에서 B 변호사는 "(제보자 측 변호사가) 문제 삼으면 문제 될 수가 있어요" "변호사법에서 하지 말라는 거 맞거든요"라고 하며 문제 제기되지 않도록 막아달라고 제보자 지인에게 토로한다.
◇2024-12-17 법무법인 사무실 대화 제보자 지인은 지난해 12월 17일 오후 2시쯤 서울 모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B 변호사를 만난다. B 변호사는 이 자리에서도 제보자 측 변호인이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하소연한다.
B 변호사는 "(제보자 측 변호사가) '저랑 A 부장판사가 강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사건을 좌지우지하면서 농단하고 있는 게 아닌지 강한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하셨어요. 내 문제로 끝나지 않고 내 후배인 A 판사님까지 지금 문제 삼겠다는 얘기니까 잠을 못 자고 있어요"라고 얘기한다.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 통화기록. 제보자 제공◇제보자, 특가법상 알선수재 고발 예정 제보자는 조만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를 제주경찰청에 고발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으로는 B 변호사가 사법거래를 시도한 정황은 확인되지만, A 부장판사가 관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앞으로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B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A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또 다른 사건 변호사에게 "A 부장판사와 막역한 사이인데 원하는 형량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로도 수사 받고 있다.
사법거래 의혹에 대해 B 변호사 측 법률대리인은 "자신을 선임하게 되면 A 부장판사에게 청탁하겠다는 게 아니라 변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정도로 말한 거다. 알선수재에서 문제가 되는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건 아니다. 실제로 사건을 수임하지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취재진은 올해 2월 수도권지역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A 부장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A 부장판사는 최근 B 변호사의 사법거래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사실 무근이고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경찰청. 고상현 기자앞서 CBS노컷뉴스는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2명과 A 부장판사 등 3명이 지난해 6월 28일 근무시간에 술을 마시고 노래방 업주와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들이 법원의 위신을 훼손했는데도 징계가 아닌 법원장 경고에 그친 사실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