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부장판사와 B 변호사의 유흥주점 함께 가자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대화 내용(사진 왼쪽)과 유흥주점 여종업원과 B 변호사가 나눈 대화 내용.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 제공제주법원 부장판사들의 음주소동에 이어 변호사와 부적절한 회동 정황도 포착됐다. 부장판사 중 1명이 해당 판사의 친분을 과시하며 사법거래를 시도한 혐의로 수사 받는 변호사와 의혹 당시 함께 유흥업소에 드나든 정황이 포착된 것. CBS노컷뉴스가 단독으로 확보한 SNS 대화 기록에서다.
사법거래 의혹 변호사 유흥주점 접대 정황
2일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SNS 메시지 캡처 사진은 지난해 12월 11일 A 부장판사가 고등학교·대학교 선배인 B 변호사와 나눈 대화가 담겼다.
메시지 내용을 보면 A 부장판사가 먼저 B 변호사에게 '형님 다음 주에 제주 오시나요?'라고 보내자, B 변호사가 '오늘 가는 중'이라고 답장을 보낸다. 이후 이어진 대화에서 B 변호사가 일정을 얘기하다 대뜸 '오늘 애기들 보러갈까?'라고 하자, A 부장판사가 '좋죠, 형님'이라고 화답했다.
또 다른 사진엔 같은 날 유흥업소 종업원으로 추정되는 인물과 B 변호사와의 대화 내용이 등장한다. B 변호사가 A 부장판사와 방금 전 대화 내용을 캡처한 사진을 종업원에게 보내자, 종업원이 '오늘 오셨구나ㅠㅠ' '판사님이랑 오시는 거예용?!'이라며 이전에도 업소를 함께 찾은 정황이 나온다.
이 두 장의 SNS 캡처 사진은 지난해 12월 제보자가 제주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B 변호사로부터 받았다고 한다. 제보자는 형사 사건에 휘말려 불구속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첫 공판에서 당시 제주지방법원 단독재판부 재판장이었던 A 부장판사가 직접 법정 구속시킨 피고인이었다.
별도로 변호인이 선임돼 있었는데, B 변호사가 대뜸 제보자가 수감 중인 교도소를 찾아와 접견 신청한 것이다. B 변호사는 그 자리에서 제보자에게
"A 부장판사는 제주 올 때마다 술 사주고 공치고 한 후배이자 동생"이라며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주겠다며 구체적인 입금시기까지 언급했다.
이 사실을 믿지 못한 제보자가 입증할 만한 무언가를 보여 달라고 했는데 B 변호사가 문제의 사진 2장을 제보자 지인을 통해 보낸 것이다. 하지만 제보자는 B 변호사의 제안을 거절하고 기존에 선임한 변호사와 함께 재판을 진행해 보석으로 풀려난 데 이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B 변호사가 공익제보자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 장경태 의원실 제공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의원은 "대화 캡처 내용을 보면 변호사의 사법거래 의혹 시기 변호사가 친분을 과시했던 판사와 유흥주점 접대를 받는 듯한 정황이 확인된다. 사법거래 유무를 떠나 이 자체만으로 법원의 위신을 떨어트려 중징계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사법거래 의혹 수사, '두 사진' 실마리 될까
사법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B 변호사는 서울 모 법무법인 소속으로 해당 법무법인이 제주에 출장소를 차리면서 제주지방법원 사건까지 수임하려는 일명 '네트워크 로펌' 행태를 보인다.
보통 네트워크 로펌의 경우 사건을 고객과 상담할 때 '전관 변호사가 맡으면 사건 처리에 유리하다'면서 접근하지만, B 변호사는 실제로 친분이 있는 A 부장판사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사건을 수임하려 한 정황이다. A 부장판사가 맡고 있는 사건 변호인과 피고인에게 주로 접근한 의혹이다.
실제로 현재 제주경찰청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B 변호사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지난해 11월 A 부장판사가 재판을 맡고 있는 형사사건 피고인 변호사에게 "A 부장판사와 막역한 사이인데 원하는 형량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금품을 요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B 변호사의 사법거래 의혹이 그의 돌발행동인지, 실제로 친분이 있는 A 부장판사가 관여했는지는 향후 수사 또는 대법원 윤리감사관실 감찰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취재진이 확보한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의 대화 내용이 담긴 SNS 메시지 캡처가 실마리가 될 수 있다.
B 변호사가 사법거래를 시도한 지난해 말 A 부장판사와 '형님' '동생' 할 정도로 사이가 가깝고 함께 유흥업소를 드나든 정황이 포착돼 이 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이뤄졌을 수 있어서다.
장경태 의원. 윤창원 기자사법거래 의혹에 대해 B 변호사 측 법률대리인은 "자신을 선임하게 되면 A 부장판사에게 청탁하겠다는 게 아니라 변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다는 정도로 말한 거다. 알선수재에서 문제가 되는 직접적으로 금품을 요구한건 아니다. 실제로 사건을 수임하지도 못했다"라고 밝혔다.
A 부장판사와 B 변호사가 제주에서 사적으로 만난 부분에 대해선 "B 변호사가 A 부장판사와 친목으로 만난 거지. 사법거래라든지 청탁을 위해 만난 적은 단호하게 없다고 한다"고 했다.
취재진은 올해 초 수도권지역 법원으로 자리를 옮긴 A 부장판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해당 법원 공보판사를 통해 접촉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다만 A 부장판사는 최근 B 변호사의 사법거래 의혹을 제기한 언론사에 "사실 무근이고 별도로 밝힐 입장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제주지방법원 소속 부장판사 3명이 지난해 6월 28일 근무시간에 술을 마신 것도 모자라 노래방에 가서 업주와 시비가 붙어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들 법관 중 C 부장판사는 위법한 재판과 변호사 스폰요구 의혹의 당사자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