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30일 부산 누리마루 APEC 하우스 기념관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30일 부산을 찾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만나 "오늘의 정상회담이 새로운 한일 관계를 만들어내는 주춧돌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며 한일 셔틀외교 정착을 알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한국과 일본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수도권 집중 문제"라며 "총리께서 각별히 지역균형 발전, 지방 발전에 관심이 높으신데 그 점은 저도 똑 닮아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문제부터 경제·안보 문제, 나아가 정서적 교감도 함께 하는 아주 가까운 한일 관계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8월 정상회담 당시 이 대통령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만나자"는 취지로 언급한 데 따라 이번 회담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일본 정상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하면서 서울이 아닌 도시에 방문하는 경우는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이에 이 대통령은 "총리께서 지방 상생, 특별히 지역 발전에 관심이 있는 분이셔서 그랬겠지만 흔쾌히 부산에서 양자회담을 할 수 있도록 동의해주신데 대해서 각별히 의미를 부여한다"고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은 "제가 서울에서 전용기차를 타고 내려왔는데 아마 총리가 일본에서 부산으로 날아온 시간이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짧았을 것"이라며 "한국과 일본이 물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정서적·경제적으로도, 사회문화적, 안보상으로도 정말로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세상이 어려워질수록 가까운 이웃들 간 정리와 교류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된다"며 "셔틀외교를 정착시켜 한국과 일본 사이를 시도 때도 없이 함께 오가면서 공동의 발전을 기약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서울이 아니라 지방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도록 실천해주신 것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화답하며 "여기는 맑은 날에는 쓰시마섬이 보일 정도로 (일본에) 가까운 곳"이라고 말했다.

또 "부산은 조선통신사가 일본으로 출발한 곳이기도 하다"며 "조선통신사의 상징은 활발한 인적 교류의 힘인데, 양국이 엄중한 환경 속에서 공동의 이익을 찾아내 협력을 추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대단히 좋고 가까운 위치에 있기 때문에 충분히 당일치기로 왔다갈 수도 있다"며 "한국과 일본 양국이 다른 어떤 나라보다 긴밀히 공조하고 빈번히 왕래, 교류하면서 만날 때마다 셔틀외교의 성과를 낼 수 있게 앞으로 잘 노력해가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 양국 공통 사회 문제 대응 협의체에 대해선 "인구 감소,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농수산물의 낮은 자급률, 에너지의 낮은 자급률 등 공통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 지혜와 경험을 공유하면 좋겠다"며 "양국의 과학기술 협력위원회도 재개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총리직을 내려놓는 그는 "1년 동안 지금까지 총리직을 맡아왔다"며 "제 마지막 외교 마무리를 이렇게 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어 대단히 뜻깊다고 진심으로 생각한다"고도 언급했다.

이날 이시바 총리는 정상회담 전 한일 우호의 상징적 인물인 '의인' 이수현씨 묘를 찾아 일본 총리로서는 처음으로 참배하기도 했다. 그는 "남을 위해서 본인의 목숨을 던질 수 있는 숭고한 뜻과 끝도 없는 이수현군의 사랑에 대해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