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문제를 두고 김민석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충돌했다.
서울대 82학번 동기지만 그간 정치현안과 관련해 평행선을 달려 온 두 사람의 설전이 눈길을 끌었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민석 총리를 세워놓고 "헌법 공부 좀 하시라. 헌법 공부 안 해보셨느냐"고 다그쳤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내란전담재판부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이재명 대통령 해석을 김민석 총리가 재차 옹호하자 나경원 의원이 "(헌법상) 사법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발끈하던 터였다.
나 의원은 이 대통령 해석을 두고 "오죽했으면 이 대통령의 가장 친한 사법연수원 동기인 문형배 소장(前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헌법 한 번 읽어보고 얘기하라'(고 했겠나)"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행이 전날 SBS 인터뷰에서 '선출 권력이 임명 권력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의 이 대통령 발언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헌법을 한 번 읽어보시라는 게 제 대답"이라며 에둘러 비판한 걸 언급한 것.
나 의원은 그러면서 "헌법 제11조에 사법부의 권력은 법원에 있다고 돼 있다. 선출된 권력이 가장 우위라는 것(인식)은 중국식 모델과 똑같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공산당 모델에서 선출된 인민대표회의가 최고인민법원을 통제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선출 독재'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 총리는 즉각 반박했다. 그는 발언을 이어가려는 나 의원에게 "제가 답을 드려도 되겠나"라며 "나 의원도 경험이 풍부하시기 때문에 어떤 논리를 전개할 때 부분만 떼서 얘기하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아실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대통령의 해당 발언은) '국민 주권'이란 것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것도 명료하다"고 했다.
아울러 나 의원의 '중국식'이란 표현을 두고 "혹시 우리 나 의원께서 특정한 어떤 대상을 참으로 나쁜 것이라고 전제해서 말씀하시는 것이라면, 그런 논리와 뭐가 다르겠나"라고 반격했다.
그러자 나 의원은 또다시 "삼권 분립의 기본은 삼권이 동등하다는 것"이라면서 "우리가 선출된 권력만이 최고의 권력이라고 했을 때 그것이 선출 독재에 이른다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또 "입법부가 법으로 사법부를 마음대로 재단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될 땐 그런 위헌적인 입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했다.
입씨름이 길어지자, 본회의장에서는 나 의원을 성토하는 민주당 의원들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나 의원이 질의하는 것을 총리가 답변하지 않나"라며 "국민들도 듣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으니 두 분이 토론할 수 있도록 좀 맡겨 놓자"고 자제를 당부했다.
하지만, 접점을 찾는 토론보다는 '창과 방패'의 싸움이 한동안 팽팽하게 이어졌다. 나 의원은 여권의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압박을 거론하며 "이거, 말 안 듣는 조 대법원장 끌어내리려는 얘기 아닌가. '청담동 술자리 (의혹) 시즌2' 아니냐"며 김 총리를 몰아붙였다. 김 총리는 "제가 답변드릴 내용이 아닌 것 같다. 여야 간 토론을 통해 말씀하시는 게 좋겠다"고 선을 그었다.
김 총리는 또 "내란을 일으켰던 정권을 유지하고 그 영장 집행을 저지했던 나 의원님께서 바로 이곳에서 민주주의를 논하시면서 여러 가지 프레임을 제기하시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사실은 듭니다만"이라며 견제구를 던지기도 했다.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 교육·사회·문화에 관한 질문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후 나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을 발의한 민주당을 겨냥해 "위헌정당해산 심판 요건에 해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나 의원은 "어느 특정 판사에 배당된 것(재판)을 바꾼다는 것은 무작위 배당원칙에 반(反)하는 것이고 결국은 재판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이 5개가 있는데, 이를 보수성향 3명 판사로 해서 '이재명 특별재판부'를 만들면 동의하시겠나"라고 되물었다.
김 총리는 "이 대통령의 재판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서 중단된 상태다. 갑자기 연결해서 말씀하시는 것은 전혀 적절한 예 같지 않다"고 반박했고, 나 의원은 "지금 총리로서의 답변 태도가 틀렸다. 제가 질문한 것에 답변하셔야 된다"고 받아쳤다.
하지만 나 의원은 굽히지 않았다. 그는 내란전담재판부에 대해 "헌법 8조에 정당의 활동이나 목적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때는 위헌정당 해산을 심판하게 돼있다"며 "민주당 의원들도 그런 말을 했다. 이는 계엄보다 더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과거 내란전담재판부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계엄에 빗댔던 일을 살짝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당시 해당 법안을 윤석열의 계엄에 비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사과한 바 있다.
나 의원은 김 총리에게 내란전담재판부를 고리로 민주당에 대한 '위헌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검토할 생각이 있는지 여부를 거듭 따졌다. 그는 "(나라가) 그야말로 아주 극단적인 독재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를 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총리는 나 의원을 응시하며 "지금이 그렇게 독재의 상황이라면 100일 전의 윤석열 정권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한편, 나 의원이 질의하는 내내 본회의장에서는 민주당 쪽 의석에서 거센 항의가 이어졌다. 특히 내란전담재판부를 계엄에 빗대는 발언이 나온 순간에는 고성이 커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