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 요약표.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가 대기업 등에 의한 중소기업 기술 탈취 행위를 뿌리 뽑기 위한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도입 방침을 확정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0일 열린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등 관계 부처 합동으로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기술 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 강화'와 '손해배상액 현실화'다.

대기업의 기술 탈취 사실 입증이 너무 어렵고, 소송에서 이겨도 배상액이 터무니없이 낮아 피해를 제대로 회복하지 못한다는 중소기업계 절규가 반영된 결과다.

벤처기업협회와 특허청이 최근 공동 시행한 설문조사에서 벤처기업들이 기술 침해 소송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복수 응답) 중 으뜸은 '증거 수집 곤란'(73.0%)이었다.

또, 중기부가 손해배상 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법원이 인용한 배상액은 평균 1억 4천만 원으로 피해 기업 평균 청구 금액 8억 원의 17.5%에 불과했다.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대기업 조사해 기술 탈취 증거 수집

정부는 먼저, 기술 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 강화와 관련해 올해 안에 '특허법' 등 개정을 통해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특허와 기술자료 등 침해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 입증 책임을 중소기업에 전가하지 않고, 미국과 독일 등처럼 법원이 지정한 전문가가 가해 대기업 등 현장을 조사해 그 결과를 증거로 활용하는 제도다.

기술 탈취 분쟁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피해 기업의 소송 부담을 덜면서 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이끌어 내자는 취지다.
 
'한국형 증거 개시 제도' 운영 절차.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정부는 전문가 사실 조사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법정 밖 진술 녹취'와 대기업 등의 불리한 자료 파기 등을 막는 '자료보전명령'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법원이 중기부와 공정거래위원회 등 행정기관에 행정조사 자료 제출을 명령할 수 있는 '자료 제출 명령권'을 신설해 기술 침해 여부 판단을 돕고 신속한 재판을 유도할 계획이다.

피해 중소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액 현실화를 위해서는 '손해액 산정 기준 개선'이 추진된다.

침해당한 기술 개발에 투입된 비용도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

정부는 내년 중 '상생협력법'을 개정해 중소기업이 피해 기술을 개발하는 데 투입한 비용도 소송에서 기본적인 손해로 인정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앞서 당장 올해에는 피해 기업이 침해당한 기술과 유사한 정부 R&D 과제 연구개발비 정보를 손해액 산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피해 기업이나 법원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기술 연구개발비 범위를 산출해 이를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액 산정 근거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손해배상 소송에서 연구개발비 정보 활용 예시. 중소벤처기업부 제공
또한, 정부는 현재 주로 법관 재량에 달린 손해액 산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법원이 평가 역량을 갖춘 전문기관에 손해액 산정을 촉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현재 손해액 산정 지원 사업을 통해 피해 기업을 지원하고 있는 기술보증기금 '중앙기술평가원'을 '중소기업 기술손해 산정센터'로 확대해 손해액 산정 전문성을 제고할 예정이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이번 대책의 궁극적 목표는 공정과 신뢰에 기반한 '공정 성장 경제 환경' 실현"이라며 "실효성 있게 현장에 안착하도록 세밀하게 정책을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