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위약금 면제 연장 불수용…진흙탕 줄소송 비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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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위약금 면제 연장' 방통위 결정 불수용
"중대한 영향, 유사 소송 고려해 수락 않기로"
참여연대 "전 국민 상대로 끝장 소송 벌이나"
가입자와 집단분쟁조정도 남아…민사소송 가능성
개인정보위 1347억 과징금도 행정소송 갈 수도
이 대통령 "과징금 포함 강력히 대처" 주문에 부담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수습 국면에 들어가던 SK텔레콤 유심 해킹 사태가 여러 소송으로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SKT가 해지 위약금 면제 조치를 연말까지 연장하라는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향후 국면은 민사 소송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과, 일부 가입자들과의 집단분쟁조정을 두고서도 각각 행정소송, 민사소송으로 비화할 수 있다.

SKT는 이미 충분한 사후 조치를 취해 정부 결정과 조정 등을 수용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소송에 나설 경우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T, '위약금 연장하라' 방통위 결정 불수용…민사소송 전망

5일 업계에 따르면, SKT는 해킹 사태로 인한 해지 위약금 면제 시한을 연말까지 연장하라는 방통위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직권조정 결정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달 21일 분쟁조정위는 위약금 면제 연장과 함께 유무선 결합상품 해지로 신청인이 부담하는 위약금도 절반 지급하라는 결정을 내렸고, SKT가 시한인 3일 자정까지 의견서를 내지 않으면서 불수용 처리가 된 것이다.

SKT 측은 입장을 통해 "분쟁조정위 결정에 대해 심도 있게 검토했으나 회사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과 유사 소송 및 집단분쟁에 미칠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락이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SKT가 분쟁조정위의 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분쟁조정위의 결정에 법적 강제력이 없는 데다, 이미 사후대처로 1조원 이상의 재원을 쓰기로 했기 때문이다. SKT는 요금 할인 등 고객 감사 패키지에 5천억원, 정보보호 투자 7천억원, 유심 교체 및 대리점 손실 보전에 25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연말까지 위약금을 면제해 줄 경우, 상당한 비용이 예상돼 SKT에 여력이 없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또한 SKT 내부에서도 해킹 사태에 다른 2차 피해가 없고, 기존에 위약금 면제 조치를 시행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는 SKT의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전날 논평을 내고 "SKT는 전 국민을 상대로 끝장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심산"이라며 "SKT의 무거운 책임을 감안할 때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분쟁은 법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직권조정 결정은 한 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이후 조정 신청인이 SKT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할 경우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다.

가입자와 집단분쟁조정도 '먹구름'…KT, 6년 동안 소송 진행

류영주 기자류영주 기자
SKT는 수천명의 가입자와도 집단분쟁조정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개인정보위는 분쟁조정위원회가 SKT를 상대로 한 집단분쟁조정 신청사건 3건을 병합해 지난달 28일 조정절차를 재개했다고 전날 밝혔다. 앞서 분쟁조정위는 개인정보위가 SKT를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하면서 분쟁조정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개인정보위가 과징금을 부과하자 분쟁 조정 절차를 재개한 것이다.

현재까지 집단분쟁 조정 신청자는 임모씨 등 96명, 강모씨 등 51명, 서모씨 등 1878명으로 3건에 총 2025명이다. 여기에 향후 2주간 추가 신청을 받는 만큼 규모는 더 늘 수 있다. SKT 유출 통지서 수령자나 조회 서비스로 유출을 확인한 고객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분쟁조정위는 접수 마감되는 18일 이후 조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두고 SKT와 신청인이 모두 동의하면 재판상 화해 효력이 발생하지만, 한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불성립된다. 이 경우 분쟁은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수 있다.

조정이 원만하게 성립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2013년 분쟁조정위는 KT 가입자 8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커에 의해 유출된 사건과 관련해, KT가 신청인에게 각각 10만원을 배상하라는 조정안을 마련한 바 있다. KT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고 6년 동안 법정 공방이 이어진 바 있다.

당시 KT는 대법원 판결을 통해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결론 났지만, SKT는 장담할 수 없다. SKT 유심 해킹 사태의 경우 대응 조치가 소홀한 점이 조사 결과 드러났고 유출 규모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당시 휴대전화 번호와 가입자식별번호(IMSI), 인증키 등 25종의 정보가 유출됐고, 해킹 규모도 이용자 2300만명에 달했다.

'1347억 과징금'도 행정소송 가능성…李 엄포 나선 점은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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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개인정보위가 부과한 역대 최대 과징금 1347억원도 행정소송의 불씨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달 28일 SKT에 안전조치 의무 위반 및 유출 통지 위반으로 과징금 1347억9100만원,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기존의 최대 과징금이었던 구글 692억원, 메타 30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에 대해 SKT는 "조사 및 의결 과정에서 당사 조치 사항과 입장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SKT 내부적으로는 과징금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징벌적이라고 판단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T가 과징금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정보위와 행정소송에 나설 경우 과징금 액수를 경감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SKT가 줄소송으로 맞대응하는 것은 여론적으로 부담될 수 있다. 해킹 사태 이후 전국민적인 질타를 받은 상황에서, 당국의 조치를 줄줄이 거부했다가는 비판 여론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해킹 사태를 두고 대통령까지 강한 어조로 경고하고 나서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대통령 주재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최근 통신사 그리고 금융사에서 해킹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보안 사고를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선 징벌적 과징금을 포함한 강력한 대처가 이뤄지도록 조치하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징벌적 과징금'을 언급한 것이 최근 SKT 과징금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하고 있다.

또 KT·LG유플러스도 해킹?…정부, 포렌식 조사 중

한편 SKT 사태 이후 KT, LG유플러스에 대해서도 사이버 침해 의혹이 제기되면서, 해킹 위험에 대한 긴장이 이어지고 있다. 통신사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외교부, 통일부, 해양수산부 등 정부 기관과 함께 언론사도 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내부 서버 관리용 계정 권한 관리 시스템(APPM)의 소스 코드 및 데이터베이스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된다. 또 서버 8938대 정보와 계정 4만2526개, 직원 167명의 정보 및 협력사 ID, 실명 등도 유출 의심 대상에 포함됐다. KT는 인증서 유출 정황이 발견됐는데 현재는 유효 기간이 만료된 것으로 파악됐다.

두 회사는 유출된 자료가 자사의 정보는 맞지만, 자체 조사 결과 외부의 침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장 점검 및 관련 자료를 제출받아 정밀 포렌식 분석 중이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학교 장항배 산업보안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밀 조사 결과가 나와야 하고 현재까지 나온 자료만으로는 중요 정보가 유출됐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도 "직접 해킹을 통하지 않더라도 정보가 나갈 수 있는 채널은 여러 군데 있다. KT와 LG유플러스에서 침입 흔적이 없었다는 걸 보면 해킹 자체는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려대학교 김승주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소스코드 유출의 경우, LG유플러스보다는 그 제품을 만든 외부 업체에서 유출됐을 확률이 높아 보인다"며 "내부의 코어한 정보가 유출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지만, LG유플러스 직원의 계정 정보가 유출된 정황은 내부에서 빠져나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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