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중대재해 근절대책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7월 한 달 동안 국무회의 등 공개석상에서 산업재해 문제를 다섯 차례 이상 언급하며 "일터가 죽음의 현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산재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과 제도 개선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단발성 대응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을 중심으로 한 정부의 기조"라며 산재를 실질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생중계로 산재 토론…"줄지 않으면 장관직 걸어라"
이 대통령은 29일 국무회의에서 각 부처의 산재 근절 대책을 보고받고 토론을 주재했다.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 장관에겐 "산재가 줄지 않으면 진짜로 직을 걸라"며 강도 높은 메시지를 던지기도 했다.
회의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여과 없이 생중계됐다. 이 대통령은 "중대재해 근절 대책은 국민 모두에게 알려야 할 사안"이라며 국무위원들의 책임성을 부각했다.
모두발언에선 포스코이앤씨에서 올해만 네 번째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를 언급하며 "심하게 얘기하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고, "올해가 산재 사망사고를 근절하는 원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회의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을 통한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강화와 기업 ESG 평가 연계 등 산재 예방을 위한 다양한 제도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포스코이앤씨의 연이은 현장 사망사고를 질타한 29일 오후 정희민 포스코이앤씨 사장이 인천 송도 본사에서 관계자들과 사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처음으로 산재 문제를 꺼냈다. 그는 당시 "대한민국은 산재 발생률과 사망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전 부처에 현황 및 대책 보고를 지시했고, 이날 보고가 그 결과물이었다.
또 17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선 포스코 광양제철소 추락사고를 언급하며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또는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했다.
22일 국무회의에선 중대 산재 현장 방문 계획을 밝혔고, 25일 경기 시흥의 SPC 시화공장을 방문했다. 같은 방식의 사고가 반복되는 구조적인 원인을 직접 확인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대통령은 허영인 SPC 그룹 회장을 비롯한 기업 관계자 및 현장 노동자들과 함께 한 현장 간담회에서 야간 노동 구조를 문제 삼았고, 이틀 뒤 SPC그룹은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삼립 직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노동자 출신' 진정성…"모든 부처 제도 개선할 것"
대통령실은 이러한 메시지가 단발성 대응이 아니며, 이재명 정부 기조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거의 매일 산재 문제를 얘기한다"면서 "노동자 출신으로 진정성이 있고, 대통령이 관심을 기울이니 부처들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소년공 시절 프레스기에 팔이 눌려 장애가 생긴 산재 피해자이기도 하다. 대선 공약에서도 '노동 존중 사회', 산재 예방 강화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태안화력, 포스코, SPC 등에서 연달아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하자 집중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지난 7일에는 SNS를 통해 인천 계양구에서 맨홀 배관 작업 중 숨진 노동자를 애도하며 "후진국형 산재의 악순환을 끊고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안전한 일터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국무회의 이후 각 부처의 후속 조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뿐 아니라 법무부,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 등도 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회의를 통해 전 부처가 계속 법과 제도를 바꿔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통령도 이날 고용노동부 현장 불시단속 동행 의사를 밝히는 등 향후 행보를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