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우리나라는 마침내 일제의 식민통치로부터 벗어났다.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 여운형을 중심으로 조선건국준비위원회(이하 건준)가 결성됐으며, 당시 건준에는 좌익과 우익 성향의 주요 정치인들이 함께 참여했다. 9월 6일에는 조선인민공화국의 수립이 선포됐고, 당시 주석에는 이승만, 부주석에는 여운형, 내무부장에는 김구가 임명됐다. 하지만 이 내각 명단은 당사자들의 참여 의사를 묻지 않고 발표된 것이었고, 이로 인해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이탈하게 됐다. 한편, 미군과 소련군이 일본군 무장해제를 명분으로 한반도에 들어오면서 38도선을 기준으로 주둔함으로써 원치 않았던 분단이 현실화됐다. 이후 좌우 대립은 더 격화됐다.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이날 새벽 2시쯤 좌익 진영인 남로당(남조선노동당) 제주도당이 주도한 약 350명의 무장대(인민유격대)가 경찰과 서북청년회, 독립촉성국민회 등 우익단체 요인의 집을 지목해 습격했다. 앞서 1947년 3월 1일에는 기마경찰의 말발굽에 차여 아이가 숨지자, 이에 반발한 주민들이 돌을 던지며 항의했고 경찰은 총격으로 대응했다. 당시 조병옥 경무부장은 경찰의 발포를 정당방위라고 주장하는 동시에 해당 사건이 북조선과의 공모로 발생한 것이라며 제주도를 '빨갱이 섬'으로 규정했다. 이같은 공표 이후 민심은 더욱 악화됐고, 일부 주민들은 탄압을 피해 산으로 피신하기도 했다. 사진=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대한민국 정부가 이날 출범했다. 앞서 남한만의 단독 정부를 세우기 위한 5.10 총선거가 실시됐으나, 김구와 김규식을 비롯한 남북협상 참가 세력과 많은 중도계 인사들이 참가를 거부함으로써, 이승만과 한국민주당, 그리고 일부 중도세력만 출마했다. 선거 결과 국회의원 당선자 가운데에 무소속이 가장 많았고, 이승만은 이 가운데 우익 성향의 의원들을 끌어들여 국회에서 다수 세력을 확보했다. 사진은 1948년 7월 24일 이승만 대통령의 취임식. 사진=국가기록원 제공

이승만 정부는 11일 '제주도경비사령부'를 설치하고 본토의 군 병력을 제주에 증파해 초토화 작전에 나서려 했지만, 여수 주둔 제14연대가 이날 진압 명령을 거부하고 '동족상잔 결사반대', '미군 즉시 철퇴'를 주장하며 봉기를 일으켰다. 군인의 봉기는 민중이 호응하고 지지하면서 확산됐다. 다음날 여수 시내를 장악한 제14연대 소식에 당시 정부는 언론 통제에 나섰고, 이어 10개 대대의 병력을 투입했다. 순천으로 진격한 제14연대는 경찰과 응전한 뒤 해당 지역을 차지했다. 사진=연합뉴스

제14연대가 전라남도 동부 지역 6개 군을 장악하고 나서자, 제5여단 여단장 김백일 중령은 이날 여수와 순천지역에 집회 및 통행 금지 등 계엄령을 선포했다. 대통령이 아닌 현지 사령관이 계엄령을 선포해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놀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뒤늦게 10월 25일 국무회의를 통해 계엄령을 사후 승인했다. 사진=대통령기록관 제공

김형원 공보처 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사건을 민간인 반란으로 발표하며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여수 시내를 완전 진압한 진압군은 협력자 색출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민간인 희생도 이어졌다. 이후 제14연대가 지리산으로 입산한 뒤, 진압군과 교전을 벌이는 등 게릴라(빨치산)로 활동하자 계엄령은 11월 1일 전남, 전북으로까지 확대됐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이 통과됐다.당시 해당 법안 내용의 문제가 제기되는 등 국회 내에서 수정동의안을 제출하고 논쟁이 이어졌지만, 결국 원안대로 통과됐다. 법안은 국헌(國憲)을 위배하여 정부를 참칭(僭稱)하거나 그에 부수하여 국가를 변란할 목적으로 결사 또는 집단을 구성한 자는 처벌한다는 등의 내용을 담았고, 이후 12월 1일 공표·시행했다. 앞서 잇단 계엄령 선포와 관련해서도 이인 당시 법무부 장관이 "계엄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혀 국회 내에서도 논란이 됐다. 사진=경향신문 네이버뉴스라이브러리 캡처

경향신문은 '반란진압후에 여수순천지구소식'이라는 제목으로 이틀간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전남 반란 사건이 3개월이 지났지만, 지역 이재민이 집을 잃고 추위에 떨고 있는데도 대책 마련이 부족하다고 전했다. 특히 여수의 경우 구호 손길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미군 정보보고서에 "1948년 한 해 동안 1만 5천여 명의 주민이 희생됐다. 그 중 80%가 토벌군에 의해 사살됐다"고 기록됐다. 앞서 1948년 10월 말부터 1949년 3월까지 약 5개월 동안 집단 살상이 행해졌다. 4·3사건 전 기간 동안 희생자 수는 2만 5천～3만여 명으로 추정됐다. 당시 가족 중 한 명만 사라지면 '도피자 가족'이라며 총살해 오히려 주민들을 도피 입산하게 만들었다. "내려오면 살려 준다"는 선무작전에 따라 백기를 들고 하산한 주민들은 제주읍내 주정공장 등에 갇혀 있다가, 일부만 석방됐다. 상당수는 군법회의에 회부됐고, 사형되거나 육지 형무소로 이송됐다. 사진=제주4·3 진상조사보고서

정부는 이날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비 섬멸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해 해당 지역의 공비를 완전 소탕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8년간 이어졌던 지리산 입산금지도 해제됐다. 앞서 정부는 1949년 9월 22일 지리산지구 빨치산 토벌을 위해 남원에 총지휘본부를 설치했고 1950년 4월 말까지 세 차례에 걸쳐 작전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정부와 언론은 이 사건을 '여순반란사건'으로 칭했고, 이후 벌어진 민간인 희생과 관련한 진상 규명은 금기시 됐다. 사진=여수·순천10·19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