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종호> 기후의 눈으로 경제를 읽다. 안녕하세요. CBS 기후로운 경제생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종호입니다. 이번 여름 기후위기는 어디까지 왔을까요? 한 장의 그래프로 오늘의 기후를 요약해 드리는 '기후 한 장'. 오늘 첫 시간으로 뜨거워진 바다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는데요. 윤신영 과학 기자와 함께 지난 여름 바다 온도와 이에 맞춰 변하는 수산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윤신영> 안녕하세요.
◆ 홍종호> 벌써 6월이 지나가지도 않았는데 장마가 시작됐네요.
◇ 윤신영> 네. 벌써 피해도 나타나고 아직 대비가 안 끝난 것 같은데 일찍 다가온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 홍종호> 오늘 바다 온도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준비해 주신 지도 한번 볼까요?

◇ 윤신영> 제가 매달 한반도 주변 바다 온도를 살펴보고 있어요. 방금 말씀하신 집중호우라든가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했던 비가 내리는 것들이 다 바다 온도와 연관이 많기 때문에 주의 깊게 보고 있는데요. 지난 5월 한반도 해수면 온도를 그려본 지도입니다.
보시면 빨간색 부분이 당연히 높은 부분, 파란색 부분이 온도가 낮은 부분인데 온도 차이가 굉장히 높습니다. 15도 정도 되네요. 위로 올라가면 7도 정도밖에 안 되는 차가운 바다인데 남쪽,
남해 쪽으로 내려가면 20도가 넘는 굉장히 뜨거운 바다가 형성돼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바다가 최근 제가 몇 년 동안 봤던 바다 중에는 가장 서늘한 바다였어요.◆ 홍종호> 지난달 5월에는 한반도 주변의 바다가 상당히 서늘한 편이었다고 보시는 거군요.
◇ 윤신영> 상대적으로 지난 2년 안에서는 서늘했는데요. 최근에 기사 같은 거 보면 동해안에 오징어 어획량이 늘어났다는 기사들이 있더라고요. 제가 마침 지난주에 강원도를 다녀왔는데 속초, 양양, 주문진에 갔더니 실제로 항구가 굉장히 활기차더라고요. 손님도 많고 오징어난전 같은 것도 굉장히 많이 있고요. 오징어 값이 되게 싸져서 사람들이 많이 왔다고 하더라고요.
지난해와 올해 초까지 원래 오징어가 한 5월 정도에 금어기가 있고 그 이후에 한창 잡혀야 되는데 안 잡혔다고 그래요. 그래서 굉장히 값이 올라가고 그랬는데. 올해는 5월 말 정도부터 갑자기 잡히기 시작해서 가격도 많이 내려가고 사람도 많이 왔더라고요. 이게 해수면 온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징어도 살기 적당한 온도가 있는데, 보통 15도에서 23도 정도, 그렇게 덥지도 춥지도 않은 온도가 있는데 그 온도가 형성이 잘 안 됐던 거죠. 그런데 최근에 방금 보여드린 것처럼 5월에 기온이 서늘해졌고 수온도 낮아지면서 오징어가 많이 늘어난 상황입니다.
◇ 윤신영> 실제로 지도 하나를 최근 30년 평균과 비교해 봤어요. 그냥 절대 기온, 수온만 보면 얼마나 추운지, 서늘한지 모르니까 바꿔봤어요. 최근 30년이라고 하면 1991년부터 2020년 평년 수온을 기준으로 더하고 빼서 더 차가운지 따뜻한지를 비교해 봤는데 보시면 한반도 주변이 대부분 다 파랗게 나온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 윤신영> 제가 이 그래프를 거의 매달, 매일 그리고 있는데 올해만 볼 수 있었어요. 최근 한 2~3년 사이에서 올해가, 그중에서도 5월이 가장 서늘한 편이었고요. 이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바다가 서늘해서 오징어도 많이 잡히고 그런 상황이 된 것 같습니다.
◆ 홍종호> 바다가 덜 뜨거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게다가 오징어까지 예년에 안 잡히다가 올해 잡혔다는 얘기인데요. 해수면 온도를 보면 그해 여름이 얼마나 더울지를 예측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잖아요. 올여름 어떻게 보십니까?
◇ 윤신영> 마침 지난주에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예측한 자료를 발표했더라고요. 누구보다도 지금 바다 온도에 민감한 곳이 어민들이잖아요. 어민들을 위해서 발표했는데
올해 남해와 서해 연안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한 1도 이상 높은 수온이 예상된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그렇게 낮은 온도는 아닙니다. 여름에 아무래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강화되고 범위가 넓어지면 폭염도 더 심해지고요. 그러면 바다 온도도 같이 상승하기 때문에 따뜻할 것으로 예측했다고 합니다.
아래 그래프는 비교를 위해서 만들어온 건데 작년에 얼마나 심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작년 8월이에요. 작년에 내내 이랬는데 그중에서 가장 심했던 게 8~9월이었는데 다 보시다시피 굉장히 빨갛습니다.

◆ 홍종호> 지금 작년 여름 더웠던 건 모두가 기억하고 있어요.
◇ 윤신영> 네. 가을까지도 굉장히 심했어요. 이런 상태였는데 다행히도 올해 1월부터 조금씩 낮아지기 시작해서 지금은 조금 서늘한 상태인데. 문제는 예측도 그렇고 여름 이후로는 아마 뜨거울 거예요. 근데 그 근거가 바로 다음 그래프인데요.

◇ 윤신영> 제가 매년 1940년 이후로 달별로 한반도 주변 해역의 온도 변화가 어떻게 되는지를 계속 보고 있는데요. 상대적으로 한반도 주변은 여름과 가을 쪽에 더 급격히 치솟는 경향을 볼 수가 있어요. 그래프가 1월부터 쭉 있는데요. 보시면 겨울이나 봄은 조금 덜한데
7~9월에 굉장히 급격하게 최근에 치솟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어요.제가 보기에도 여름과 가을 쪽에 한반도 주변 해수면이 온도가 달궈지는 경향이 있고 주의해서 봐야 한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작년 같은 경우도 아까 방금 직전 지도에서 4도 이상 올라갔었거든요. 아까 1도만 돼도 큰 건데 어류 입장에서는, 바다 생물 입장에서는 바다 온도가 굉장히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에 잘 안 변하거든요. 그런데 4도 정도가 1년 사이에 왔다 갔다 할 정도면 이건 굉장히 심각한 수준이거든요.◆ 홍종호> 제가 늘 드는 비유가 있는데요. 사우나 가면 온탕과 열탕이 있잖아요. 어디 가서 물어보면 굉장히 차이가 크게 나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게 1.5도에서 2도 정도 차이 나더라고요. 온탕과 열탕. 저 어릴 때 열탕 못 들어갔거든요. 너무 뜨거워서. 그런데 4도가 차이가 난다면 작년 같은 경우. 그러면 바다 생물이 정말 생존하기 힘든. 도저히 적응하기 힘든 정도로 급격하게 해수 온도가 올라가는 거라고 볼 수 있겠어요.
◇ 윤신영> 예 맞습니다. 그러니까 바다 생물 입장에서는 체감하는 온도도 굉장히 차이가 날 텐데요. 면역력이라든가 떨어지기 때문에 폐사율도 굉장히 높아질 거고요. 또 자연적인 바다 생물이라 할지라도 온도가 1~2도가 올라가거나 내려가면 단지 그 느낌만이 문제가 아니고 체온만이 문제가 아니고 용존산소에도 큰 변화가 생기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해질 수 있어요. 산소량이 줄어든다거나 갑자기 늘어난다거나 하는 것들이 바다 생물 입장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민들도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해야 되는 상태예요. 그래서 실제로 온도 한 1~2도 높아지면 예민한 어종 같은 경우에는 먹이를 먹지 않거나 질병에 걸리거나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합니다.
◆ 홍종호> 오징어가 그런 예시에 해당하겠네요.
◇ 윤신영> 맞습니다. 동해 같은 경우는 굉장히 넓고 온도 편차가 굉장히 컸잖아요. 그런 경우는 떠나는 거죠. 더 살기 좋은 북쪽으로 많이 올라가 버리니까 그 안에선 잡히지 않게 되고 어민들은 시름이 깊어지고 반복되는 겁니다. 이런 상황을 고수온 특보라고 하는 것으로 한국에서는 계속해서 경보하고 있는데요. 고수온이 수온이 일정 기간 이상으로 올라가서 바다 생물 또는 양식 생물한테 영향을 미칠 것 같으면 발효해요. 그런데 7월 중순 정도부터 발효되는 경우들이 많은데요. 최근에는 기간이 길어지기도 하고 앞당겨지기도 해서 걱정이 많다고 합니다.

◆ 홍종호> 그럼 어민들은 고수온 특보에 늘 촉각을 곤두세우고 평소에도 여름철이 되면 '아, 언제 시작되나? 그러면 내가 평소에 주종으로 잡고자 하는 어종이 어떤 변화가 있나?' 보면서 대비도 하고 합니까?
◇ 윤신영> 네 실제로 수산과학원에서도 그런 정보를 계속 제공하고 있기도 하고요. 해양수산부에서도 알림 시스템을 통해서 계속해서 알려주고 있어요. 이걸 통해서 대비할 수 있게끔 하고 있습니다. 특히 어민들은 정말로 생업과 관련이 있기 때문에 부분을 계속해서 주목할 수밖에 없고요. 일반인들도 바다 온도가 오르내리는 게 일상에서 먼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당장 해산물부터 시작해서 많은 것들이 삶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 고수온 특보 같은 경우는 지금 조사하면서 알게 됐는데 생각보다 극적인 변화가 최근에 있었더라고요. 작년 같은 경우에 71일 정도로. 365일인데 71일이면 거의 5분의 1 정도가 나타난 거잖아요. 그런데 전해가 한 57일 정도였다고 하니까 보름 정도.
◆ 홍종호> 1년 사이에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 윤신영> 지난해가 워낙 기록적인 무더위긴 했는데. 늘 하는 말처럼 항상 올해가 미래에 다가올 해보다 가장 시원한 해라고 얘기하는데. 바다 온도도 아마 서서히 계속 올라가고 있기 때문에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 앞으로 늘 일만 남은 거잖아요. 이런 데 대한 대비 같은 것들이 필요할 거라고 보입니다.
◆ 홍종호> 기자님이 쭉 바다 온도를 확인하시고 하니까. 작년에 굉장히 무더웠고 그래서 바다 온도도 굉장히 올라갔고 올해는 작년만큼은 아니어도 또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중장기 추세는 계속 더워지는 쪽으로 간다고 보시는 거죠.
◇ 윤신영> 네 기후변화와 기온과 수온이 항상 상호작용을 하면서 가기 때문에 당연히 특별한 대책이 갑자기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은 쉽지 않을 것 같고요. 특히 해수온은 기온보다도 더 천천히 오르고 천천히 떨어지기 때문에 훨씬 더 시차가 많은 편입니다. 지금 기온 같은 경우는 굉장히 등락하고 있는 편인데 해수온은 그것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가고 있거든요. 현재 전 세계를 다 보더라도 아마 그렇게 될 것 같아요.
◆ 홍종호> 그 말씀은 꾸준히 오른다.
◇ 윤신영> 꾸준히라고 하면 그나마 다행인데 제가 다음 그림도 한번 그려봤는데요. 1940년 이후로 아까 그 지도에 나왔던 한반도 주변 해수면 해수 영역을 월별로 해서 한번 색깔로 나타내는 히트맵을 그려봤어요.

◇ 윤신영> 왼쪽이 1940년이고 오른쪽이 올해입니다. 지금 보시면 평년과 비교했을 때 더 차가우면 파란색이고 뜨거우면 빨간색인데요.
최근 급격히 붉은색으로 전환된 모습을 볼 수가 있어요. 그것도 굉장히 심각해서 작년 같은 경우는 어느 달도 평년보다 낮지 않은 굉장히 뜨거운 해였거든요. 올해는 조금 비교적 서늘한 편인데 그래도 여전히 평년보다 높은 때가 많았고요. 이럴 정도로 최근에 가속하는 경향, 해양 과열이라고 하는데 가속하는 경향을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추세를 꺾는 게 지금은 굉장히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홍종호> 앞으로 그러면 계속 뜨거워진다. 바다가 뜨거워지는 게 어종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작년에 겪었듯이 습설이라고 하나요? 작년 11월에 크게 한번 겪었잖아요. 바다 온도가 뜨거워지고 찬 바람이 내려오면서 아주 물기 머금은 눈이 와서 피해가 가중되는. 사람한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건데 어떻게 해야 합니까? 어민들은 어떻게 해야 하고 일반 국민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 윤신영> 맞습니다.
지난번 습설, 그리고 지금도 벌써 시작한 장마, 집중호우 것들이 바다 온도에 굉장히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바다 온도가 뜨거워지고 대기 중에 수증기량이 늘어나면서 그만큼 많은 비가 내리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어요. 이걸 끊는 게 일단 가장 기본인데요. 그건 단기적으로 아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아마 긴 안목으로 가야 될 거고요. 당장은 아까 어민 같은 경우는 당장의 생업이기 때문에 정부에서 제공하는 또는 다른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많은 정보를 참고해서 양식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 홍종호> 그게 가능합니까? 제가 듣기로는 전복 같은 경우는 약간만 온도가 바뀌어도 굉장히 예민해서 폐사를 많이 한다고 그러는데 그러면 결국 양식장을 위로 올려야 되는 그런 식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나요?
◇ 윤신영> 그럴 수도 있어요. 지금도 이미 주요 어종들이 많이 바뀌어서 아마 뒤에 또 한 번 얘기 나눌 기회가 있을 것 같은데 많이 바뀌었거든요. 오늘도 나왔던 기사 보니까 속초, 양양에서 열대성 어류라고 하는 참다랑어, 참치가 잡히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정도예요. 그러니까 이럴 정도로 지금 급격히 변하고 있는데 거기에 적응하는 것도 필요하긴 할 겁니다.
근데 그거는 모든 어민한테 쉽게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거든요. 따라서 당장은 급격히 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하루 사이에 십몇 도가 변하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대응하는 어종의 변화에 대응하는 것들은 계속 꾸준히 하더라도 매일매일 해수면 온도의 변화 같은 것들은 계속 체크하고 양식 또는 낚시에 피해가 없도록 대비하는 게 필요할 것 같고요. 일반 국민도 무관심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생각보다 굉장히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고 그 어려움이 굉장히 직접적으로 와닿는 곳이 바로 바다이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기후의 문제라는 것들을 인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홍종호> 직접적으로 국민이 수산물을 엄청 좋아하는데. 입맛도 바꿔야겠네요. 어종이 바뀌니까.
◇ 윤신영> 당장 지금도 아마 많이 바뀌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생각보다 많은 어종들이 남쪽에서 잡히는 것들이 동해로 많이 올라온 상황이고 익숙하던 동해의 어종들은 이미 러시아 쪽으로 많이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 적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