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에서 '가공식품, 주거비 등 생활물가 평가와 향후 주요물가 동인 점검'을 주제로 열린 2025 상반기 물가 설명회에 참석해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우리나라의 필수 생활물가가 다른 주요국과 비교해 매우 높아 소비 회복을 막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우리 물가 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은행이 18일 공개한 '최근 생활물가 흐름과 수준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필수재 중심의 생활물가 누적 상승률은 19.1%로, 소비자물가 상승률(15.9%)보다 3.2%포인트(p) 높았다.
팬데믹 기간 동안 식료품·에너지 물가가 크게 오른데다, 최근에는 수입 원자재가격과 환율 누적 상승분이 가공식품 물가에도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 제공우리나라의 생활물가는 다른 주요국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물가를 100으로 볼때, 한국의 식료품·의류·주거비는 각 156·161·123으로 세계 주요국 평균을 크게 웃돈다.
높은 생활물가는 결국 체감 물가를 끌어올려 소비 위축을 불러온다.
한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올해 1~4월 소비 지출을 늘리지 않았다는 응답자의 62%가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축소'를 주요 원인으로 들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생활물가 상승으로 가계의 체감 물가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 가계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줘 중장기적 관점에서 물가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규제와 진입장벽을 완화해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하고, 원재료 수입선 다변화를 통해 특정 품목의 충격이 다른 품목으로 확산하는 정도를 완화하는 것이 긴요하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한은은 아울러 미국의 관세 정책이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이날 내놓은 '최근 주요국 물가 상황과 미국 관세 정책의 향후 물가 파급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정책은 우리나라에 마이너스(-) 수요 충격으로 작용하면서 물가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미국·중국 모두에 수출 비중이 높은 나라는 수요 부진과 원자재 가격 하락의 물가 하방 압력이 우세할 수 있다.
또 중국의 대미수출 감소로 중국산 저가 공산품이 우리나라 등 여타국 수출로 전환되면 추가적인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협상 결과에 따라 미국의 관세정책 전개 양상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하락하거나 일부 공급망 차질이 발생할 경우 물가 하방 압력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
한은은 "미국 관세가 우리 물가 상승률을 낮출 가능성이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탓에 현재로서 미국 관세정책이 우리 물가상승률에 미칠 전반적인 영향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