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주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비상계엄 숨은 공범 찾아낼까…내란특검이 맞춰야 할 퍼즐들 ②김건희 의혹 '총정리' 특검…양평道·인사개입 '쟁점화' 주목 (계속) |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전부터 따라붙었던 꼬리표,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가 결국 특검의 심판대에 오르게 됐다. '김건희 특검'의 출범이 가시화된 가운데, 특검이 그간 세간을 시끄럽게 했던 김 여사 의혹의 진상을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수사대상만 16개…그야말로 김건희 의혹 '총정리 특검'
1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김건희 특검'을 비롯한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포됐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특검 임명을 요청해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다.
김건희 특검은 이른바 '여사 의혹'의 '총정리 특검'이 될 전망인데, 수사 대상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백 등 금품 수수 의혹 △명태균 관련 의혹 △건진법사 관련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등 총 16개에 달한다.
게다가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사건까지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특검 규모 자체도 과거 특검들보다 두 배 이상 커진 데다, 수사 범위까지 무한정 늘어날 수 있어 '김건희 수사청'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특검은 국정 운영 전반에 있어서 어느 선까지 김 여사의 영향력이 미쳤는지, 김 여사의 사익 추구 정도가 도덕적·법적 기준을 벗어나거나 위법했는지 여부 등을 사실상 '전수조사' 수준으로 낱낱이 파헤칠 것으로 보인다.
수사를 통한 혐의 입증이 관건이겠지만, 사실상 특검의 목적지는 김 여사 '기소'다. 특검이 필요한 이유로 '현행 수사기관이 실질적인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이 내려지는 등 특혜성 수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법률안에 적시된 만큼, 김 여사를 재판에 넘기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될 전망이다.
다만 김 여사 입장에서도 특검 출범이 어느 측면에선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장기간 수사가 이뤄져 결론이 난 사건에 대해서도 의혹제기가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김 여사가 일부 무리한 혐의는 벗어낼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수사 방점은?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에 집중할 듯
연합뉴스수사선상에 오른 의혹들에 대한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 진척 정도는 제각각이다. 일부는 상당 부분 수사가 진행됐으나, 아직 초기 단계인 사건들도 있다.
정치브로커 명태균씨와 관련한 공천 개입 등 의혹,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을 선물 받은 의혹은 각각 서울중앙지검과 남부지검이 수사해왔는데, 이미 관련자 진술 확보와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이뤄졌다.
최재영 목사로부터 디올백을 받은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앞서 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결정했고, 주가조작 혐의는 서울고검이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반면 비교적 수사가 덜 된 의혹으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개발 인허가에 개입한 의혹 △대통령실 인사개입 의혹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코바나컨텐츠 관련 전시회 뇌물 의혹 △대통령 집무실 이전 관련 국가 계약 개입 의혹 등이 꼽힌다.
특히 명씨 관련 의혹 중,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포항시장 후보와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는 부분은 검찰 수사 단계에서 방점이 찍히지 않은 채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과거 2017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당시에도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들이 수사 선상에 오른 것처럼, 김 여사가 운영했던 코바나컨텐츠의 사진전·전시회에 협찬한 대기업들이 '코바나컨텐츠 뇌물 협찬 의혹'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특검의 수사력은 아직 수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의혹을 규명하는 데 집중될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창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은 "기존 수사 기관이 손을 대지 않은, 더 밝혀져야 할 부분이 많은 의혹 위주로 수사가 흘러갈 것"이라며 "예컨대 양평고속도로 의혹 등의 경우 향후 발견될 실체적 진실들이 무궁무진하기에 특검이 수사력을 집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관건은 '혐의 입증'…특검 수사력 보여줄 수 있을까
사실상 특검의 출범 이유가 김 여사의 혐의를 밝히는 것이란 점에서, 특검은 기존 수사기관들이 이미 상당 기간 수사를 해왔음에도 명쾌하게 정리하지 못한 의혹들을 정해진 수사 기간 내에 규명해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김 여사 측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김 여사 '혐의 입증'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김 여사 측은 지난 9일 검찰에 명태균 게이트 연루 의혹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위반죄와 뇌물죄,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의 혐의가 모두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김 여사 부부가 명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거나 명씨로부터 대납을 받은 사실이 없기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가 성립하지 않을 뿐더러, 공천은 대통령의 직무가 아니기에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아 뇌물죄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공천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들이 김 여사 부부로부터 외압을 받았다는 증거도 없기에,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압수수색까지 벌인 '건진법사 의혹' 또한,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샤넬 가방의 행방이 밝혀져야만 김 여사와의 연결고리를 규명할 수 있지만 아직 미궁 속이다.
이미 한 차례 무혐의를 받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주작 의혹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인지 여부를 밝혀내는 것이 관건이다. 김 여사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았을 거로 의심되는 결정적인 대목인 이른바 '7초 매도'와 관련해, 검찰이 기존 조사에서 끝내 밝혀내지 못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김 여사 간의 연결고리를 특검이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특검이 과거 일부 특검들에서 불거졌던 '특검 무용론'을 피하려면, 김 여사를 소환해 유의미한 진술을 받아내는 동시에 의혹에 연루된 관계자들로부터 새로운 진술을 이끌어내거나 추가 물증을 확보해야 한다. 무리한 기소를 해 재판에서 유죄 입증에 실패한다면 이재명 정권 후반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차분한 증거 다지기가 수사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검사를 검사하는 변호사모임 상임대표 오동현 변호사는 "이미 조금 늦은 감이 있는 만큼, 특검이 빨리 신속하게 강제 수사에 돌입하는 것이 제일 시급하다"며 "관련자들이 말을 맞추거나 회유를 당하기 전에 신속하게 소환해서 관련자 진술들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