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 악수하며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한국과 미국이 제주에서 진행한 한미 고위급 회담을 기점으로 이른바 '줄라이 패키지(July Package)' 협상을 본궤도에 올린다.
한국은 향후 협상에서 반도체·조선업 협력 등을 매개로 자동차·철강 등의 품목별 관세 철폐를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3주 만에 마주 앉은 한미 통상대표…실질적인 협상 국면 전환
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장관은 16일 제주에서 열린 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방한한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와 만나 미국의 관세조치와 관련한 양자 협의를 진행하고 다음 주에 제2차 기술협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간 물밑에서 협의가 이어지긴 했지만 이날 협의를 계기로 실질적인 협상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 장관은 그리어 대표와 회담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늘(16일) 전체적 협상의 구조를 확정지어 협상을 개시하기로 했고 다음주부터 기술협의에 들어가는 상황"이라며 "이후 6월 중순 쯤 중간점검 격으로 그동안 합의된 거 모아서 확정짓는 2차 각료급 협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기술협상의 주요 프레임은 '균형무역, 비관세조치, 경제안보, 디지털 교역, 원산지, 상업적 고려'의 6대 분야다. 미국은 이를 모든 협상국에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도 이 표준화된 구조 아래 실무협의를 진행하게 된다.
한국, 가장 급한 건 철강·자동차 관세…영국 사례 통해 완화 기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6일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한국은 발등의 불로 떨어진 철강·자동차 등 전략 품목에 대한 관세 철폐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안 장관은 이날 그리어 대표에게 "국별관세 및 품목관세 일체를 면제해달라"고 재차 요청했다. 특히 "양국 교역관계에 있어서 자동차, 철강과 같은 품목관세의 면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영국에 대해 일부 완화된 태도를 보인 점을 감안해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 방침이다.
앞서 미국이 영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25%였던 자동차 관세를 10%로 낮춰주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인만큼 한국이 단순히 무역수지 조정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미국과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할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구상이다.
안 장관은 "우리 나라가 다른 국가와 다른 건 단순히 무역수지 균형 문제만 놓고 적절하게 줄인다는 개념을 넘어서 산업협력을 할 수 있는 중요 파트너 중 하나라는 점을 강조할 것"이면서 "
한국은 조선 뿐 아니라 에너지, 반도체, 이런 첨단산업과 미국 전략산업 분야에 있어서 실질적 사업협력 할 수 있는 최적의 파트너라는 게 저희로서는 가장 중요한 미국과의 협의의 자산이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믿을 건 조선업…포괄적 협상 카드로 활용 예상
한국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전략 카드는 조선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최근 해군력 강화 및 조선업 공급망 재건에 관심을 보이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조선업이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직접 요청해 HD현대, 한화오션 경영진들과 만남을 가진 것은 이례적인 행보다. 한국 조선업에 대한 관심은 통상 협력을 넘어 산업안보·국방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안 장관도 "향후 USTR이 우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조선산업 분야에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도와주겠다고 했고, 미측도 필요 시 협조 요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하는 등 조선업 협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양지원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미국 측면에서 좀 우호적으로 요청을 했던 조선 같은 분야에서의 협력을 하고 반대로 이제 우리나라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자동차라든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관세율은 좀 인하를 해달라라는 방식의 협상 전략을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